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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층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정익진
스캣
비비딥 디들라, 비비딥디들라
히비히비 지비즈, 비비딥디들라비비딥디들라…
응,……… 잘 지냈어? 그러니까 어떠한 바탕색도 어떤 맨드라미도
어떠한 사다리도 없이 그저 푸르랑푸르랑 날아보겠다는 말이야
그래, 맞아,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관능적이고
여유롭다는 거지, 좀 더 들어봐……
(편안하게) 메를르로퐁 티티새야 티티카카호수야 퐁즈는 주스마시고
피아노, 피아노시모 그래서 말랐다아르메르치, 벨리사리오는 불사르지오
방금 아파트 관리기사가 초인종을 고치고 갔어
수리비 이만 오천 원이래 삼 만원 줬어
… 벽에 기대선 기타가 있고
왼쪽 창의 커튼 사이로 길 건너편 종합병원이 보여
빌라 사보아였을까, 성가족 성당의 일부일까
침묵으로 세워진 오백층짜리 건물이었을까, 그 속을 상상하게 돼
티브이에서 나는 말소리, 타이어의 마찰음이 들려오고
화분을 덮고 있던 머리카락이, 비비딥
안개속의 밤들이 목구멍 속으로, 디들라
귓구멍 속으로 막 사라지려는 뱀의 꼬리가, 와르와르 루파빠
뭐, 이런 식이야
알레그로 마 논 탄토 (1분 동안 숨 쉬지 않고)
어쩌다 제 머리에 자라던 뱀의 길이를 줄자로 재다 졸도해 버린 그 남자 귀가 간지러워 다시 깨어나 보니 제 머리의 뱀들이 취리리취리리 그 남자를 주시하다 방향을 틀어 동네 놀이터로 내려가니 나도 뒤를 따라 놀이터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는데 왜 내가 뱀의 꼬리를 잡고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려있는지요
지쳐 쓰러져 있는 너를 일으켜 세워
꼭 끌어안고 춤 추려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자꾸만 흘러내리지
골반과 골반이 함께 튀는군, 튄다, 튀어, 튀튜튀튜 튀밥밥……
날 더 튀겨 줘, 날 먹어 줘, 날, 날로 먹어,
한 번만 더 오우 오우달링 슈슈룹디들라
또 누군가의…
미쳐 가는… 관자놀이를 관통하는… 비명,
늙은 아랍여인들의 혓바닥 굴리는 소리, 와할랴하르르랴랴랴랼
태양 밖으로 시커먼 것이 툭, 떨어졌을 때
까닭 없이 찾아온 슬픔, 북받쳐 오르는 울음……
이젠 각자 다른 이름을 부르며 잠에서 깨어나고
앞서 간 친구들의 햇살도 기억나지 않아요
달빛이 벽속으로 스며들자
벽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들
부엉이보다 반딧불이를…
쌀 한 톨이…튀튜튀튜 디를라
비누 대신에 아이스크림으로…슈바뚜뚜 슈바튜
그런 것들,
지도에 그려진 불안, 광기, 공포, 그리고
지도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불편하게) 마다가스카르완다다앙골골라케냐냐짐바브브웨
개들의 입이 피로 젖고
검은 새들이 떠돈다, 집과 나무가 타는
소리가 폐허에 가득하다
한바탕 정적이 지나가고
정신분열과 핵분열동시다발로터터터져버려
체체르노빌라헤르체체코비나비나세르비비
날개 속에 뿔이 자라고
계단 밖에서도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
솨솨분데스리가프리메라가레이디가가
(마음 편히) 꼬리파란뱀발을헛디디고파파파롤쉬쉬르쉬르소쉬르
랑그파파파랑파파랑빠빠롤링끊임없이미끄러지고,
바람 부는 쪽으로 해바라기 씨를 담아
수천 통의 편지를 부쳤지만 되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겨드랑이와 등 뒤로 돋아난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적요의 바다 위를 유영할지니
해변으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태양과 달
바람의 시체들이여
쉬쉬쉬괜찮아쉬쉬 브와브와브와예 오키프 깊이
더 깊이 안아줘, 사랑해……사랑해 푸르스름한 푸르디시린
그리하여 피의 그림자란 것이
저 산정 위에 펼쳐진 불그스레붉디 푸른노을이었음을…
아프라 바툴라 에밍폿
프리푸르샤 르파랑 부블라푸부와 에클라뷔아……
* 스캣(Scat): 재즈 보컬리스트가 가사 대신에 뜻 없는 말로 즉흥적으로 프레이즈를 만들면서 부르는 것. 그들의 목소리를 활용하여 악기와 맞먹는 소리를 낼 수 있다.
-2013,『문예중앙』겨울호
카드 게임
오른손이 탁자 아래에 떨어져 있는 빵가루를 만지는 동안… 왼손은 너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왼손이 멀어져가는 기차를 향하여 손을 흔드는 동안, 오른손은 집으로 돌아와 과도를 쥐고 사과를 깎는다. 왼손은 오른손의 모순이다. 오른손은 야구공을 던지고 왼손은 농구공을 몰고 골대를 향해 달린다. 오른손 위에서 왼손이 없어지고 왼손 아래에서 오른손이 흩어진다. 손들은… 역류하듯 솟구친다, 모르는 척하고, 기어오르고, 그림자와 함께 은근히 스며들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손이 아니다. 손이 아닌 것들은 울어도 된다. 다섯 번째 모순이다. 오른손 위에 무수히 떨어지는 오른손의 얼굴을 알 수 없다. 왼손 위에 서서히 떠오르는 오른손은 왼손의 사건이다. 행운의 감촉은… 딱딱한가, 넓은가, 보편적인가, 황당한가… 손의 표정은 色이다. 무늬다. 오른손이 시를 쓰는 동안 왼손은 소설을 쓴다. 왼손이 오른손을 지우는 동안 오른손은 왼손을 그린다. 양손은 양손의 배신이다. 아홉 번째 패배다. 오른손은 왼손을 잡아먹고 왼손은 오른손을 뱉어낸다. 과실이다. 책임이다. 회피다. 후회다. 불행의 감각을 손으로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악수를 해야 한다… 코를 세워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대신 목걸이를 뜯어내고… 단추를 채워주는 대신 옷은 벗겨야 한다. 그리하여, 끝없는 모험이다. 반복이다. 영원한 미스터리다. 오른손은 왼손의… 왼손은 오른손의…
-2014, 『신생』봄호
도마뱀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한 토막은 변기의 극장 속으로… 한 토막은 지붕 위의 날개 위에서
또 다른 한 토막은 내 새끼손가락에서
꼼지락 거린다, 꼼질꼼질
실내악 연주가 끝나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흩어져버린 발자국들과 함께
앞뒤가 토막나버린 구절들;
…파아노를 매고…
…향수도 없이…
…접시 위에 떨어진 그 여자의…
…꼬리를… 쓰러져…
…더욱 독해진…
…불타는 안경이…
…폭설이었다…
…우산이 먹어버린…
…곤충에 매달려…
…물속으로…에서…
나머지 구절은 다 죽거나 물이 빠지거나,
발가락에서 다시 꿈틀거린다
변기 속에서 두 개의 머리가 떠오른다
침대 위에서 몸통이 지그재그 기어 다니고
내 혓바닥에서 깃발을 흔들어대는 꼬리
한 토막은 절망에 두고
한 토막은 남부민동에서… 또 다른
한 토막은 습관처럼… 돌고, 돌아
아미타는 관세음을 낳고 관세음은 석가를 낳고
석가는…지장을 낳고…낳고
-2014, 시집『스캣』
나는 커서,
나는 커서 외국인이 될 것입니다.
내국인의 취향에 맞춰 커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표정이 미숙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성장속도를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죠.
파란색에 열을 가하면 하늘이 되고
돌멩이에게도 자꾸 말을 걸면
머리카락이 자란다죠. 내국인들의
호수는 그리 깊지가 않아서요.
동네 약국 아저씨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는 고개만 가로 저을 뿐 말은 하지 않았지요.
그저 사람들의 입에서 터지는 말풍선을
진지하게 바라만 보았지요.
어둠과 어리석은 불순물을 섞어 만든 비빔밥… 질렸어요.
내국인의 의자 위에선 키가 자랄 수도 없었어요.
의자에서 떨어져 깨어나 보니 절벽 아래였지요.
장대높이뛰기를 배워야 할까요.
자라거북이라도 키워 볼까요.
…나팔꽃이…
고래가…
파도가 되고 싶어요.
아니요, 외계인이 될 겁니다.
은하수 부스러기… 달빛 조각들…
뭐, 그런 것들이 먹고 싶어요.
우주가 될 거예요.
- 2014, 시집『스캣』
b급
♀. 바비인형 코너
!. 생각을 핑크로 하겠다.
핑크 돌고래, 핑크 젤리, 핑크 페니스에서 핑키 콘돔까지
핑크로 뒤집어 씌웠다.
라벨마다 발비Barbie 라고 씌어 있다.
금발에 다리 길고, 얼굴 작고, 눈 대따 크고
양키 예쁜이의 대명사 바비인형의 그 바비
침대가 보이네. 오, 핑크빛 무드^^
침대 위에 바비인형과
일본식 공기인형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네.
생각이 왜 이럴까.
오줌도 핑크, 똥도 핑크, 오우! 핑키, 이러지마.
☆. 팝콘
!. 이번 금요일 선생님이
부모님 오시래요, 몰라,
내가 너무 튄다나, 몰라
몰라요, 팝, 팝, 영화 ‘착신아리’ 의
상영이 끝난 뒤 바닥에 흩어진 팝콘들을
치우느라 꽤나 힘들었겠죠.
첫날밤 신랑신부 팝콘을 먹어요.
대통령대변인이 연설을 마치고
팝콘을 먹죠, 좀 짰나 보죠.
교황께서 미사를 끝내고,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예수님께서 삼일 만에 부활하신 뒤에
팝콘을 드시죠.
열반에 드신 스님의 입에
머금고 있는 팝콘 몇 알, 할~
화미주 미용실 낸시 언니랑,
퓨전 음식점 주방장 필립 아저씨랑
모두, 모두, 모여서
팝 크리스마스트리, 팝콘으로 만든
눈썰매를 타고, 야호!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 일본계열
!. 갱 녀석들이 ‘다카하시 켄이치로’라며 사진을 슬쩍 보여주었다.
이 작가는 ‘詩’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장르를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마지막 따발총을 갈기고,
강물 속으로 유유히 헤엄쳐갔다.
그래, 바로 이 자들이고, 그 철공소들이다.
갱 녀석들은 또 한 번 ‘카미가제’란 말을 들먹이며
나의 비위를 슬쩍 건드려 보겠다는 옵션을 빠뜨리지 않았다. 짜잔~
이 철공소들이 등장할 것을 예상했어야 하는데
갱들의 공원에서 이미 만나기로 한 사람은 ‘테라야마 슈지’였지만
‘오기다리 조’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 화근이었다.
오 기다리조
오 다기리조는 우울한 갱단의 두목이었다.
멍멍, 생각을 해본다.
오기다리 조를 기다리며 ‘사요나라 갱들이여’를 읽는다.
♂.‘해변의 여인’(홍상수)
!. 아니야, 맞아, 아닐 거야. 바보지. 가령 미끄러졌다 해서 미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억울하잖아. 글쎄, 뭐랄까. 물은 다시 꽃을 피우겠지만 이번엔 아닌 것 같아, 미안해, 아직까지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거봐, 내가 뭐랬어. 봐, 신발도 형편없잖아.
아직도 핑퐁이야, 음… 맞아, 올라갈 것은 올라가고, 맞아, 그렇게 말해보는 것도 좋겠지. 너 정말 똑똑하구나. 할 말도 못 다하고, 섹스 할 때처럼… 어깨도 풍선처럼 부풀어가고, 뭐 아무것도 아니잖아. 입술이 또 여러 개야. 그러지 말래도… 내가 너무한 게 아니라고 이봐, 이봐, 이보라니까.
내가 텅 비어 버리면 어쩌려고, 너의 머리와 가슴 사이로 지나갈 수도 있겠지. 그렇지, 어서, 그것도 못해? 빨개 가지고는… 한 번 해봐봐. 왜에, 왜에, 그때는 말야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었다잖아. 아니 정말 그게 맞잖아. 찔러봐, 찔러보라니까.
☎. 하하, 호호
!. 키스 헤링이랑 키스 해봤어?
알랭 드 보통 그 사람 말야.
보통사람이라고 얼마나 우기는지
오가피주랑 마늘빵이랑, 어때?
어이구, 자연스럽게 돼야 할 건데.
라퀴브 쇼라고 들어봤어? 와, 정말 그림 희한하더라
꽃을 향해 포효하는 짐승들, 화려함의 극치였어.
계속할까 헉헉, 우리 좀 쉬었다 해.
국수나 한 그릇 말아먹고, 속았지.
♥……♥
침대가 보이네. 오, 핑크빛 무드^^
-2014,『시사사』 5, 6월호
부산 생, 1997년 『시와 사상』 제1회 신인상 등단.
시집: 『구멍의 크기』, 『윗몸일으키기』, 『낙타 코끼리 얼룩말』,
『스캣』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