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과 송광사
2023.2.12
어제 고흥의 팔영산을 갔다 오고
오늘은 불일암과 송광사로 향한다.
욕심같아서는 조계산까지 갔다오고 싶지만
마눌 생일날 힘들게 만들었다는 누명?을 쓰고 싶지 않아 마눌의 선택을 따르기로 한다.
숙소 여수에서 송광사까지는 약 65km가 조금 넘는다.
고속도로로 빨리 가는 길도 있지만 빨리가기보다는 천천히 구경삼아 가기위해 중간 경유지를 순천 3낙안읍성으로 설정하고 출발한다.
낙안읍성의 주소지는 순천시 낙안면 평촌리 6-4.
조선시대 옛 마을을 재현한 곳이다.
호남정맥할 당시 조계산을 가는 중에 만난 분이 기억에 남아 있다.
고흥이 고향인데 서울에서 부터 10일간의 여정으로 걷고 또 걷다가 중간에 호남정맥을 하던 길에 만난 분인데 당시 62세,정년퇴직 후 뭘할까 고민하면서 걷고 있다며 오늘은 낙안읍성에서 잘 예정이며 이후 국토순례를 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기억에 남아있었던 낙안읍성,어떤 곳인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조선시대 외놈들 침략이 잦자 마을을 지키기 위한 성을 쌓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울 남한산성에 가면 숯가마니 보관 하는 곳이 많다.
외적이 처들어 왔을때 적국에게 유리한 민가 등을 불태우기 위한 용도로 숯을 만들어 보관했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천천히 돌고 돌아서 낙안읍성에 도착했지만 주변 볼거리는 별로 없어 다음 봄철 찾아오기로 하고 논스톱으로 송광사로 향한다.
가는 길에 고도가 높아지면서 도로 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갯마루 정상에 이르자 도로 양측에 표지기가 보인다.
숙소로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빈계재였다.
오랜 친구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느낌이었다.
호남정맥은 주월산 존제산 백아산을 지나 빈계재에서 조계산을 넘어 북으로 향하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광양의 백운산으로 이어지는데 조계산 양편으로 서쪽에는 송광사,동쪽에는 선암사 천년고찰이 자리잡고 있다.
빈계재를 넘어가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송광사 가기 전 상가 주차장에 주차하고 불일암을 먼저 가기로 한다.
국사16분을 배출한 승보사찰인 송광사는 법보사찰인 합천 해인사,불보 양산 통도사와 함께 삼보사찰이다.
불일암은 송광사의 말사이다.
불일암을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먼 곳이라 선듯 갈 엄두를 못 내던 곳이다.
오늘 마눌의 생일 선물은 불일암이다.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자취가 살아있는 곳이 아니던가.
현재 불일암은 법정 스님의 제자인 덕조스님이 그 곳에 계신다고 한다.
불임암에 가 보니 먼저 오신 부부와 우리 4명외에는 볼 수가 없다.인기척마져 없어 적막이 흐른다.
법정스님 책을 읽고 읽은 마눌은 더 많은 기억과 향기를 나에게 알려준다.
무소유의 삶을 사셨고 실천하신 분의 거쳐는 소박했다.
참선 중이라는 작은 팻말이 속삭임 마져도 조심하게 된다.
후박나무 밑둥이에 법정스님 계신 곳이라는 작은 팻말 앞에 노란 꽃다발이 놓여져 있었다.
잠시 숙연해진다.
책에서 읽은 일화 하나가 기억 속에 있다.
난을 애지중지하며 키운 적이 있었는데 소중하게 키우다 보니 멀리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셨다고 하신다.
그러다 몇 일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겨 상좌에게 맡기고 돌아오니 난이 죽어있어 몹시 마음이 상하셨다.
그 후 이 또한 집착이라 싶어 깨끗이 마음을 비웠다고 하시며 오히려 그 난에게 배움을 얻었다고 하신다.
여기까지가 내 책에서 얻은 기억의 일이다.
그 상좌라는 분이 덕조스님인 지는 모르겠다.
덕조스님도 글을 잘 쓰시는 분인데 법정스님의 해가 될까싶어 글을 자제 하신다고 마눌에게 듣는다.
자칫 스님의 그림자라고 밟을 실수를 할까 조심스러워 하시나 보다.
불일암을 나와 송광사로 가는 이 길도 법정스님은 수 없이 걸으시던 길이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걷는다.
마눌이 송광사에서 일보는 동안 사람들이 많은 송광사 경내를 구경한다.
구경삼아 사람 많이 몰리는 사찰이 그렇 듯 이 곳 송광사도 돈으로 치장한 듯한 경내의 분위기가 맑고 향기로움의 불일암 소박함의 맛을 갈아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경내 마당 벌거벗은 듯한 백일홍 3그루가 인상깊다.
붉고 빨간 꽃을 이쁘게 필 때 오면 좋겠지만 때맞춰 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차로 돌아와 숙소로 가는 길에 순천 건봉국밥집으로 간다. 순천 아랫장이라는 큰 시장,사람이 많다.
맛집이라 검색하고 간 곳인데 제법 맛집다운 맛이 있다.
뜨거운 국밥에 김치의 시원한 맛이 잘 어울린다.
순천 올 때마다 오고 싶은 맛집이다.
여수에 온 지 한달이 지났지만 맛집은 만날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성시경 맛집이라는 곳에 갔지만 실망,,,
유명인이 소개하는 맛집이라해서 믿고 가지는 말아야겠다는 불신만 생겼다.
순천과 여수의 인구수는 약 27만 정도로 비슷한데 순천이 더 크고 활발한 느낌이 든다.
여수는 관광도시라는 느낌,돈에 맛들려 예전 여수의 향수가 없어진 것 아닌가 싶어 아쉽다.
서울 근교 가평도 그러하 듯 지역에 돈이 들어가면 지방의 옛 맛은 잃어 버린다.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난 듯,,,
만난 빈계재의 모습
열심히 달려,,,
불일암을 나와 송광사로
순천을 거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중간 들른 국밥집,,,추천할만한 곳이다.
by사니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