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종범 인터뷰.,... 선수로서도 인간적으로서도 훌륭한 사람이네요..

[김융기]

시즌 전 KIA의 4강행을 점쳤을 때 그것은 전망이 아니라 차라리 소망에 가까웠다. KIA 팬들마저 '지나친 낙관'이라는 태도였다. 2007시즌 8위, 지난 시즌 6위에 그친 만큼 당연한 자세일지 몰랐다.

하지만, 올 시즌 KIA는 두산, SK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다 경기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지난해 롯데에 이어 한국프로야구 인기몰이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KIA 선전의 배경은 탄탄한 마운드와 코칭스태프의 노력, 전해에 비해 짜임새 있는 타선 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빈약한 타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이종범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은퇴 갈림길에 몰렸던 이종범은 올 시즌 4번 타순을 제외하고 전 타순에 들어서며 KIA 타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장을 찾는 팬들은 말한다. "이종범을 보러 왔다"고.

'야구천재'도 이제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다. <스포츠춘추>가 KIA 이종범을 찾아 '바람의 노래'를 들었다.
 

6월 25일 현재 타율 2할8푼3리, 21타점, 7도루, 1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 최다안타와 도루는 2위, 타율은 3위다. 야구전문가들은 당신을 'KIA의 키플레이어'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팀 성적이 좋다 보니까 내가 조금 드러난 것 같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혼잣말로) 2006, 2007년 2년간 부진했을 때 주변에서 뭐라고 했나. "이젠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그때 생각하면 참….

지난해 타율 2할8푼3리를 기록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당신이 말한 바와 같이 2006, 2007시즌은 극도로 부진하며 구단과 야구계에서 두루 비판의 대상이 됐다.

당시 꽤 서운했다. 내가 한국야구와 타이거즈에 이바지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까지 송두리째 부정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단칼에 은퇴 종용 기사가 나오는 걸 보고…. (잠시 숨을 들이켜고 나서)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역시 야구에서 ‘2등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관중이 말한다. "이종범을 보러 여기까지 왔다"고. TV로 야구경기를 보는 이들이 입을 모은다.  "이종범을 보려고 앞에 앉아 있다"고. 이종범이 갖는 상징성은 야구선수 이상이다. 그것을 우리가 올 시즌 알았을 뿐이고 이종범이 실력으로 증명했을 뿐이다(사진=KIA)

야구공만큼 작아진 대선수, 아내의 조언으로 다시 일어서다

2006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해마다 구단은 당신에게 '명예로운 은퇴'를 권했다. 2007시즌 종료 후는 '해외 지도자 연수'를 강권하는 바람에 당신의 은퇴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뭐가 아쉬워 구단에 이렇게 기면서까지 야구를 해야 하나 싶었다. 옛날 그분들이 내게 뭐라고 했나. "이종범은 타이거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그렇게 많은 부상을 참으면서도 그라운드에 나가 치고, 달리고, 쓰러지고, 괴로워했던 이유가 무엇이었겠나. 나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했던 그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와 내가 왜 그분들한테 천대와 괄시를 받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물론 구단 입장을 영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돈 주고 고용하는 이와 돈 받고 일하는 이의 입장이 어디 똑같겠나. 하지만 타이거즈가 힘들 때 내가 언제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있었나.

그즈음 당신이 '트레이드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굳은 표정으로)실제로 "트레이드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왜냐? 구단에서 날 안 쓴다니까. 그런데 난 현역생활을 지속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마저 했다. '세상에 연봉 1원 받고 뛴 선수가 있었을까'하는. 난 당시 정말 연봉 1원을 받아도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아무 불평불만 없이 뛸 준비가 돼 있었다.

당신의 트레이드는 구단으로선 악몽이다. 타이거즈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팬들의 비난이 엄청나게 쇄도했을 거다. 당신에게도 타이거즈 팬들의 서운한 감정이 쏟아졌을 테고.

이종범이 야구를 계속 하려고 팀을 떠난다면 타이거즈 팬들도 이해해 주셨을 거다. 만약 내가 돈 때문에 구단과 승강이를 벌였다면 모르지만, 난 그저 야구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2006, 2007시즌 극도로 부진했던 이종범은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사진=KIA)

최선참급 선수들이 흔히 하는 말 가운데 "내 성적이 좋아야 통솔력도 생기고, 후배들도 챙긴다"는 게 있다.

2년간 부진하며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알았다. 극도로 부진하면 본인 스스로 작아진다. 웬만하면 나서기 싫고, 사람 많이 모인 곳은 가기가 꺼려진다. 친하게 지냈던 이들에게 괜히 미안하고 불필요한 눈치도 본다. 내 성격이 그리 예민한 편이 아닌데도 자꾸 소심해지지 뭔가. 화려한 조명을 받던 연예인들이 인기가 떨어지면 자살도 생각한다고 하는데. (한숨을 내쉬며)누가 알았겠나.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지….

당신 같은 대선수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니 다소 의외다.

대선수도 야구공처럼 작아질 수 있는 게 야구다. 그땐 정말 나와 싸우기도 벅찬데 여러 이들과 싸워야 했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주변에서 야구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거다. 한창 시즌 중엔 선수를 건들 필요가 없다. 어차피 야구는 결과가 숫자로 나오는 스포츠다. 시즌이 끝나고 평가해도 늦지 않는다.

트레이드는 무산됐다. 그렇다고 당신의 팀 내 입지가 강화된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주변 상황은 당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자신감도 상실했다. 그런 와중에 다시 야구에 몰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팬과 아내의 격려가 시련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나 아내는 나보다 야구 애착이 크다. 하루는 아내가 그러더라. "당신 같은 선수가 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현실이 안타깝고 원망스럽다"고. "그래도 당신을 지켜보는 팬이 있으니까 그분들을 위해 열심히 뛰라"고. 나이 들어 처음 알았다. 내가 한숨을 쉬면 즐거움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은 팬도 한숨을 내쉬고, 내가 용기를 갖고 살면 그분들도 그렇게 하신다는 걸 말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 자신감의 회복 

올 시즌 이종범은 하체강화에 따른 타격폼 변화로 2005년 이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40살에 타격폼 변화를 시도하는 건 야구계에선 모험이다(사진=KIA)

국내 최고의 전력분석가인 SK 김정준 팀장은 "올 시즌의 이종범이나 부진했을 때의 이종범이나 실력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극심한 부담과 자기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올 시즌 제 실력이 나오는 것뿐이라고 하던데.

사실 지난해까지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말도 못하게 심했다. 올 시즌은 타격이 좋지 않을 때 타격폼을 바꾸면서 부진을 타개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런 느낌 있지 않나. 시험 앞두고 책을 보긴 보는데 아무리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의 느낌.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거라는 예측도 안 되고, 배팅 타이밍도 못 맞추고 그저 속으로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지'하는 생각밖엔 나지 않았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집중할 수도, 무슨 병에 걸린 아이처럼 몸에 힘까지 없었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후우-. 눈만 뜨면 짜증만 밀려오는 시절이었다.

누구보다 당신을 '타이거즈의 영혼'이라 부르는 팬들에게 미안했을지 싶다.

타석에 설 때마다 자신에게 창피할 정도였는데 팬에겐 오죽했겠나. 팬들이 날 가리키며 '저 선수가 예전 그 이종범이었나?' 하고 낙담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6월 2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회말 이승호를 상대로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치는 이종범. 광주구장 뿐만아니라 전국 어느 구장에서나 '이종범'을 연호하는 수많은 야구팬을 본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안타에 환호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고 있다. 먼훗날 야구팬들은 후대에 그렇게 말할지 모른다. "나는 직접 이종범을 봤다"고. 우리시대엔 사소한 그 말이 후대엔 전설이 될 것이다(동영상=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시작은 지난 시즌부터였다.

2008시즌부터 조범현 감독님이 KIA 새 사령탑으로 오신 게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마무리 캠프를 갔을 때 조 감독님이 내게 "타격폼을 점검해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 차분히 분석하니까 이게 웬걸. 외야까지 절대 타구가 갈 수 없는 타격폼이었다. 사실 감독님이 말씀하시기 2년 전부터 해태 때와 일본 진출 뒤 한창 좋았을 때의 비디오를 찾아보며 잃어버린 타격폼을 찾으려 별의별 연구를 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원래 타격폼을 찾지 못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근본원인? 그게 뭐였나.

2005년 타율 3할1푼2리를 기록했다. 그해 성적은 좋았지만 타격폼이 좋지 않았다. 단타 위주로 치려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상체 위주의 타격이 됐다. 상대팀은 이미 내 약점을 알고 있었지만 난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가뜩이나 2006년 초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 잘 치다보니 정규시즌에서도 그 타격폼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까 상체 위주의 타격은 단기전은 몰라도 장기전은 영 아니라고 했다. 역시 정규시즌과 같은 장기 레이스에서는 하체로 쳐야 슬럼프가 길지 않다.

노장에게 하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시즌 초반에는 노장도 체력이 남아 있으니까 괜찮다. 여름부터가 문제다. 체력 저하는 상체부터 시작된다. 상체 힘이 빠질 때 하체 힘으로 견뎌야 한다. 투볼, 원스트라이크 투볼, 원스트라이크 스리볼 등 좋은 타격 기회에서 마음먹고 치는 공도 하체가 부실하면 범타로 끝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근래 당신의 타격을 가리켜 "최대한 공을 몸에다 붙이고 친다"는 평이 많다.

그전엔 공을 배꼽에 두고 치는 게 아니라 1m 앞에 두고 치기 일쑤였다. 그냥 상체만 돌리는 타격을 했으니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예전 김봉연(현 극동대 교수) 타격코치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그게 뭔가.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50cm 앞에서 공을 치는 타자는 타율 2할5푼, 30cm 앞에서 치면 2할7푼, 홈플레이트 바로 위에서 치면 3할, 그 뒤에서 치면 3할3푼 타자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최대한 공을 뒤에다 두고 쳐야 좋은 타자란 뜻이었다. 요즘 스스로도 공을 끝까지 보고 최대한 뒤에서 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40살의 '변화'는 모험이다

이용규, 김원섭의 부상이 이종범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출전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없다'는 식의 긴장이 노장에겐 큰 부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종범은 이용규, 김원섭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사진=KIA)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게다가 당신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였다. 변화를 시도하기엔 너무 늦거나,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타격폼의 변화다. 공을 끝까지 볼 수 있는 것도 변화된 타격폼 덕분이란 생각이다.

앞에서 하체 이야기를 했는데 지난해부터 타격 스탠스를 넓혔다. 하체에 어느 정도 힘이 붙으니까 다리를 벌려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하체가 낮아지면서 타격폼도 안정되고 공도 더 잘 보게 됐다. 아, 방망이가 부러지는 횟수도 증가했다.

노장 선수의 배트가 부러진다면 그건 좋은 징후다. 공을 끝까지 보느라 배트가 다소 늦게 나와 손목 부분에 자주 많았다는 뜻이니까.

한창 부진할 땐 배트가 한 번도 부러지지 않았다. (손을 흔들며)아니 부러질 일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당신 말대로 공을 끝까지 보며 타격하는 바람에 밀어치기 안타도 많이 나오고 배트가 부러지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해까지 당신의 훈련량은 여느 노장선수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팀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다고 들었다.

순발력, 빠르기, 힘 등 어느 하나 예전 같지 않다. 제아무리 근력강화운동을 열심히 해도 예전 근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밥만 먹고 근력강화운동을 조금만 해도 근력이 유지됐다.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가 와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몇 배의 노력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힘도 유지할 수 있고 부상도 방지한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스프링캠프에 들어가기 전 산을 많이 탔다. 스프링캠프 때는 러닝과 하체 단련 위주로 훈련을 많이 했고. 요즘도 종아리, 허벅지 등 하체강화에 애를 쓰고 있다. 상체는 아무래도 파워히터가 아니라 짧게 치는 타자다 보니까 손목강화훈련을 중점적으로 한다.

흔히 노장 타자에게 그런 평을 한다. "나이가 들어 배트 스피드가 늦어졌다"고. 하지만, SK 김경기 2군 타격코치 같은 이들은 '배트 스피드는 나이가 든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되레 노장 선수들이 고전하는 건 '부상으로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그것이 원인이 돼 다시 2차 부상이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나이 든 타자들을 일괄적으로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라고 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속 140km의 속구는 배트에 살짝 대기만 해도 20, 30m까지 날아간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나. 야구는 스피드가 아니라 타이밍이라는 거다. 아무리 배트 스피드가 빨라도 적당한 타이밍에 휘두르지 않으면 범타로 끝난다. 이 타이밍을 잘 맞추려면 동체시력을 포함해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잔부상에 시달리고 힘도 떨어지며 결국, 자신감마저 잃는 악순환이 연속 된다. 노장은 배트 스피드를 잃는 것보다 자신감을 잃는 게 더 치명적이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외야 수비도 다른 해에 비해 매우 좋아졌다는 평이다.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인지라, 체력부담이 클 법도 한데.

지금까진 괜찮다. 수비는 타구가 날아올 때보다 날아오기 전이 더 중요하다. 어떤 공이 내 쪽으로 올 수 있는가 여러 가지로 예상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긴장하지 않고 체력 부담도 적어진다.

구장 입구에 붙어있는 이종범 브로마이드. 이종범이 타이거즈이고 타이거즈가 이종범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지금도 전국의 야구장을 찾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요즘 원체 잘해서일까. 젊은 야구팬 사이에서 '이종범을 재조명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지금도 내게 옛날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눈을 지그시 감으며)돌아보면 유격수로 출전했을 때가 가장 야구가 재밌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올 시즌 초에는 전격 3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신의 내야 수비를 보니 묘한 감정이 들더라.

팀 사정상 3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는데. 음, 어느 자리든 개의치 않는다. '왜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포지션을 주지 않나' 불평하는 것보다 새로운 포지션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 걸 기뻐하는 편이 훨씬 낫다. 야구를 즐긴다는 말은 거창한 게 아니다. (강한 어조로)생각을 조금 바꾸면 야구가 달리 보인다.

혹여 다시 유격수를 맡는다면 어떨까.

나야 맡고 싶지(웃음). 감독님께서 날 유격수로 기용할지가 미지수라 그렇지.

만약 감독이 유격수를 맡긴다면?

지금이라도 유격수로 출전하라면 나가서 잘할 자신이 있다. 타구 오는 길을 알고,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빙그레 웃으며)나도 내가 유격수로 뛰는 걸 한 번 보고 싶다.

감독의 꿈, '상상을 초월한 야구를 펼치고 싶다'

1998년부터 2001년 전반기까지 4년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했다. 많은 야구인이 "일본에 가지 않고 한국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해내곤 한다. 이유가 있다. 당신이 무리 없이 한국프로야구에서 뛰었다면 많은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6월 5일 역대 2번째, 최소경기 500도루에 성공했지만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진작 600도루를 넘었을 것이다.

주변의 말대로 만약 일본을 가지 않았다면 내 야구인생은 탄탄대로였을지 모른다. 팔꿈치 부상도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성적도 떨어지지 않았을 거다. 유격수로서의 지명도도 더 높아졌을 테고. 솔직히 일본에 다녀와서 몸이 망가지고 명예도 실추됐다. 하지만.

하지만?

(목소리에 힘을 주며)일본에서의 경험이 반드시 현역 때만 유효하란 법은 없다. 지도자가 됐을 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훌륭한 교훈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정말 일본에서 야구는 물론이려니와 인생을 많이 배웠다. 남들은 주니치 '3년 반'을 헛된 시간이라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그것이 또 하나의 재산이다.

지난 시즌까지 이종범은 후배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스무살 가까이 차이나는 안치홍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느 야구해설가는 "KIA 에서 이종범의 안타는 홈런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사진=KIA)

교훈과 재산?

일단 일본에서 야구를 많이 배웠다.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2군 생활도 경험했고. 훗날 지도자가 됐을 때 최소한 선수들에게 야구의 빛과 그림자를 알려줄 정도의 체험은 했다고 믿는다. 왜 그렇지 않나. 내가 일본에 가기 전까지 무명선수들의 마음을 알기나 했겠나. 무엇보다 외국야구리그에 진출하고 싶어도 번번이 좌절된 선수와 비교할 때 난 정말 행운아다.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고 불평하는 건 그 선수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지도자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 말이다. 감독의 꿈은 있나.

어느 야구선수나 감독의 꿈은 있지 않겠나.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물의를 빚으면서까지 인위적으로 감독이 되고 싶진 않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감독이 되고 싶다. 일단 감독직을 맡으면 많은 이의 상상을 초월하는 야구를 펼치고 싶다.

모든 이의 상상을 초월한 야구는 어떤 야구일지 궁금하다. 감독이 된다면 어떤 야구를 펼치고 싶나.

투수에겐 공격적 투구를, 타자에겐 더욱 거친 플레이를 주문할 것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두려움 없는 야구'를 하도록 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상상을 초월한 야구는…비밀이다(웃음).

이종범의 고언, "야구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것"

다치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그런 면에서 당신과 삼성 양준혁을 볼 때마다 후배 선수들이 정작 부러워해야 할 것은 기록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란 생각이다.

난 뼈 자체가 원체 통뼈라 잘 다치지 않았던 것 같다(웃음). 근력도 타고났고. 좋은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조범현 감독은 베테랑을 대우하고 활용할 줄 아는 이다. 조 감독은 "이종범은 성적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관중을 불러모으는 티켓파워가 있다"며 "자신의 연봉 몇 십배에 해당하는 관중수입을 올리는 선수를 억지로 은퇴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사진=KIA)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큰 부상을 2번 경험했다. 1998년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 한신전에서 가와지리 데쓰로에게 사구를 맞아 왼쪽 팔꿈치가 부러진 것과 2002년 롯데전에서 김장현의 투구에 얼굴을 맞은 것이다. 그 때문에 한때 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40살인 올 시즌 보면 어느 선수보다 타석에 바짝 붙어 있다.

2번의 부상 전까지 공을 두려워한 적은 없었다. 한창 젊었을 때는 '맞아도 되고, 부러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서다 보니까 타율도 좋아지고 홈런도 많이 쳤다. 지금도 변한 건 없다.

팀을 위해서 1루에 출루하는 방법은 꼭 안타만이 아니다. 볼넷도 좋고 몸에 맞는 공도 괜찮다.

젊은 후배들도 배트에 공이 맞지 않으면 몸으로라도 맞고 나갈 생각을 했으며 한다. 그게 도전의식이다. 자꾸 도전하지 않으면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을 손에 쥘 수 없다.

도전의식도 의식이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아까 트레이너실에 갔더니 (김)선빈이가 누워 있었다. 전날 내야플라이를 잡다 발목을 다친 모양이었다. 농담삼아 선빈이한테 "야, 내야플라이 잡다가 발목 삔 선수는 지금까지 야구 하면서 네가 처음이다"라고 했다. 그냥 웃어 넘기지 말고 젊은 선수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무엇을? 왜 부상을 당하는지를.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비수는 하나만 생각하지 말고 늘 2, 3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말하는 2, 3가지 생각은 뭔가.

가령 무사 주자 1루라 치자. (안)치홍이가 2루수고 선빈이가 유격수면 사전에 둘이서 "만약 내야안타가 나왔을 때 1루 송구가 늦을 것 같으면 3루를 향해 오버런하는 1루 주자를 잡자"는 식의 각본을 짜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제 걸려도 한 번은 꼭 주자가 걸린다. 야구는 우격다짐의 스포츠가 아니다. 어느 종목보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영리한 스포츠다.

좋은 지적이다. 올 시즌 KIA가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창의력 야구는 아직 미지수다.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SK와 두산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야구해설가는 "이종범식의 영리한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가 KIA에 단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할 정도다.

전성기 때 2루 주자로 있으면 내야 안타에도 무조건 홈을 달린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 아슬아슬한 내야안타가 나오면 수비수가 1루로 송구할 확률이 높으니까. 상대의 작전과 타성을 역이용하는 것이 야구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다.

젊은 선수들이 당신처럼 상대의 작전과 타성을 역이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요즘 후배들은 너무 긴장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생각은 하질 못한다. 과거 언론에서 나보고 '화려하지만 거친 선수'란 평을 많이 했다. 왜 그런 평을 했겠나. 설령 공을 못 잡아도 다이빙캐치를 하고 송구 실책을 범할지언정 1루 송구를 끝까지 시도했기 때문이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선수에게 성장은 없다. 실수하면서 경험을 쌓는 거다.

올 시즌 이종범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슈퍼스타에서 KIA의 연습벌레로 거듭났다. 이종범은 "과거의 영광은 잊었으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욕심마저 잊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사진=KIA)

당신의 전성기인 1990년대 활동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원들은 "이종범이 우릴 곤혹스럽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유격수 같으면 안타가 될 타구를 너무 쉽게 처리하는 바람에 혹여 송구 실책이라도 나면 이걸 내야안타로 줘야 하나 실책으로 줘야 하나 난감했기 때문이란다.

그랬을 거다. (흐뭇한 표정으로)젊었을 때 워낙 빨랐으니까. 생각해보면 당시 난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다. 굳이 안 그래도 될 플레이를 했으니까. 그땐 또 그렇게 하는 게 재밌었다. 당시는 뭘 해도 야구 자체가 즐거웠고 열정이 있었다.

현대야구에서 '장타력', '타격의 정확성', '스피드', '수비', '강한 어깨' 이상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선수를 '5툴 플레이어(5Tools player)'라고 한다. 절대다수의 야구전문가가 역대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당신을 꼽는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포스트 이종범'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좋은 후배들이 참 많다. 누구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5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LG 이대형이 발 빠르고 수비도 잘하는 선수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것처럼 어디 한두 가지가 빠지게 마련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어쩌면 5가지 덕목을 모두 갖춘 선수를 찾으려는 게 욕심일지 모른다.

KIA의 문화를 바꾼 진정한 프로

올 시즌 들어 배팅케이지 뒤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당신을 자주 본다. 코칭스태프도 예년보다 당신이 적극적으로 후배들을 이끈다고 하고.

코치와 최선참이 말했을 때 후배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아무래도 최선참이 말하는 게 무게감이 더 있지 않을까. 그래서 최선참은 자신의 눈높이에 후배를 두고 대화하면 안 된다. 남는 건 대화의 단절뿐이다. 예를 들어 슬럼프에 빠진 후배가 있으면 처음부터 "옛날에 난 이렇게 했는데 너는 그것도 못하느냐"는 식으로 다가서선 안 된다. "어째서 부진한 것 같으냐"하고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고, 늦더라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당신이 눈높이를 낮추는데도 그 눈높이마저 따라오지 않으려는 후배가 있다면?

모든 후배가 소중하지만 나는 꿈을 가진 후배에게만 조언과 경험을 들려준다. 김진우 같은 후배에겐 별로 해줄 말이 없다.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데 주변에서 백날 같은 말을 하면 뭐하겠나.

연습 도중 한 팬의 사인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이종범. 슈퍼스타 이종범은 팬 서비스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해태 시절과 비교해 KIA 선수단 분위기가 180도로 변했다는 지적이 많다.

내가 신인 때 선배는 하늘이었다. 타격 연습 때도 선배들 다 치고 난 다음 선배가 직접 "네 차례다"하기 전까지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웃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위계질서가 엄했다.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진 거다.

일부 해태 출신 야구인은 "이종범이 물러서 해태 특유의 기강이 무너졌고 그 때문에 KIA 전력이 약해졌다"고 평한다. 

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때론 욕을 먹기도 했고(웃음). 하지만, 난 정말 과거 같은 선·후배 관계는 강요하고 싶지 않다. 왜냐? (담담한 표정으로)내가 맞아봤으니까. 솔직히 말로 안 되는 후배면 "이놈, 이리 와" 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없다. 팀 미팅 때 후배들에게 종종 그런 말을 한다. "프로가 뭔지 아느냐"고. "프로라는 건 누가 시키거나 욕하지 않아도 즐거운 마음에서 훈련하고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들려준다. 만약 아마추어 선수들처럼 물리적 힘으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프로’ 자를 떼야지.

당신 덕분에 KIA의 문화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구타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김)종국이 같은 후배들도 예전 관행을 멀리 한 것 같다. 잘 된 일이라고 본다. 후배들을 윽박지르는 것보다 그 친구들이 목표를 갖도록 격려하는 게 더 현명하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비전과 목표는 직장인에겐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다. 이 자리를 빌려 젊은 선수들에게 고언을 한다면 '목표를 작게 잡지 말고 원대한 목표를 세우라'고 말하고 싶다. 원대한 목표가 있어야 그만큼 노력을 더 많이 하는 법이다.

젊은 시절 당신의 원대한 목표는 무엇이었나.

프로 입단할 때 내가 세운 목표는 '최고의 선수가 되자'는 것이었다.

최고의 선수라, 스타를 말하나.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스타 정도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난 일반 스타가 아니라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다. 프로 2년 차 때 타율 3할9푼3리, 19홈런, 84도루를 기록하면서 ‘지금보다 더 노력하면 만화에서나 나오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설령 목표가 빗나가고 도전이 실패한다손 쳐도 절대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가 실수를 줄이는 싸움이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것 같지만, 실수를 줄여가면서 사람이 되는 과정이 인생이고 삶이다.

KIA의 최선참이다. 40살이 되도록 야구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 같다.

내가 24살 때 김성한 선배가 36살이었다. 속으로 '나도 저 나이 때까지 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3년이나 더 현역생활을 하고 있으니….

40살 야구선수 이종범의 꿈

500도루 당시 2루 베이스를 돌아 팬들의 환호성에 화답하는 이종범(사진=KIA)

40살 야구선수 이종범의 지금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전보다 많이 작아졌다(웃음).

그래도 궁금하다.

사실 그전까지 꿈이랄 것도 없었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면서 꿈이 생겼다.

부부싸움을 하면서 꿈이 생겼다니?

부부싸움을 하는데 아내가 나보고 그러지 뭔가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나쁜 사람? 어째서?

"일본 가기 전 그렇게 많은 기록을 세우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한국에 와서는 자신이 세운 기록을 계속 깨려고 노력하지 않느냐.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하는데 당신은 '딱' 멈춰 있다. 이젠 당신은 꿈조차 사라진 사람 같다."

아….

아내가 한참 나를 몰아세우더니 그런 당부를 했다. "여보. 당신 같은 40대 아저씨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세요. 40대가 돼서도 성공한 야구선수가 될 수 있단 걸 그분들께 보여주세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꿈은 소중하단 걸 그라운드에서 증명해주세요." 그때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면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 무엇인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하루하루가 내겐 꿈이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그 이틀이 한 달이 되며 한 달들이 모여 일 년이 되지 않겠나. 꿈이 생긴 다음부터 후배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게 됐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있다면?

한·일 개인통산 2천 안타를 기록하고 싶다. 오늘(6월 24일 기준)까지 1,912안타를 쳤으니까 앞으로 88안타만 치면 된다. 요즘도 속으로 기도를 드린다.

한·일 개인통산 2천 안타를 치게 해달라고?

(고개를 흔들며)전혀. '다른 건 다 가져가셔도 마음속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식지 않게 해달라'고 빈다. 물론 팀을 위해서도 기도드린다. 야구에서 개인 성적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타율 2할을 치고 있어도 팀이 1위를 하고 있으면 그냥 묻어간다.

하지만, 나도 부진하고 팀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모든 책임은 최선참인 내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후배들에게 그런 하소연을 했다. "에이, 이 놈들아. 나는 후배 때 선배들 우승 다 시켜주고 했는데 너흰 뭐냐. 복이 없다 없다 하니까 난 후배복도 없다"고(웃음).

40살 야구선수 이종범의 손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건조하고 딱딱했다. 고집스럽게 한길을 걸어온 장인의 손바닥이 꼭 이럴 것이다(사진=KIA)

당신의 부활로 힘을 얻는 이들이 많다. 후배들도 당신의 부활에 성적으로 화답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보면 가슴에 팀 이름만 새긴 채 등에는 아예 선수 이름을 빼놓은 구단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팀이 잘해야 나도 두드러지는 법이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바람의 아들’의 부활이 아니다. 명문 타이거즈의 부활이다.

당신의 열정 언제쯤 식을까. 당신이 없는 타이거즈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젠간 식겠지. 야구가 안 되면 길어야 1, 2년이 아닐까. 짧으면 내년, 길면 내후년이 현역생활의 마지막이 되지 싶다. 은퇴하면 공부도 좀 하고 방송에도 출연해서 야구팬들께 재미난 야구 이야기를 들려 드릴 참이다. (혼잣말을 하듯)바람의 아들도…결국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법이다. 그러기 전에 꼭 (내야펜스 한쪽에 걸린 ‘V9’이 새겨진 현수막을 보며) 저기 저 숫자를 '9'서 '10'으로 만들고 싶다.

이종범 핫클립

바람의 아들 이종범	KIA 3연승을 이끌다	500도루·1000 득점	이종범 1600 안타

[김융기]

이종범 멋있어요. 참, 그러고 보니 이종범 마눌도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