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천연 농약 만들기
벌써, 이러면 안 되지. 이제 겨우 유월이 시작되었는데. 두 뼘짜리 고춧대에서 진딧물이 보인다. 아직 병충해를 염려할 시기가 아닌데 너무 빨리 시작해서 놀랐다. 아니, 예측은 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근처 고춧대에서 증상이 보이기에 걱정은 되었다. 텃밭 주인이 스스로 방제하기를 기다렸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 하기야 본인인들 처음 당하는 일이라 도리가 없겠지. 그렇다고 집단 농장에서는 손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어찌 되었든 아쉽다.
속이 탄다. 이러저러하니 부탁드린다면서. 진딧물을 방제해 달라고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같은 교육생끼리 삿대질하며 싸울 수도 없지 않은가. 쳐다보며 조바심 내기 수일 만에 사랑하는 내 고춧잎에도 진딧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기억이 스친다. “선쌤요. 자꾸 간지럽네요. 우리 교실에 이가 있는 갑니더. 한 번 뿌레야 겠는데요.” 예전 우리나라가 못살고 개인위생을 챙길 겨를이 없었던 시절 이야기다. 우리 어릴 때야 노는 게 다들 뛰어다니는 거였다. 뛰어다니며 논다고 애들은 땀을 많이 흘리고, 그런 날은 너무 힘들게 놀아서 씻지도 않고 바로 잠에 빠졌다. 지금처럼 샤워를 생각도 못 했지만 씻고 나서도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일도 없이 바로 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명이 옮기는 게 아니었다. 너도나도 구별 없이 거의 모두가 머릿니를 갖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학교에서 약간의 관리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흰 달력을 깔고 참빗으로 이와 서캐를 잡아 죽였던 달갑잖은 우리의 추억.
유튜버를 뒤진다. 고추 진딧물 방제를 위한 천연 농약 만들기. 여러 영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짧은 것 서너 개를 휘리릭 살펴보니 살충제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읍내로 가서 분무기 하나와 재활용 빨랫비누 400g짜리 하나를 샀다. 내 고춧대를 지켜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벌레 잡을 농약을 제조한다.
페트병 두 개가 필요하다. 우선 물 1리터의 페트병에 수산화나트륨 성분이 포함된 빨랫비누 100g은 채를 썰어 넣는다. 녹을 때까지는 한 시간 정도 필요하다. 다른 하나의 페트병에도 물 1리터에 5ml의 식기 세척용 세제를 넣고 빨랫비누 녹은 용액 10ml를 또 추가하여 희석한다. 유기농에 적합한 벌레 잡는 천연 농약이 만들어졌다.
미소가 번진다. “이노무씨끼들! 감히 나랑 맞서겠다고. 니네들 오늘이 제삿날이다.” 분무기의 가득 담아서 진딧물 잡으러 간다. 고춧잎 아랫면에 뿌리는 일도 엄청 힘들다. 미리 예방하는 게 쉽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봐야 알겠지만,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싱싱한 풋고추를 많이 먹고 싶다,
오랜 기억 속을 더듬어 봐도. 한 번에 머릿니를 모두 제거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첫댓글 내 가는 길이 어디든 순탄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당하고 살순없지 그게 미물이면 더더욱
진딧물 응애를 방제하는게 몹시 어렵다고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