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오후 4시, '강소휘의 날'에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GS칼텍스 대 현대건설의 경기가 현대건설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TV 중계를 쭉 지켜봤습니다. GS의 승리를 기원하며 열심히 응원했는데, 결과는 지난 수요일(도로공사전 3대0 패)과 같았습니다.
우선 오늘 경기 스타팅 라인업
일단 원정팀, 현대건설은 베스팅 7이 다 나왔습니다 (사실 현대건설은 백업멤버가 마땅치 않죠. 기껏해봐야 고유민 선수 정도?).
홈팀 GS칼텍스에서는 안혜진 세터와 함께 김진희 선수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진희 선수는 제가 지난 도로공사 전, 그리고 그 이전부터 이래저래 많이 언급하고 있는 선수죠. 오늘 스타팅으로 나왔길래 참 반가웠고, 또 오늘 경기 팀의 첫 득점을 깔끔하게 성공시켜 주면서 출발이 좋았습니다. 1세트 중반 연이은 스파이크 서브로 현대건설을 따라가는데 한 몫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뿐. 1세트 14.29의 공격성공률(시도 7)로 단 1득점. 2세트부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솔직히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래도 좀 더 김진희 선수에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합니다.
1세트 중반 교체로 코트를 밟은 한수진 세터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1세트 19 대 20으로 따라붙는 서브에이스에 전체적으로 팀도 흐름을 잘 타 2세트엔 표승주 선수와 함께 선발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뿐.
현대건설에서는 양효진 센터가 경기 시작부터 터졌습니다. 오늘 경기 속공 7개에 블로킹 6개(유효블로킹도 6개), 총 20득점으로 GS의 듀크와 맞먹는 활약! 양효진 선수가 20점씩 득점해주면 현대가 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대건설의 리시브가 그렇게 잘 되었다는 느낌은 아닌데... 정말 양효진 선수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양효진 선수와 트윈타워를 이루는 김세영 선수도 6득점(블로킹 3)! 솔직히 김세영 선수(190cm)의 덩크슛 같이 중앙에서 툭 내려찍는 속공은 반칙, 아니 사기 아닌가요? 현대건설은 참 쉽게도 득점을 올렸습니다.
GS칼텍스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이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봤습니다.
1세트엔 GS세터들이 의도적으로 중앙 속공을 많이 시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직전 경기(6일 도공전)에서는 단 7번 시도에 1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속공이었습니다. 상대가 너무 쉽게 눈치채겠다 싶을 정도로 김유리 선수가 많이 (속공) 떴습니다. 오늘 경기 팀 전체로 봤을 때 17번 속공시도에 7번 성공(성공률 41%)! 노력은 가상했습니다만 경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GS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할 강소휘 선수가 3세트에야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오늘 경기 12득점, 공격성공률 28.13%). 세트 출발부터 깔끔한 첫 공격 성공에 강력한 서브를 바탕으로 3세트는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했지만 또 그 뿐. 이미 승부의 추는 상당히 기운 상태였고, GS선수들은 3세트 중-후반 또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김유리-이나연 세터의 동선이 겹치며 어이없는 실점으로 동점, 그리고 황민경 선수의 블로킹으로 19 대 18 역전이 된 이후 그대로 세트를 내줬습니다.
현대는 뭐 다 잘되었습니다. 그렇게 특출난 경기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엘리자베스 선수(13득점)를 크게 쓰지 않고도 이겼습니다.
다시 한 번 양효진 선수의 대폭발에 감탄하며, 이다영 세터도 세트도 세트지만 2세트 초반엔 직접 스파이크 공격까지... 노련함이라 하긴 아직 좀 이르고, 재미가 붙은 모습이었습니다. 확실히 직전 시즌과는 차원이 달라졌고, 이번 올스타전도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반대로 GS칼텍스는 어찌 해야 할까요? 차 감독님은 부상으로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이나연 세터까지 투입해보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김현정-김채원-한다혜 선수까지 다 코트를 밟았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진짜 무엇이 문제일까요? 일단 크게 크게 공격해줄 선수(= 긴 랠리에서 화끈하게 득점으로 매조지해줄 수 있는 결정력)가 안 보입니다(외국인선수 듀크도 기본적으로 파워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역시 조금 아쉬운 느낌). 진짜 이러다가 부상에서 회복 중인 이소영 선수를 조기 투입하는 악수(惡手)를 둘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리시브가 불안합니다. GS의 세터진이 이효희 선수(도로공사)처럼 나쁜 공도 좋은 토스로 바꿔내는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GS 세터진부터가 상당히 젊고 이에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리시브가 필요한데, 나현정 리베로 말고는 다른 자원이 안보이는게 문제입니다.
도로공사엔 임명옥-문정원(現 리시브 1위, 세트당 4.3개) 콤비, 현대건설엔 김연견-황민경, 흥국생명에서는 김해란 리베로에 더해 이재영 선수가 잘해주고, 기업은행엔 리베로 선수들과 함께 고예림 선수가 비약적인 발전을 해내고 있습니다.
반면 GS에선 개인적으로 한다혜 선수를 좋아하긴 한데(지금 확인해보니 올시즌 리시브 성공률이 33.78%에 불과하네요), 기본적으로 주 포지션이 리베로이다 보니까 공격에서는 크게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에 활용폭도 좁아진 문제가 있습니다.
높이도 문제. 현재 블로킹 순위에서 문명화 선수가 겨우 10위(세트당 평균 0.45개), 김유리 선수는 13위(0.4개)이고, 경기를 보고 있으면 유효블로킹 문제는 더 심각해 보입니다. 지난 도로공사전과 오늘 현대건설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 GS 공격은 상대 블로킹 손끝에 참 많이 걸리는데(유효블로킹은 다시 공격을 조립해 반격하기가 더 용이해지죠), 반대로 우리는 쉽게쉽게 상대에 득점을 허용하니 이길 수 없습니다. 나현정 리베로가 여기저기 다 날아다니면서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솔직히 이제는 어느 정도 올시즌 팀 순위,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현대건설은 확실히 주전-비주전의 실력차가 크다는 문제(독보적인 존재인 이다영 세터의 백업, 공백 시 문제)가 있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상위권이 예상되고, 반대로 GS칼텍스는 해결해야할 정말 많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하나요? 이소영 선수의 완벽한 복귀에 내년에 있을 신인 드래프트(190cm 라이트 정호영, 전체 1순위?) 횡재(?)까지?
저는 끝까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방금 GS칼텍스 배구단 홈페이지에서 한 팬이 쓰신 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GS가 현대나 도로공사와 같이 높이가 있는 팀을 만나서 상대할 땐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고, 최대한 상대의 속공 기회를 억제하면서 반격을 노려야 한다고요. 저도 오늘 경기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스파이크 서브도 그렇고 좀 더 상대가 강할 수록 상대방에게 무섭게 달려붙어야 한다고요.
선수들 탓 하는 것 아닙니다. 이렇든 저렇든 우승을 못해도, 우리 선수들이 결혼을 하고 아줌마가 되어도 계속 응원할 겁니다.
강소휘-김진희 선수, 서브 팍팍 넣어주세요. 문명화-김유리 선수도 움츠리지 말고요. 듀크 선수도 마음의 부담 좀 내려놓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봤으면 합니다. 나현정 선수도 궂은 역할 좀 더 힘내주시고요.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 확실히 제일 무서웠던 언니! 현대건설 양효진 센터(오른쪽, No.14)
이다영 선수도 확실히 강제 성장(?) 한 모습입니다. 경기 중 표정도 많고 애교도 넘치고, 동료와 팬들 사랑 듬뿍 받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현대건설의 가장 큰 약점은 위 여섯 명, 주전과 비주전이 확실히 나뉜다는 것. 누구 하나라도 혹 부상으로 자릴 비우면 시즌 운영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강소휘 선수의 스파이크 모습. 선수들 점프하는 것 보면 정말 프로고 대단하긴 대단한 듯.
원래 표정부자 문명화 선수에 김진희 선수까지... 옷색깔까지 꼭 헐크~~
신인 한수진 세터도 프로 첫 해부터 고생이 많아요. 아직 잔부상도 달고 있고... 천천히 커나가도록 열심히 응원합니다.
그래도 파이팅 GS!
첫댓글 제가 GS칼텍스 팀을 가장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GS 팬의 입장(관점)에서 많은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 읽으시는 다른 팀 팬 분들은 양해를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