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2강> 2023.6
제2강 4상과 8괘, 그리고 팔괘도는 무엇인가?
◆ 4상과 8괘가 있고 또 64괘가 있다고 하는데 ...
8괘는 음양의 조합을 3겹으로 표시하여 나온 것이라 했다. 음양이 한 겹일 때는 음효와 양효 둘이고, 2겹이면 4가지가 나온다. 네 가지를 사상이라 하고 8가지는 8괘라 한다. 이 8괘를 겹치면 모두 64괘가 된다. 달리 말해서 음양의 기호를 6겹, 즉 6층으로 만들면 모두 64괘가 된다. 2의 세제곱은 8이고 2의 6제곱은 64이기 때문이다.
8괘와 64괘를 구분하기 위해서 8괘는 소성괘小成卦라 하고 64괘는 대성괘大成卦라 한다. 주역은 음을 나타내는 끊어진 금을 음효, 이어진 금을 양효라 하는데 음효와 양효라는 2가지를 가지고 만든 이진법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0과 1이라는 이진법으로 계산하는 컴퓨터 방식과 같은 것이다. 다만 컴퓨터는 초기에 8비트, 즉 8층이 기본이었지만 주역은 3층이 기본이다. 오늘날 컴퓨터는 대개 64비트다. 주역의 괘가 모두 64개라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2진법을 공유한 때문이다.
음과 양, 두 기호를 섞어서 2겹으로 조합하면 4종류가 나와서 사상이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4상이라 하면 다 안다. 우리나라 한의학은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비롯하여 이제마의 사상의학으로 체계화된 것인데 사상의학에 따르면 사람의 체질을 4상으로 분류하여 각기 처방이 다르다고 한다. 같은 증세라도 태음 태양 소음 소양 이렇게 체질을 분류하여 처방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체질을 사상으로 보거나 우주를 지수화풍으로 보거나 인격을 인의예지, 또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로 보거나 모두 넷으로 보는 것이다. 나라를 볼 때도 경제국방, 정치외교, 사회복지, 문화교육 이렇게 네 범주를 보는 것이다. 칸트의 인식론도 수량, 성질, 관계, 양태라는 4가지 범주로 본다. 생물학에서 단백질의 합성도 기본이 4가지요 유전자의 DNA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도 4가지다. 무엇이나 이처럼 생성 변화 움직이는 현상과 그것을 인식하는 범주로서 기본적으로 4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좀더 세분하면 8가지가 되고 더 세분하면 64괘가 되는 것이다.
◆ 팔괘와 팔괘도八卦圖는 다른 것인가?
그렇다. 팔괘는 8가지 괘를 지칭하는 말이고 팔괘도는 그 8가지 괘를 하나의 원으로 둥그렇게 배열한 그림을 지칭하는 말이다. 음양과 팔괘에 대하여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역에서는 세상과 자연의 모든 변화와 생성과 운동의 바탕에는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기운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본다. 즉 음양이 상호 대립 모순관계, 또는 길항의 상극 상생관계를 통하여 생명과 운동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음양관계의 중심을 태극이라 한다.
음양을 기호로 표기할 때, 음은 끊어진 금, 양은 이어진 금이라 했다. 이 두가지 기호를 조합하여 2차원이 되면 사상四象이 나오고 3차원이 되면 8괘가 된다고 하였다. 이를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이진법으로 생각할 때 음은 0, 양은 1이라 보면 된다. 그래서 곤괘룰 이진법으로 표시하면 000이 되고 건괘는 111이 된다.
음양의 조합에 따라 이렇게 8가지 괘가 나오는데 그 성질을 보고 이름을 붙인 것이 ‘건곤감이진손간태’라는 것이다. 건은 하늘, 곤은 땅, 감은 물, 이는 불, 진은 우레, 손은 바람, 간은 산, 태는 호수다. 음양의 배합과 추이에 따라 이렇게 8괘로 변화되는데 이런 변화를 자연의 변화와 연결지어 공간으로 배열한 최초의 사람이 복희씨라고 한다. 복희씨는 동서남북 사방과 팔방의 방위를 8개의 괘와 연결시켜 배열하였다. 그렇게 배열된 팔괘도를 복희팔괘차서도, 또는 간단히 복희팔괘도라 한다.
그리고 주나라 문왕은 복희씨의 공간적 배열을 바꾸어 새롭게 시간을 기준으로 배치하였는데 그것을 문왕팔괘도라고 한다. 복희팔괘도는 선천팔괘도, 문왕팔괘도는 후천팔괘도라 하기도 한다. 선천 후천은 앞 시대와 뒷 시대라는 뜻인데 주나라를 기점으로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주나라 문왕이 팔괘의 시간적 배열을 생각한 것은 자연의 변화 때문이다. 자연의 변화는 사계절로 대표되지만 좀더 세분하면 24절기가 된다. 24절기를 3개씩 괘에 할당하면 계절의 순환을 팔괘로 표시할 수 있다. 이렇게 일년의 변화를 원으로 하여 팔괘로 배열한 것이 문왕팔괘도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나라 김일부는 새로운 후천개벽을 위한 팔괘도를 만들었는데 그것을 정역팔괘도라 한다. 이렇게 팔괘도에는 복희팔괘도와 문왕팔괘도, 그리고 정역팔괘도가 있다.
◆ 팔괘도八卦圖의 종류에 따른 그 특징은 무엇인가?
먼저 각 팔괘도의 모습부터 알아보자.
복희팔괘도와 문왕팔괘도, 그리고 정역팔괘도
이렇게 8가지 괘를 원으로 배열하는 방법으로 복희팔괘가 있고 문왕팔괘가 있고 우리나라 김일부의 정역팔괘가 있는데 그 밖에 다른 배열방법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배열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으러면 각 괘의 성질과 어떤 관련성을 가져야 된다.
팔괘도에 이같이 3가지가 있는데 그 깊은 세계는 말할 수 없이 크고 신비하여 다 알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들여다보고 생각할수록 심연을 보는 듯 깊어진다. 그래서 알기도 어렵고 설명도 어렵지만 그것을 누구나 알기 쉬운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히 가족관계의 비유로 설명해 보는 것도 주역 입문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팔괘를 인간관계로 보면 하늘과 땅의 건곤을 부모라 하고 장남은 우레 진, 장녀는 바람 손, 막내아들은 산 간, 막내딸은 연못 태, 가운데 아들 딸은 물과 불인 감과 이괘가 된다. 우주를 한 가족으로 보면 이렇게 하늘과 땅이 부모라면 그 사이에 아들이 셋 딸이 셋이다. 우레, 물, 산이 하늘에 속한 아들이요 바람, 불, 호수는 땅에 속한 딸이다.
이들 온 가족이 둥그렇게 한 자리에 앉는다고 할 때 그 배열에 따라 복희의 선천팔괘와 문왕의 후천팔괘가 있고 우리나라 김일부가 배열한 정역팔괘가 있다. 이것들의 관계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내가 태어나기 전의 가족이 있고 내가 자랄 때의 가족이 있고 내가 부모가 되어 형성한 가족이 있다. 복희팔괘도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의 나의 모습이 있고, 문왕팔괘도는 내가 자랄 때의 모습이 있고, 정역팔괘도에는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역사와 발달의 단계로 3가지 팔괘도를 생각하는 것이다. 또는 세가지 팔괘도가 각각 우주관 역사관 인생관을 나타낸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관이란 보이는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직관하는 체험을 말한다. 과학의 우주론은 보이는 세계를 관찰하고 계측하여 엄밀하고 객관적인 수학적 체계로 이론화하는 것이지만 우주관은 성인이 보이지 않는 우주 전체와의 교감을 통해 직관하는 근본체험을 상징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 관을 가질 때 다석은 가온찍기라 했다. 가온찍기도 셋이 있다. 하나님을 만나는 가온찍기는 우주관, 그리스도를 만나는 가온찍기는 세계관, 성령의 얼을 만나는 가온찍기는 인생관이다. 그래서 천지인 삼재라 한다.
◆ 8괘의 구성과 성질을 좀 더 설명한다면?
만물의 성질을 8가지로 분류한 것을 8괘라 했다. 음양의 조합에 따라 8가지가 나오는데 만물의 성질에 맞춰 이름을 붙인 것이다.
건괘는 하늘, 곤괘는 땅, 감괘는 물, 이괘는 불, 진괘는 우레, 손괘는 바람, 간괘는 산, 태괘는 호수라 한다.
먼저 건괘는 모두가 양효로 되어있다. 아래도 양이고 중간도 양이고 위도 양이다. 이와 반대로 곤괘는 모두 음효다. 이렇게 건의 양효와 곤의 음효가 섞이고 조합되어 다른 6가지 괘가 나온다. 우주자연을 생각할 때는 건을 하늘이라 하고 곤을 땅이라 한다. 세 금 가운데 이어진 강한 금이 하나면 양괘이고 이어진 강한 금이 둘이면 음괘가 된다. 이것도 독특하다. 강한 것이 하나 있는 괘를 양괘라 하고 강한 것이 둘이 있으면 음괘가 된다. 음괘에 양의 강한 성질이 더 많다는 것이다. 물은 가운데 강한 금이 하나 있으니까 양이고 불은 양 끝에 강한 금이 두 개가 있어서 음이다. 양을 나타내는 물은 속이 강하다고 가운데 하나가 양효이고 양끝이 음효인데 음을 나타내는 불은 겉이 강하다 하여 양끝이 강한 양효이고 속이 부드러운 음효로 되었다. 말하자면 음괘 속에는 양의 기운이 더 많고 양괘 속에는 음의 기운이 더 많다. 이처럼 음양으로 나누면서도 음양을 이분법으로 분리하거나 단절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드러낸 것이다. 음양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늘 다양한 상호작용 안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대립의 상극 가운데 상생의 기운이 작용하여 음과 양이 길항하고 갈마들며 움직이는 것이다. 비근한 예를 들어 우리 몸의 소화과정을 보면 먼저 침샘에서는 알칼리성의 침이 나오지만 위에서는 강한 산성의 위산이 나오고 이어서 십이지장에서는 다시 알칼리성의 담즙과 소화효소가 나와서 중화가 된다. 이처럼 음양은 어디서나 길항작용과 갈마듦의 역동적 과정으로 상생하는 상보적 관계라는 것이다.
▲ 마무리
2강에서 우리는 사상과 팔괘를 알아보고 음양과 팔괘의 성질에 따라 자연현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았다. 팔괘를 소성괘라 하고 64괘는 대성괘라 한다. 또 팔괘의 배열인 팔괘도는 3가지가 있는데 복희팔괘도와 문왕팔괘도 그리고 정역팔괘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