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내년 신학기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부산자동차고의 교장으로 르노삼성자동차 이승희 부사장을 내정했다. 부산자동차고를 포함한 전국 7개 마이스터고가 교육계 경력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개방형 공모를 하는 중이다. 2007년 9월부터 392개 학교에서 공모 방식으로 교장을 뽑았지만 교육계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교장에 선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선 2001년부터 교사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교장직이 개방된 뒤 CEO형 교장들이 교육계 혁신을 선도해왔다. 은행 간부가 실업고 교장이 돼 취업률을 100%로 끌어올렸고, 소니 간부 출신 교장은 기업에서 쌓은 네트워크로 연구소 박사, 기업 전문가, 대학교수들을 자원봉사 강사로 불렀다. 2003년 도쿄 와다중 교장이 된 후지하라 가즈히로씨는 방과후 보충수업, 토요수업으로 바람을 일으켜 작년 3월 교장에서 물러난 뒤 오사카 교육특별고문으로 초빙돼 갔다.
르노삼성은 부산자동차고에 실습자재를 지원하고 교사 현장 연수를 시켜주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르노삼성 전문가가 산학(産學) 겸임교사로 직업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기술과 직능을 가르칠 수도 있다. CEO 교장의 탄탄한 인맥은 졸업생 취업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역시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은 충북 음성 충북반도체고는 지역 반도체회사들로부터 반도체 공정장비 27억원어치를 기증받았고, 충남 당진 합덕제철고는 신입생을 뽑을 때 제철기업 임원들이 면접관으로 심층면접을 했다.
올해 처음 지정된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의 학생들은 학비 면제와 희망자 전원 기숙사 생활 등의 특혜를 받는다. 정부 지원도 과감하다. 부산자동차고만 해도 교과부와 부산교육청으로부터 초창기 기반 조성금 50억원, 3년간 연 6억씩 운영 지원금을 받는다. 부산자동차고 입학 경쟁률은 작년 2.6 대 1이던 것이 올해 4.9 대 1로 뛰어올랐다.
대학 진학률이 84%에 이르지만 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졸자 상당수는 대졸 간판만 따놓고 백수 신세로 굴러떨어지고 있다. 기업인 출신 CEO 교장이 기업과 긴밀한 협력 아래 기업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익혀줘서 졸업생 100%를 건실한 기업에 취직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대졸자들이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부러워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