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4일째

어학연수 4일째 역시 현경이는 초기 감기에 걸렸다. 걱정이다. 그래도 열심히 이겨내려고 한다. 엄 선배도 조금 피곤해 보이고, 어학연수단 모두가 피곤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나도 피곤하다. 하지만 어학연수단의 연장자로서 차마 표현을 하지 못하고 강한 척 해야 한다는 것이 좀 서글프다...... 아침을 먹고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향한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까? 선생님은 누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まきま　まさこ’　先生 (여자분)가 들어오셨다. 오늘의 수업은 길거리에서 일본적인 것을 찾아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은 내용을 리포트로 작성하여 발표하고 제출하는 일이다. 일본인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때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 물을 때 사용하는 언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둘째 시간에는 직접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서 2장의 사진을 찍어 와 리포트를 써서 발표하는 일이다. 윤미와 영임이가 각조 리더가 되었다. 리더가 부족하자 나에게도 리더의 자격이 주어졌다. 윤미나 영임이처럼 일본어를 못하는 데 걱정이 먼저 앞선다. A그룹에 속한 동희는 천안에서 학교 선생이라는 여자분의 리더와 같이 한 팀이 되었지만 그 분의 친구는 동희에게 다른 팀에 가라고 하고 자기가 같이 온 여자분과 과제물을 하러 가버렸다. 동희와 나는 안 된다면서 이 사실을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도 당연히 ‘だめです＇라고 말했지만 차는 이미 떠난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すみません。ほんとに　すみません。＇뿐이였다. 한국인이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가득하다. 앞으로 어학연수에 참가할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의 학우들에게 충고하고 싶다. 우리가 더 깊이 일본 문화를 알아야 일본인들에게 당당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만약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릴 때 요금이 얼마인데 1엔이 부족하다면 한국에서는 에누리라는 것이 있어서 충분히 운전기사에게 이야기를 하고 차에서 내릴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엔이 부족한 상황의 조선인이라는 생각을 한 번 해 보라. 과연 일본의 버스운전 기사는 어떻게 나올지...... 나와 같이 사진 과제를 한 친구들은 모두 대구카톨릭대학교 3학년 일어일문학과 학생들이다. 주제를 정하고 나가자고 하자 여학생들이 남들이 다 나가니까 우리도 나가자고 했다. 할 수 없이 나는 대구카톨릭여학생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주제가 정해지지 않으면 당연히 고생한다. 그 결과 우리 조는 50분이라는 시간을 걷기만 했다. 추운 날씨 탓에 여학생들은 덜덜 떨면서...... 나는 장례식 차와 집 수리 하는 사진을 찍었다. 일본에서 멋진 장례식 차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른 학우는 교수님에게 어제 'ひょうたん溫泉'에서 들은 내용이 있어서 대나무를 통해 흘러나와 100도가 넘는 물이 적당한 온도로 식어서 온천탕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 벳부에 와서도 큰 공부인 것 같다. 그래서 난 그 여학생에게 온천 물이 나오는 곳을 찍으라고 했다. 또 한 학우는 아이들의 손을 진흙에 찍어서 액자를 만드는 사진이다. 빠찡코 가게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서 사진을 찍는 데에 무척 애를 먹었다. <A name="[문서의 처음]"></A> <A name=#4556b17b></A> <IMG height=472 src="file:///C:/Documents%20and%20Settings/Administrator/바탕%20화면/어학연수사진/일본장례식차.jpg" width=661 border=0>     하지만 모두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를 했다. 발표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 기념으로 한 장씩 주었다. 물론 늦게 제출한 학우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기념 사진을 받지 못했지만, 난 다행히 말도 안 되는 듯한 일본어로 글을 써서 발표하는 덕분에 기념사진이 하나 늘었다. 하지만...... 발표한 리포트를 제출하고 나가야 하지만 대구카톨릭대학교 학생들은 그냥 나가는 바람에 또 선생님은 제출한 리포트를 자꾸만 세우시면서 학생 수와 리포트 수가 틀리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역시 실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의 변화를 이제는 일본인에게 보여 주어야 할 때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알까 하는 생각으로 난 지켜보야야만 했다. 다행히 경희사이버대학교 어학연수단 학우들이 모범을 보여 줘서 내 마음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하지만 나만 잘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잘해서 한국인의 깊은 인상을 이곳에서라도 보여 주기 바란다. 모두 화이팅........ 이렇게 벳부에서 4일 째 되는 날은 흘러가고 있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즐거운 점심 시간이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학연수단 모두는 일단 학생회관으로 갔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고 그 곳의 음식이 싸고 맛있으니까...... 서로의 자유시간이니 만큼 아주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 일이다. 일본의 도시락은 500엔 정도만 주면 정말 먹음직스럽고 맛있다. 환율이 840원 정도이니까 약 5000원 정도인데 참 맛있다. 한국처럼 반찬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라멘을 먹는 사람, 카레를 먹는 사람, 계란덮밥을 먹는 사람 등 다양한 음식을 사서 맛있게 먹는다. 차와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오후의 스케줄을 점검했다. 벳부 대학에서 출발해서 벳부 대학 역 앞에 있는 시립미술관 견학 - 벳부 항 견학 - 대형서점 견학 - 벳부 타워 견학 - 백화점 쇼핑 - 집으로 오는 길에 하몬드 호텔 고기 뷔페에서 외식 - 집에 짐을 놓고 온천으로 가서 피로를 풀고 쉬는 것. 이 거리는 아마도 8~10km나 되는 거리다. 그래도 모두 이 코스의 여행을 선택하고 출발했다. 어학연수단 7명은 모두 벳부 대학 역으로 향했다. 벳부 대학 역 건너편이 벳부 시립 미술관이 있다. (입장료는 100엔). 짐을 맡기고 1층과 2층을 모두 관람하고 로비에 마련된 쇼파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쉬었다. 정말 포근하고 편안한 쇼파였다. 유지호 학우가 서서히 잠이 들더니 현경이도 잠이 들었다. 벳부의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미술관 로비에서...... 추위와 견학에 서서히 피곤해 하는 모습이 다 역력하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벳부의 심장부로 들어가야만 했다. 벳부항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카페리호가 자리하고 있다. 목적지가 어딘 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을 이용해 여행하는 여행객들을 태우고 떠날 준비를 하는 듯하다. 벳부의 바다는 하와이나 제주도처럼 아름답다. 해안가 주변에는 야자수가 바람을 막아 주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고, 벳부 항 근처에는 유채꽃이 만발하여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유채꽃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참 아름답다. 벳부 미술관과 벳부항 중간에 모래 찜질방과 족탕이 있다. 물론 유로이지만 온천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은 무료이다. 우리 일행 몇몇은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온천 물에 발을 담갔다. ‘あただかい......＇발이 따뜻하면 우리 몸은 모두 따뜻한 기분이 듣다. 벳부 항은 눈으로 보기만 하고 지나쳤다. 유지호 학우는 도쿄에 가기 위해서 여기서 해어졌다. 교수님을 비롯해 어학연수단 일행 6명은 벳부 타워에 올랐다. (입장료는 200엔)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를 수 있게 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되는 가격이다. 17층까지 올라가서 카페에서 약 30분 동안 쉬었다. 벳부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호텔의 옥상에는 대부분 야외 온천이 있다. 참 아름답다.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도시의 모습은 한국의 부산과 같아 보인다. 그러나 벳부는 너무 조용한 도시이다. 피곤이 쌓여 서서히 졸음이 찾아왔다. 마음속으로 쫓아내려고 애를 써도 졸음은 계속 나를 차지하려고 한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 또 감았다가 다시 떠도 눈가에서 맴도는 졸음을 어찌 막을 수는 없었다...... 벳부 타워에서 우리는 다시 벳부의 도심을 관광하고 숙소로 향했다. 에키마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데 지호가 나를 부른다. 벌써 오이타에 가서 비행기를 탄 것으로 생각했는 데 이제야 집에서 나오는 길이란다. 모두가 잘 같다 오라고 ‘사요나라’를 외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오는 길에 하몬드 호텔 앞에 있는 고기 부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맛있는 고기를 2000엔 정도 내면 마음껏 먹는 곳이다. 그러나 시간이 정해져 있다. 90분이라고 하던가? 또 석쇠를 바꾸면 200엔 정도 내야 한다. 만약 석쇠를 5번 바꾸면 1000엔이나 추가된다. 상추가 700엔 인데 하는 데 고추장이 한 젓가락도 되지 않게 나온다. 한 번은 가볼 만 한데 두 번은 가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향하는 데 유지호 학우가 다시 돌아왔다. 시간이 너무 늦어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숙소로 돌아온 것이다. 맛있게 먹은 저녁을 지호는 먹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숙소에서 지호는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으로 저녁을 먹어야 했다. 모처럼 일본어 회화 책을 보았다. 노트북에 저장된 하마사키 아유미의 ‘WILL’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