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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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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의 글 스크랩 양평둥지 이름짓기
박종인 추천 0 조회 80 11.01.04 17: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양평둥지 이름짓기

 

우리가 가진 주택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사는 곳은 두 곳이나 있다.

이천과 양평이다. 얼마 전에 양평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이천의 집은 전셋집이니 우리의 주택이 아니고, 양평의 집은 창고로 등기가 되어있으니 주택 건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택이 하나도 없지만 사는 집은 두곳이나 된다.

 

오래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꿨다. 산을 뒤로한 전원주택을 말이다.

여기저기 눈도장을 찍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양평을 점찍었다.

그러나 양평에서 전원주택을 구하기란 우리 형편에 꿈꾸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그 꿈이 이뤄졌다.

비록 너무 가파른 곳이라 4륜구동 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고 겨울에는 물도 제대로 못쓰는 곳이며,

우아한 전원주택이 아닌 창고를 개조한 조립식주택이지만 용문산 백운봉 중턱에 자리한 전망 좋은 곳이다.

잘 개발된 전원주택지라면 감히 우리가 생각도 못할텐데, 지리적으로 열악하다보니(?) 우리에게 안겨진 터전이다.

 

2010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처음으로 새 보금자리에서 잠을 잤다.

물이 얼어서 나오지 않아 물통에 받아간 물로 사용했지만 진정한 우리집에서의 첫밤이 참 흐뭇했다.

침대에 누우니 창문 가득히 밤풍경이 들어온다.

아래에는 양평의 인위적인 조명이, 위에는 밤하늘의 자연적인 별빛이 영롱하다.

 

2011년 첫날,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집과 방의 이름을 지었다.

집은 꿈틀터, 3개의 방은 각각 몽실, 감실, 구실이고, 화장실은 비우소이다. 

 

<꿈틀터>

양평둥지의 이름이다. 

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 지렁이를 주인공으로 한 어른동화 '꿈틀이'이다.

소설 속에서 '꿈·틀·이'는 <꿈을 움트는 이>라는 뜻으로 새롭게 이름을 부여받는다.

마찬가지로 <꿈틀터>는 꿈을 움트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몽실(夢室)>

침실의 이름이다.

꿈꾸는 방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며, 이 방의 기호는 쉼표(,)이다.

 

<감실(感室)>

거실의 이름이다.

책, 그림, 오디오, TV 등이 있어 오감을 느끼는 공간이며, 이 방의 기호는 느낌표(!)이다.

 

<구실(究室)>

작은방의 이름이다.

이런저런 궁리도 하고 쓱쓱 그리기도 하고 뚝닥똑닥 만들기도 하는 창의공간이며, 이 방의 기호는 물음표(?)이다.

 

<비우소(所)>

화장실의 이름이다.

속에 있는 것을 비우는 공간이라는 뜻이며, 화장실의 기호는 마침표(.)이다.

 

꽃에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의미가 되었듯 방에 이름을 지어주니 꿈이 될 것이다.

아내는 각 방의 문패를 예쁘게 만들어서 달겠다고 한다. 옷을 입을 방의 모습을 기대한다.

양평둥지인 꿈틀터에는 쉼표, 느낌표, 물음표의 몽실, 감실, 구실 방이 있고, 마침표의 비우소가 있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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