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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관을 쓰신 예수 - 안톤 반 데이크 -
223 x 196 cm / 캔버스, 유채 / 1618-20년작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천재 초상화가로 일컬어지고, 영국왕 찰스 1세의 궁정화가이기도 했던.. 안톤 반 데이크.
1618년 2월에 안트웨르펜 화가 길드에 장인등록을 했으니.. 이 작품은 아주 초기작품.
그가 루벤스의 문하생으로 있던 시절의 그림이다.
건장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예수가 가운데 앉아 있다.
어깨와 발에 핏물이 흐른다. 두 팔을 묶은 포승줄 끝에도 피가..
예수를 둘러 싼 다섯 사내의 얼굴은, 사악하다고 할 밖에..
검은 갑옷에 투구를 쓴 병사가 가시면류관을 엮어 씌우려 하고..(마 27:29, 요 19:2)
그 곁에서 지켜보는 미늘창을 든 사내는.. 아마도..
가시관이 씌워지는 순간, 이들 중 제일 먼저 “유대인의 왕, 만세!”를 외치며 경례할 것이다.
파란 옷을 입은 왼쪽 사내는..
주먹을 쥐고 험상궂은 눈으로 노려보며, “누가 때렸는지 맞추어 보라.”고 조롱하는 중이다.
오른쪽 붉은 옷을 입은 사내도 온갖 욕설을 퍼 붓는 중..
오른쪽 앞의 사내는 왕홀 대신 갈대를 들고, 그 앞에서 무릎 꿇고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하다가..
갈대를 빼앗아 예수의 머리를 치며 희롱한다.(마 27:29,30 막15:17-19)
그런데.. 안톤 반 데이크는 이 조롱과 야유의 현장에,
미처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다른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창살 밖에서 지켜보며 애통하는 이!
그리고, 곁에서 짖어대는 한 마리의 개!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이들의 항변!
그러나 이곳에.. 안톤 반 데이크, 그가 주는 강한 메시지가 있다.
주님.. 그런 대접을 받으실 이유가 없으셨습니다.
그토록 한없는 사랑의 대가가 이런 것이라니..!
한마디쯤.. “너희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내뱉으실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우리 대신 용서를 구하신 주님!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
말씀 앞에, 감히 머리 들 수 없는 이 죄인.. 주여, 용서하소서.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에게서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누가복음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