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세상 일은 모두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의미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을 쓴다. 이는 '만일 사람들이 삼세일체불을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법계의 본성이 모두가 마음의 짓는 바에 달려있음을 보라(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고 하는 화엄경의 가르침을 요약한 말이라고들 하는데...여기서 말하는 법계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뿐 아니라,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정신적 경지까지 아우르는 것이라 하니, 따라서 무릇 세상사 모두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의미라 한다.
불가(佛家)에서 전승되어 온 이야기 한 토막. 젊은 제자가 스승인 고승에게 어떻게 하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스승은 때가 되면 갤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제자는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지만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1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스승이 번뇌를 벗어날 방법을 갤카 주겠다면서 자신을 따라오라 했단다. 젊은 제자가 깊은 숲 속에 들어가는 스승을 열심히 따라가는데, 갑자기 스승이 앞에 우뚝 선 큰 나무를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고함을 치는 게 아닌가? 당황한 제자가 언능 뛰어가 나무를 붙들고 있는 스승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스승은 더욱 단단히 나무를 끌어안고 있었다는구만. 헌디 제자가 가만히 보니 나무가 스승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승이 나무를 놓지 않고 있었다는 거야. 해서리 제자는 스승에게 그냥 나무를 끌어안은 팔을 풀면 된다고 소리쳤다는구만. 그제서야 스승은 나무를 붙들고 있는 팔을 풀며 "바로 이게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이여."라고 말했다는구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Eddie Jaku, 홍현숙 역, 동양북스, 2021)은 나치의 무차별적 유태인 학살 현장에 끌려갔다 극적으로 살아 나와 성공한 삶을 살아온 지은이의 여정을 자전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학살현장에서 자신의 부모를 비롯한 많은 유태인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자신도 갖은 폭행을 당하는 등 끊임없이 죽음과 마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다.
책 속에서 그는 말한다. "당신의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 당신이 그렇게 결정하기만 한다면(Life can be beautiful if you make it beautiful)"이라고...환언하면 그의 말은 인생이란 자신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대로 실현된다는 의미이니 일체유심조란 말 역시 바로 이를 일컬음이라 할 것이다.
미국의 가정용품 판매 전문회사인 와트킨(Watkins)사의 전설적인 방문판매사원(door-to-door salesman)이었던 포터(Bill Porter)는 선천적인 뇌성마비 환자로 발음이 불분명한데다 절뚝이는 걸음에 오른손은 마비되었고, 등과 어깨는 굽어 있는 최악의 장애인이었다.
불굴의 의지로 방판사원의 전설이 된 포터의 이야기를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 TNT가 TV용으로 제작한 영화를 보면, 전편에 걸쳐 전형적인 뇌성마비 환자의 모습으로 상품 샘플을 담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집 저집을 두드리는 그의 삶의 족적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1995년 오레곤 주의 지역신문(The Oregonian)은 그의 이야기가 미국 전역의 매체에서 다룰 정도로 유명하게 된 건 순전히 그의 낙천적 성격(optimistic determination)에 기인한다고 했는데...세일즈맨의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설득력이라면 처음부터 발음이 어눌한 그에게 방문판매의 성과를 기대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겠지만, 그는 끊임없는 자성예언(自成豫言)으로-영화에서는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하는 장면으로 나오지만- 마침내 전인미답의 세일즈왕에 오르고 세상의 칭송을 받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각종 질병도 우리가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플러시보 효과(placebo effect)나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이를 이름이라. 뿐인가, 차갑고 딱딱한 석고상도 소유자의 마음 먹기에 따라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아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또 어떤가?
헌데 이게 뭬야? 이런 그럴싸한 이론을 학교교육에 갖다 붙인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란 게 있었지. 교사가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칭찬과 격려를 해 주면 성적도 오르고 성격 또한 좋아진다는 이론 말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때부턴가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는 슬로건을 내 걸고 아이들을 금쪽같은 새끼로 대접했지만 작금에 와서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다. 에궁! 결과적으로 일체유심조란 화두는 자신의 마음을 닦는 데 쓰는 말이지 남에게 니 맘 먹은 대로 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극히도 평범한 진리를 새삼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