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47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이기영 시인의 디카시와 <경남일보>에 탑재된 최광임 시인의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67'(이상미)을 소개한다.
#디카시
응시
땅 속에 묻혀있던 모든 눈들이
일제히 나를 빤히 쳐다본다
너는 오늘 하루
이렇게 맑았니?
- 이기영 시인(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과 한국디카시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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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이 한꺼번에 세상 속으로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꽃의 모습이지만 존재감 하나는 꽃 중의 꽃이라는 모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꽃은 흙의 눈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꽃이든 상관없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는 꼭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이, 짓밟아도 함부로 파헤쳐도 묵묵히 생명을 키워내는 흙이 오히려 나를 응시하는 것만 같다. 질책하거나 용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너무 힘들게 사는 건 아닌지, 바빠서 꽃을 볼 겨를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나를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서 가끔 꽃과 눈을 맞추다가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 꽃은 아니, 흙의 눈은 아무리 더러운 곳에 피어도 가장 깨끗하고 맑은 향기를 품고 있다.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꽃의 본성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듯이 그러니 너희도 어디에 있건 사람의 선한 본성을 잊지 말라는 듯이
출처 : 뉴스경남( https://www.news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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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에 탑재된 최광임 시인의 '최광임의 디카시행진 167'(이상미)을 소개한다.
들여다보기
수많은 사연이 박제되었다
언 손 쩍쩍 달라붙던 기억은
바람에 흩어진 지 오래
그저 둥글게 받아들일 뿐
- 이상미 시인(부산디카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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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새벽 우유 배달을 하는 노인 만석이 폐지 줍는 노인 송 씨와 사랑하게 되었다. 77세의 죽음을 호상이라고 말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인생 말년을 맞고 있다. 송 씨는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별을 고하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남겨진 김만석은 ‘익숙해질 거야. 산다는 게 익숙해지는 일이잖냐’라고 손녀에게 말한다.
그들은 수많은 사연이 박제된 시간의 어느 지점에서 만났으므로 박제된 사연까지 포용하고 애틋하게 여긴다.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둥글게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서로에 대하여 더없이 순수하다. 그렇다. 누군가의 한 생을 저 문고리는 온전히 새기고 있을 것 아닌가. 송 씨의 간난신고한 삶도 저 문고리는 기억하고 있을 테지만 그저 둥글듯이.
시인· 계간 <<디카시>> 주간
https://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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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가장 짧은 한편의 영화다. 디카시인은 디지털 세상을 수놓는 별이다. 또한 디카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1초 , 또는 3초짜리 기획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물들이는 감동의 기획 영화다."
[금주의 디카시]에 도유정 님의 <한곡 출까요>를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한곡 출까요 / 도유정
한쌍의 나비되어
살포시 내려앉아
자연에 입맞춤하며
빙글빙글 세상구경
아름다워라
도유정 님의 '한곡 출까요'는 몽환적 선율을 불러일으키는 판타지 디카시의 산물이다. 정지된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어 동영상이 가능한 숏폼에 근접하는 새로운 시적 감성을 재생시키고 있다.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율동이 저절로 느껴진다. 영상기호를 참으로 잘 포획한 경우다.
또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시적 진술을 그대로 선보이면서, 유려한 감흥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를 연동시켜 무희의 아름다운 율동이 전해진다. 순간 포착을 통해 창조적 상상력을 자극시킨 영상기호(디지털영상)로, 무희의 입장에서 쏟아내는 독백을 문자기호(디지털글쓰기)로 노래하고 있다. 흥과 멋을 자아내는 '한곡 출까요'를 디지털 제목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디카시가 K-열풍을 몰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무희의 율동을 상기시키면서, 서정의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디카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SNS의 날개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삶 그 자체로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생활인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