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백암산(650M)
아침 햇살을 받을 때면 바위 낭떠러지가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암(白岩)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산행안내 설명서를 읽어 보았다. 99년 4월 25일(일) 오전7시, 출발 예정시간을 30분이나 지체하게한 막내 S가 뛰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한강의 푸른강줄기를 가로질러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선 버스는 시원하게 뚫려있는 길을 달려 서울 톨게이트 부근에서 잠시 지체, 봄나들이 차량들로 붐빌것이라는 예상이 빛나가 망향휴게소에 9시가량 도착 식수와 간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평소 말없이 산행만 하던 김기섭씨가 떡을 한상자 준비했는데 아직 식지않은 빵같은 떡은 호박을 재료로 만들었다는데 달콤하고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녹았고 두조각은 점심으로 배낭에 넣어두었다. 4월 날씨 답지않게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볕이 따가와 에어콘을 틀었지만 한장씩 나누워준 지도 뒷면에 적혀있는 산행노래‘아득가’를 배우느라 열기는 더해갔다. 악과 고함으로 첫마디가 나온 후엔 슬그머니 꼬리가 내려가 몇번을 따라 한 후에야 곡을 맞추게 되었다.
〔 아 득 가 〕
아득히 솟아오른 저 산정에 구름도 못다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랑 높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 고향 메아리 소리 내어 울리네
사랑하는 정 미워하는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오르세.
옥천 T/G를 빠져나온 버스는 37번 국도를 이용 금산을 향하면서 우측 계곡옆으로 병풍절벽이 산수화를 그린 듯 아름다운 곳을 지나자 곧 좌측으로 서대산(903.3m)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왔다. 금산시내 못미쳐 칠백의총 부근에는 위성기지국의 대형 파라보라 안테나가 몇 개 보였다.
곳곳에 인삼밭을 보니 우리나라 최대산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고 수리넘어재로 가는 길 여러곳에 계곡물을 저장한 곳이 눈에 뛰었는데 산악지대라 치수(治水)의 지혜도 돋보였지만 경관 또한 좋았다. 고개를 넘기전 좌측으로 진락산(732m) 오름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개를 넘어서자 외진 산간마을이 보였고 배티재로 이어지는 꾸불꾸불한 도로는 맨위에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전망 또한 좋았다.
본격적인 산행은 육백고지 전승탑 1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되었다.부끄러운 듯 살며시 꽃봉우리를 숙인 할미꽃 세송이가 반기어 주었고 고개를 돌리니 대둔산의 그림같은 바위봉이 부채살같이 펼쳐진 모습이 아름다웠다. 전승탑에는 6.25때 금산지구 전투에서 순직한 6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숙연함을 느끼었다. 주변은 백령성으로 불리운 성을 쌓은 돌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오전 11시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본 후 산길을 따라 15분후면 헬기장이 나오는데 앞서가신 분들은 벌써 고사리를 한웅큼씩 손에 쥐고 있었다. 등산로가 뚝 떨어진후 다시 오르는데 땀이 나기 시작했고 날씨마져 너무 더워선지 첫번째 안부인 바위에 오르니 모두들 쉬고 있었다. 멋진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준 전망대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고 배티재 고갯길은 대둔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고사리는 등산로 주변에도 많이 있었고 더덕을 발견하면 심봤다 하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 봄철 특유의 나물산행이 되어가는 분위기였다. 마침 오늘이 지구의 날이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새로웠고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오염안된 곳들이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11시 50분 능선에 올랐다. 우측 10여m 쯤에 소나무 그늘아래 쉼터가 있어 땀을 식히기엔 너무 좋았고 이후론 남쪽 능선길을 따르면 좌측으로 진락산 줄기가 뻗어있고 특히 우측으로는 충남과 전북의 경계를 따라 선치봉(758m) 마루금이 이어져 길을 같이 하여 깊은 산중임을 느끼게 하였고 특히 산사이 계곡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원시의 오지를 느끼게 하는 깊은 곳이었다.
양옆으로 고도감을 느껴 가볍게 날고 있는 듯 했고 아기자기한 능선길은 매부리 바위를 앞두고 5m가량 자일을 내려서면 기암봉인 서암봉으로 오르는데 얼마전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 진혜성(전주.형사계장)씨가 기다리고 계셨다. 기암바위에서 스릴을 만끽하며 사진 한장씩 찍고나니 12시20분이 되었다.
이어지는 능선길은 먼지가 날 정도로 건조했고 너무더워 땅위 지열까지 느낄정도 였지만 길가에 원추리는 푸르름이 더해가고 있었다. 2번째 헬기장에선 후미까지 기다려 단체사진을 찍고 원을 그려선 후 다시한번 산행가‘아득가’를 불러보았다. 참 오랜만에 가슴이 탁트인 것 같았고 12시 50분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서 보이는 백암마을은 차가 다니는 원대양 마을까지 S자로 계곡을 끼며 이어지는 길이 재미있어 보였고 곧이어 바윗길로 내려서니 바로뒤로 절벽을 이룬 암벽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오후 1시10분경 3번째 헬기장을 만났고 20m앞에서 좌측길로 들어서면 백암마을로 내려설 수 있었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하산길은 능선사면에 나있어 걷기에 상당히 불편 하였지만 나물캐는 분들은 각자 흩어져‘ 심봤다’를 외치고 있었다. 어느정도 마을가까이 하산하자 싸리나무 꽃들이 마치 수를 놓은 듯 무리지어 피어있어 그만 그 환한 흰빛에 마음까지 순화되는 느낌이들었다.
조금더 내려가 숲그늘에서 먹은 참외의 향긋한 맛은 꿀맛이었고 벌써 시간은 오후1시 40분을 넘고 있었다. 대나무 숲 옆으로 내려서 흙담집으로 들어서니 할머니 할아버지만 계셨는데 반갑게 맞아주어 훈훈한 산골인심을 느꼈다. 시원한 물까지 얻어 마신후 돌아나오는데 「효의집」이라 쓰인 명판이 눈에 뛰었다.집주인이신 조대현씨는 사람이 그립던지 다음에 꼭 들르라 하신다.
마을 앞 계곡의 맑은 물에서 잠시 발을 담그니 이렇게 물맑고 공기좋고 인심후한 곳에서 살고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고 산이 주변을 감싸안고 있는 평온한 마을은 인삼밭과 논들이 한가로이 자리잡고 있었다. 차도까지 15분가량 걸어 나가니 개울가옆 농로위에는 괴목이 만들어준 그늘아래서 모두들 식사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4월의 따사로운 햇볕아래서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개울밑에선 오랜만에 산행에 참가해 그릇 씻는 피아노 선생님의 손 끝에 물살이 춤을 추는 듯 보였다. 야생더덕으로 만든 더덕주를 만들어 버스에 오르며 평소보다 단촐한 26명이 산행을 했지만 떠나기 싫은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다.
http://bawe.netian.com/021.htm 에서 퍼왔습니다. 죄송합니다.
1) 배티재∼서암산∼백암산∼백암마을
배티재 주차장-(1시간 10분)-서암산-(20분)-백암산-(30분)-질재-(30분)-백암마을-(30분)-원대양마을
배티재 주차장에서 계단을 오르면 전승탑과 함께 건립비, 충혼비, 참전공적비와 전사자 명단, 참전자명단을 새긴 석판이 있다. 백령성비는 전승탑 뒤 능선을 오르면 보인다. 백령성에서 내려가 헬기장에 닿으면 구적골에서 올라온 길과 만난다. 3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서암산을 지나면 백암산 정상에는 낙락장송이 드리워진 큰 굴이 있어 쉬기에 안성마춤이다. 북쪽의 천등산, 대둔산, 인대산, 서대산, 진악산 등이 보이고 민주지산, 향적봉, 덕유산까지 조망된다. 백암마을에서 시내버스가 다니는 원대양마을까지는 30분이 걸리고 차편이 많은 하금리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