2008. 12. 10. 수요일. 날씨가 봄 날씨 같다. 청산도에 개나리가 맺혔다. [왕규식]
맑은샘학교 겨울 자연 속 학교에 참여했다. 2008년 여섯 번 자연 속 학교를 다녔다. 1학기는 생활선생, 대표선생으로 참여했고 2학기는 도움선생으로 참여했다. 이번 겨울 자연 속 학교는 8박9일 중 2박 3일 참여했다. 아이들은 해남을 거쳐 청산도로 갔는데 나는 청산도만 갔다. 아이들에게 바다를 알게 하고, 낚시를 가르치고 싶어서다.
이성현 선생의 남편 손영준이 차를 가지고 가서 완도에서 7시 30분 첫배를 탈 수 있었다.
청산도에 도착해서 아침 먹고 손영준과 국화리 방파제 부근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감성돔 35cm 한 마리를 잡았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성돔 손 맛이다.
오후에는 아이들 모두 청산도 한 바퀴 걸어서 돌기에 나섰다.
나와 손영준은 잠집에서 쉬었다. 아이들이 청산도를 반 바퀴쯤 돌았을 때 손영준과 차를 가지고 가서 1, 2, 3학년 어린이들과 최희구 선생을 잠집으로 데리고 왔다. 손영준은 오후에 과천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포기하고 내일 가기로 했다. 높은학년 아이들과 함께 손영준도 청산도를 걸었다.
1, 2, 3학년 어린이들과 방파제 낚시를 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인지가 아주 우연하게 농어새끼를 한 마리 잡았다. 어깨를 으쓱인다.
밤에 아주 큰 삼치를 사다가 아이들에게 회를 떠 주었다. 청산동중학교 임선생님이 소개를 해 줘서 좋은 고기를 샀다. 길이가 60센티가 넘는다. 아이들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
밤늦게 맑은샘 선생들과 손영준, 김한기(김진서 아버지, 유주연 남편)와 어울려 술 한 잔하였다. 맑은샘 선생으로 새로 온 최명희 선생이 인상 깊다. 속이 깊어 보이고 일도 열심히 한다.
2008. 12. 11 목요일, 바람이 차고 세게 불었다. 해가 비춰서 그나마 다행이다. 방파제에 파도가 아주 높게 부딪힌다.
새벽부터 아이들 데리고 낚시를 했다. 온종일 했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 청산도 범바위에 올라 명상하기로 하루를 보냈다.
새벽 6시 30분 깜깜한데 4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권덕리 우리민박 앞 방파제로 갔다. 작년에 감성돔과 벵에돔을 잡은 곳이고 자원이 풍부해서 아이들 낚시에 참 좋은 곳이다.
새벽부터 바람이 차다. 아주 세게 분다. 오늘 낚시는 힘들겠다.
4학년 아이들(준영, 준범, 호진, 영진, 진우)에게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겠냐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낚시를 해 봐야지. 전정일 선생이 같이 도왔다. 바람은 이겨내기가 아주 힘들다. 5미터, 6미터 낚싯대를 펼 수 있지만 7미터 낚싯대를 펼 수가 없다. 어른도 바람을 이겨내기가 힘들다. 아이들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낚시를 하게 했다. 잡히지 않는다. 바람이 차고 파도가 세고 수온이 낮아졌으니 고기가 잡히지 않을 수 밖에. 날을 잘 못 잡았다.
9시 30분까지 낚시를 했다. 4학년 아이들은 돌려보내고 5학년 아이들을 데려오게 했다. 전선생이 차를 몰고 가서 10시쯤 5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전선생이 아침밥을 챙겨왔다. 따뜻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으니 찬 기운이 날아가는 것 같다. 온 종일 아이들을 맞아야 한다. 해가 떠서 추위는 이겨 낼 수 있는데 바람을 이겨낼 수 없다. 그래도 끝없이 낚시를 한다. 재명이가 20센티 급 감성돔을 걸었다. 좀 있다가 명수도 잡았다. 정수가 그냥 돌아가자고 조르더니 두 아이가 잡는 것을 보더니 더 하겠단다. 정수가 학꽁치 큰 씨알을 잡았다. 35센티가 넘겠다. 나도 감성돔 25센티급을 한 마리 잡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전선생이 1시쯤 5학년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3시쯤 6학년 성혁이와 금서, 3학년 다훈, 영웅, 현우를 방파제로 데리고 왔다. 그 사이 혼자 낚시를 해 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졸려서 찬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30분쯤 잤다.
아침 나절 5학년들이 낚시할 때 잘 잡히던 고기가 입질 뚝 끊어졌다. 아이들은 심심해 한다. 3학년 아이들이 참을성이 모자란다. 나대기는 하지만 금방 지친다. 금서와 성혁이가 애써보지만 바라는 고기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 다훈이가 벵에돔 새끼를 한 마리 잡았다. 영웅이가 꾸준히 하더니만 벵에돔 20센티 한 마리를 잡았다. 다행이다.
오후 5시가 넘어서 낚시를 끝내고 잠집으로 돌아갔다. 11시간을 찬 바람을 맞았다.
돌아오니 준영, 호진이가 아프다고 누워있다. 머리를 만져보니 열이 심하게 난다.
곧이어 정수도 아프다하고 밤에는 준범이까지 아프다.
새벽에 낚시를 간 녀석들이 찬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쩝.
내가 미련한 것이지. 아이들 말만 듣고 낚시를 강행했으니....
정수는 아침 나절에 했는데도 열이 난다. 점심으로 먹은 라면을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아이들이 아프니 마음이 편치 않다.
타이레놀을 먹이고 한 숨 푹 잔 뒤 말끔히 낫기를 바랄 뿐.
아이들이 잡은 감성돔과 벵에돔, 학꽁치, 놀래미, 고등어로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이 다 자고 난 뒤 아이들이 잡은 고기로 선생들과 회를 먹었다.
자연 속 학교를 마친 뒤 학사 일정을 잠깐 이야기 했다.
신입부모 교육의 중요성, 학교 문집 발간을 이야기 했다.
송순옥 선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퇴원하겠단다.
암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하니 천만 다행이다.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것은, 병명을 잘 모를 때 흔히 하는 말이 아닌지 걱정이다.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밤 12시를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과천으로 돌아가는 날.
김한기 선생이 낚시를 해 보고 싶다고 하고,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해서
금요일 새벽 낚시를 1시간 만 하기로 했다.
2008. 12. 12. 금. 날씨가 아주 따뜻하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아침 7시 15분쯤 김한기와 우리민박 앞 방파제로 갔다. 날씨가 너무 좋다. 바람도 없고, 물 때도 좋다. 방파제에 도착해서 살피는데 해달이 우리를 쳐다보다 테트라포트 밑으로 숨어든다. 청산도에서 상괭이를 만나기는 했지만 해달은 처음 본다. 녀석이 있다는 것은 고기들이 모여 있다는 신호다.
8시 30분까지 낚시를 하기로 했으니 서둘러 낚싯대를 꺼내고 밑밥을 던져 보았다. 고등어가 우루루 달려든다. 김한기에게 민장대 낚시 요령을 가르치고 낚싯대를 드리우자 곧바로 고등어가 올라온다. 씨알은 작지만 그래도 먹을 만한 고등어다. 밑밥을 뿌릴수록 더 많이 모여든다. 물 흐름이 좋아서 감성돔이 있을 것 같아 찌 낚시를 던졌다. 고등어 등살에 감성돔 잡기는 걸렀다. 내 낚시대를 접고 밑밥으로 고등어를 모았다.
낚시로 잡을 것이 아니라 뜰채로 떠야겠다 마음먹고 뜰채로 떴다. 뜰채를 바다에 넣고 밑밥을 그 위에 뿌리면 고등어가 모여든다. 빠른 시간에 걷어 올리면 고등어가 잡힌다. 그렇게 좀 하다보니 요령이 늘어서 한 번에 열 마리까지 잡힌다. 고등어를 많이 잡아서 학교에서 튀겨 먹을 생각으로 열심히 했더니 금방 100마리가 넘는다. 뜰채에 들어간 고등어가 그물사이에 끼여서 그것을 빼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8시 45분까지 하고 정리했다. 150마리를 잡았다. 김한기는 해남에 좀 더 머문다하여 고등어를 좀 가져가고 남은 고기는 학교로 가져와서 식구들에게 10마리씩 나누어 주었다.
잠집에 돌아오니 선생들이 짐을 다 챙겨놓고 밥을 먹고 있다.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생들이다. 9시 50분 배다.
과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선생과 번갈아가며 운전을 했다.
최명희 선생과 이성현 선생이 스타렉스를 타고 올라왔다.
최희구 선생과 아픈 아이들은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왔는데 결국 시간이 더 걸려서 고생을 더한 셈이 됐다. 그래도 편하게 누워서 올 수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감기몸살을 이겨내는 모습이다.
이번 자연 속 학교는 아주 뒤늦게 사흘간 참여 했다.
아이들 보다 선생들이 먼저 눈에 들어 온 자연 속 학교다.
선생들이 즐겁게 일을 해낸다. 내가 없이 진행한 자연 속 학교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선생들이 참 많이 성장하였다.
밑바탕이 좋은 분들이라 학교의 기운이 몸에 들어간 뒤 저마다 깊은 우물이 됐다.
목마른 아이들과 세상에 마르지 않는 맑은샘이 되었다.
이번에 송선생이 없어서 이선생, 전선생, 최선생이 그 몫을 다 나누어 짊어졌다.
최명희 선생은 신입교사 연수를 톡톡히 한 셈이다.
우리학교 선생들만큼 부지런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교육은 그저 되는 것이다.
교육이란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자연 속 학교를 마칠 때 부모들이 저녁을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들과 선생들이 아주 피곤한 상태라 저녁을 먹는 일도 벅차긴 하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왠지 서운하기도 하고....
그러니 봄 가을에 한 번씩은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