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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슴도치 탁구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TAK9.COM
피터팬은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계속 어린 아이로 살아갑니다.
피터팬의 삶은 낭만 속에서의 삶을 위해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삶이지요.
이러한 피터팬의 삶의 자세는 막연하게나마 우리에게 아련한 유혹을 줍니다.
만약 어린 시절의 그 삶을 지금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은
정말 유혹적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은, 그것이 철 없고 모자란 것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른의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바라볼 때,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지나가 버린 우리의 어린 시절에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비록 다소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것이 어린 아이들이 흔히 갖는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그 철 없음은 순수의 결과이고 해맑은 미소는 악을 모르는 천진함의 외관입니다.
그래서 살아가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두 번 쯤은 해 보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피터팬이라는 이름에는 그런 턱없는 동경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이 묻어 있습니다.
이것을 유약하다거나 현실감이 떨어진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터팬을 그리워 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지나치게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
숨 막히도록 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대답해 주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피터팬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만약 현실이 정말 철 없고 어린 아이 같다고 하면, 피터팬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과 시기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피터팬은 어린 아이들에게 주는 감성보다 우리 어른들에게 주는 감성이
더욱 각별한 그 무엇인가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미처 아이일 때는 그 동화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다가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그 동화 속 세계가 정말 있다면, 이렇게 꿈꾸게 될 수 있지요.
2차 대전 직전의 독일 사회는 지독한 인플레이션 속에 온 민족이 숨이 막혀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빵 하나를 사려 해도 수레로 돈을 실어 날라야 했다는 엄청난 물가 앞에
독일 민족이라는 이상이 휴지 조각처럼 사라져 버린 피폐한 현실을 그들은 직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누군가가 나타나서 희망을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1320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을 나는 한 푼도 못 갚겠다.
우리의 가난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유태인들이 우리의 돈을 갉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아리안족은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 민족이다.
히틀러의 망상적인 희망은 온 독일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들은 무엇이 옳은지 보다, 망상이라고 하더라고 그것에 소망을 걸고 그들을 일으켜 낼
그 무엇인가를 필요로 했습니다.
히틀러의 뛰어남도 독일 민족 결속의 한 원인이었지만,
그들의 피폐함이 보다 더 깊숙한 전쟁 광기의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현혹하는 어떤 이미지를 던지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넥시의 제 3의 물결을 이끌어 내면서,
그것이 우리 시대의 절망을 걷어 내기 위한 상징적인 어떤 움직임의 표상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어떤 구호가 될 수 있는,
그런 것도 되어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그것을 아는 소수만 공감하는
그런 현학적인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터팬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렇지만 정치적이거나 선동적이지 않고
우리 마음 속에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는 그런 이름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시대적 흐름을 걷어 내고
보다 더 아름답고 희망적인 그 무엇인가를
우리 속에서 서서히 피어나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와 연결될 수 있는 이름
그것이 피터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히틀러는 2차 대전의 광기 속에서 수많은 유태인들을 죽였습니다.
무려 600만명의 유태인들이 죽어 갔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들의 육체는 죽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마음 속에 담긴 인간적인 그 무엇들은 전혀 죽일 수 없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유태인들은 인간적인 욕망, 희망, 아름다움, 가치들을
결코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물질로 분해되어 죽어간 것이 아니고
인간의 모습, 본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죽어갔습니다.
수용소 안에서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사람이 가지는 본질적인 공감의 힘을 지닌 채
그들의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신을 향한 간절함도 지녔습니다.
아름다운 시와 문학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굶주리고 맞아도, 그들 안에 담긴 인간이라는 가치는 하나도 손상되지 않고
그 죽음의 화염 속에서도 그 암울한 시대를 거슬러 보존되고 표현되었습니다.
이 시대, 어두움이 자욱하고, 우리를 억누르는 경제적 어려움,
온 인류가 제각각 살 길을 찾아 나서고 민족간 연대, 국가간 연대의 모든 꿈들이 사라져 버린
파편적이고 무상하게만 느껴지는 무한 경쟁의 시대 속에서
저는 우리 탁구인들이 이런 꿈들을 여전히 꾸고 있는 낭만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늘 수 있다 라는 희망을 잃지 않은 채,
비록 현실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나일지라도, 마음 속에서는 멋진 호선을 그리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꽂아 넣는 환상의 공격수라는 그 꿈을
우리는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꺾어 버리려는 그 무엇에도,
고수의 비난이나 코치님의 핀잔, 얇아진 지갑, 구겨진 자존심,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는 것입니다.
비록 탁구를 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좀 자제하라고 충고까지 한다고 해도
우리 안에 있는 이 꿈은 우리를 계속해서 뛰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탁구가 아닌 그 무엇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를 계속해서 꿈 꾸게 하고 계속해서 열망하게 하며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미쳐 있지 않으면 오히려 불쌍한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
어린 시절의 그 철없는 낙관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소중한 에너지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가 탁구를 친다는 것은 그것을 붙들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대가 어두워도, 우리가 처한 세대가 어두워도,
인간적인 감성, 살아 있다는 느낌,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그것이 우리의 존재감, 가치를 채워 줍니다.
처음 넥시를 시작할 때만 해도 블레이드에 어떤 그림을 담아 보자,
이름에 그 그림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담아 보자 라고 시작했지만,
해가 갈수록 철학이 없는 제품, 철학이 없는 기업은 빈약하기만 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록 주목하여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 그 철학을 꾸준히 생각하며 정진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길이고 공감한 소수의 그 누군가에게는
매우 소중한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3년, 넥시는 희망을 말하고 소망을 그려 냅니다.
그 첫 제품이 이제 탄생합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꿈을 꾸고 싶어서,
그리고 그 꿈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제 이 제품을 “피터팬”이라고 불러 봅니다.
넥시의 블레이드 디자인은 지난 2세대부터 기존의 블레이드 제조사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소들을 직접적인 디자인의 주요 요소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스피드 : 얼마나 빠른 블레이드인가?
2. 회전량 : 얼마나 많은 회전을 줄 수 있는가?
3. 깊이 : 공이 닿는 깊이는 어떠한가?
4. 느낌 : 타구감은 얼마나 직접적인가, 지속적인가, 향상적인가?
5. 임팩트 : 강력한 임팩트시 강력한 타구가 구현되는가?
6. 가변 반발력 : 블레이드에 사용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까지 적용되는가?
3항의 깊이라는 요소는 적어도 넥시가 최초로 명문화해서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레이드 제작시 공이 닿는 깊이를 표면층부터 중심층까지 중 어느 정도에 둘 것인가 하는 것을
넥시는 블레이드 디자인의 주요 요소로 생각해 왔습니다.
리썸의 경우는 적어도 30% 이상의 깊이에 공이 닿는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피터팬은 리썸의 깊이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얕은 깊이를 취하게 됩니다.
조금의 차이지만 그 깊이의 근소한 얕음은
보다 더 직접적인 느낌 (4항) 과 향상된 스피드 (1항)에 연결됩니다.
(추후 피터팬의 후속 모델은 이 깊이를 조절함으로 탄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넥시는 4항 느낌에 대해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프로 선수가 아닌 바에야, 블레이드를 통해 손에 직접 와 닿는 감각은
우리에게 수많은 유익과 차이를 선사합니다.
그래서 항상 어떤 느낌을 추구할 것인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피터팬은 리썸의 성능을 이어가고 있지만 리썸의 감각을 이어가고 있지 않습니다.
보다 더 일반적인 감각, 쉽게 통용되는 감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에볼루션, 원큐, 칼리브라 계열의 러버들,
고경도, 고반발력의 러버들과 잘 맞는 직접적인 느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러버의 경도가 높아지면서 블레이드의 감각이 직접적이지 않으면
배우는 단계에서 실력의 향상이 더딜 수 있습니다.
피터팬의 가장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감각의 완성에 있습니다.
이 감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넥시는 표면층과 중심부의 공정을 분리하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습니다.
표면층의 목재는 변형되지 않은 원목을 사용하여 원목의 감각을 가져가되
표면 이하는 열가공을 통해 경량감과 경쾌함을 더함으로
기존의 블레이드들이 갖지 못한 직접적인 느낌, 공이 손에 달라 붙는 듯한 감각을
추구해 낸 것입니다.
두께도 이러한 감각적 특성을 위해 세밀하게 조정되었습니다.
더 나은 속도를 위해 두께를 더할 경우, 내 손으로 모든 것을 조정하고 있다라는 느낌보다는
블레이드가 무언가를 해결하고 있다는 인공적 느낌이 더해질 수 있어
욕심을 덜고 조화를 추구하였습니다.
블레이드에 대해 All, off 등 속도를 기준으로 표기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만,
넥시의 블레이드는 그런 기준들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가변적인 반발력(6항)을 블레이드의 기본적인 특성으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변 반발력은 두께, 소재, 조합을 통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결코 계산 없이 우연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가변 반발력은 플레이어의 의도를 세밀하게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밀함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그것을 활용하는 재미는 더 늘어가지요.
피터팬은 리썸이나 칼릭스만큼 강력한 가변 반발력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보다 더 보편적인, 그리고 궁극적인 5겹 합판 시장의 모두가 공감하는 그 추구점을
놓치지 않기 위한 타협의 결과입니다.
그만큼 더 편하게 느낄 것입니다.
더 정직하고 쉽게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추후의 제품에서는 이것이 더 강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블레이드에 대해, 특히 기능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용자는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용되는 글루, 러버 등 장비가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그러나 무엇을 추구했는가, 무엇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였는가를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이것을 미리 다 공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 너무 많은 분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시면서 지치시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피터팬에 대해서는 그림자만 비쳐 드렸습니다.
이제 무엇을 의도했고 무엇을 추구했는지, 다 적어 드렸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느끼는가 하는 것은 넥시의 몫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실제 사용후기에 의해 이 모든 디자이너의 의도는 재평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넥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즉 동호인들과 함께 가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최초의 소망을
지금도 넥시는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는 블레이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켜봐 주시고 더욱 더 세밀하게 살펴 보며
그 진정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견해 가십시오.
이제 피터팬을 소개합니다.
첫댓글 2013년 2월의 글입니다.
이 게시판은 과거의 글들을 다시 올리는 것을 그 용도로 하고 있어요.
과거에 작성했던 많은 글들 중 의미 있는 것들을 선별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피터팬은 넥시의 5겹 합판 블레이드로 출시 이후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조금은 해가 지났지만, 이름처럼 영원히 젋은 블레이드로 남았으면 좋겠네요.
특히 Z-Blade 의 출시를 앞두고, 리썸-피터팬-Z blade 간 특성차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벌써3년이나ㅡ지났네요^^
위에 언급하신 3가지의 블레이드에 대해 비교분석 글 올려 주시기 간청드립니다~ ^^
상세 분석은 3개의 블레이드들이 시차가 많아서 어렵구요, 각 블레이드별 제작 목표는 대략 이렇게 구분될 것 같습니다.
리썸 : 깊이 공을 안아 주는 특성을 목표로 하여 가변 반발력을 추구한 블레이드입니다. 상대적으로 연타에 특화되어 있고 상대방의 공을 짧게 블록하는 것이 좋으며, 강하게 칠 때에는 첫 느낌보다 빠르게 반구됩니다.
피터팬 : 정통 5겹 합판다운 특성을 추구하되 한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3세대 답게 균형감 있는 블레이드입니다.
Z-Blade : 4세대이지만 공이 깊이 안긴다는 면에서 2세대 답다고 느껴지며 강한 타구감각 보다는 부드러움과 묻힘을 위주로 한 범용적인 블레이드입니다.
@TAK9.COM 답변 감사합니다~ ^^
초보시절부터 용품을 이리저리 바꾸면 안좋다고 배워서 아직 구입하기 전이지만
언젠가 꼭 써보고싶은 블레이드입니다. 실은 넥시의 거의 모든 블레이드가 그렇네요.
직업병인지 개인적으로는 히브리어나 헬라어 작명이 참 끌리는군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네이밍도 참 어려운 일 중 하나같아요. 좋은 이름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