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귀촉도 불여귀.
그이는 등불을 비추면서 밤새도록 처족들의 여러 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이가 공신에게 시 한 수를 일러 주었다.
대천일해(大天一海)에 무근목(無根木)이 떠 있고
가지는 열두 가지 잎은 삼백 육심 잎이 피었으니 뚜렷이 일월(日月)이 희다.
구시월 세단풍(細丹楓) 바람잡아 탄금(彈琴)하니
슬프다, 저 새소리 귀촉도 불여귀(歸蜀道不如歸)를 일삼드라.
그이는 광찬과 갑칠에게 태을주를 여러 번 읽게 하였다.
그리고 광찬의 조카 김병선(金炳善)에게「도리원서(桃李園序)」를 외우게 하였다.
또 경석과 내성에게 시천주를 입술과 이빨을 움직이지 않고 속으로 여러 번 외우게 하였다.
春夜宴桃李園序 (춘야연도이원서)
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音者 百代之過客 (부천지자 만물지역려 광음자 백대지과객)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이부생약몽 위환기하)
吉人秉燭夜游 良有以也 (길인병촉야유 량유이야)
況陽春召我以煙景 (황양춘소아이연경)
大塊假我以文章 (大塊假我以文章)
會桃李之芳園 序天倫之樂事 (회도이지방원 서천륜지락사)
群季俊秀 皆爲蕙連 吾人詠歌 獨慙康樂 (군계준수 개위혜연 오인영가 독참강락)
幽賞未已 高談轉淸 (유상미이 고담전청)
開瓊筵以坐花 飛羽觴而醉月 (개경연이좌화 비우상이취월)
不有佳作 何伸雅懷 (불유가작 하신아회)
如詩不成 罰依金谷酒數 (여시불성 벌의금곡주수)
무릇 천지는 만물의 여관(逆旅)이요, 세월(光音)은 영원한 나그네(過客)로다.
부평초 같은 인생이 꿈과 같으니 기쁨이야 그 얼마나 되겠는가?
옛사람이 손에 촛불을 밝혀든 채 밤에 유유자적하였음은 진실로 까닭이 있었음이라.
하물며 화창한 봄날은 아지랑이 낀 경치로써 나를 부르고,
대자연(大塊)은 문장으로써 나에게 빌려줌에랴!
복숭아꽃, 오얏꽃 활짝 핀 동산에 모여 형제들(天倫)끼리 즐거운 일을 차례로 서술하니
여러 아우들의 뛰어남은 사혜련과 같은데, 내가 읊는 노래만이 강락후에 부끄러울 뿐이네.
그윽한 경치 감상(感賞)은 아직 끝나지 않고, 격조 높은 이야기는 더욱(轉) 맑아지네.
옥 자리를 펴고 꽃을 대하여 앉아 새깃 모양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달빛에 취하니,
아름다운 시가 있지 않으면 어찌 고아한 회포를 펴리요.
만약 시를 이루지 못한다면 금곡(金谷)의 예에 의하여 벌주 석잔을 마셔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