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트럭에서 목사님이 내렸다.
풀천지에 또 한분의 귀빈이 저먼 전라남도 끝땅에서
먼길을 가로질러 귀한 방문을 하셨다.
TV에 출연한 모습을 뵌적이 있는 터라
낯설지 않은 채 반가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여수.. 여천.. 순천.. 목포 등지에 한살림 매장을 운영하시며
벌교에 정심원 농장을 마련하시어 뜻이 있는 분들과
생명농업 공동체를 만들어 하나님의 사랑을 이땅위에서
실천하시려는 목사님 부부께서 높은 뜻을 가지고 동분서주 하시느라
바쁜 와중에서도 봉화에 오시는 길에 풀천지를 방문하셨다.
비닐을 씌우지 않는 힘든 농사를 가장 올바른 농사로 여기시는 목사님과의
이런저런 대화는 그분이 걸어오신 길 만큼이나 흥미진진 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어졌다.
생명을 바로알고 모시는 일은 알기는 쉬워도 실천은 어려운 법이다.
자본의 속성으로 편리하게 길들여진 삶 앞에
땅에 엎드리어 생명의 소리 벗삼아 인생의 대부분을 돈과는 무관하게
흙과 씨름할 수 있음은 사람에게서 희망을 잃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 신학교를 졸업하고 조그마한 작은 섬에 젊음의 순수한 열정만을 가지고 시작한
개척 교회의 첫 발은 현지 어민들과의 갈등속에 전도 사업을 뒤로 미루고
혼연일체 농부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답답한 농촌의 현실과 소득 증대를 위해 시작한 자연 양계는
수십년이 흐른 지금 전문가를 넘어서는 닭 박사님이 되셨고
올바른 농사를 위해 그때만 해도 유기농의 토양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렵사리 배운 생명농업을 고집하시다가
대부분의 영세 유기농가들이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앞장서다 보니
지금에 이르러 한살림 매장 네 곳을 운영하는 이사장님이 되셨다.
목회 활동을 평생 해야만 되는 목사님이시다 보니 교회일도 만만치 않을 테지만
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쉬어갈 수 있는 농장을 마련하고픈 소망은
얼마전에 벌교의 야트막한 야산을 낀 만여평 남짓의 농장을 장만하고
평생의 노하우를 살려 땅과 사람이 함께 숨쉬는 생명농업의 첫발을 떼고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기다리며 생명운동을 확산하여 한살림의 이념과도 부합되는...
< 안전한 밥상 차림을 통해 농업살림을 이루고 나아가 생명살림 세상을 만들어
온생명이 더불어 사는 신명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함이다. >
언제나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상은 보다 나은 좋은 세상이다.
종교와는 무관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이기심을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속성으로 우린 하나님을 믿으며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임을 깨닫는데 평생을 보낸다.
아무리 좋은 뜻도 사람들 틈바구니에선 지속되기 어려운 법이다.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하기에는 우리네 현실이 너무 사치스럽지 않은가 싶다.
정신보다는 물질이 앞서는 세상에서 정신의 구원은 물질의 확보에 매진한다.
등따숩고 배부르면 걱정없다는 옛말이 가난한 시절을 넘어 온갖 방법이 동원되어
풍요로운 물질 만능주의 시대를 만들어 놓았다.
거지도 핸드폰을 들고 죄수도 인터넷을 하며 노숙자도 연금을 타먹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가난을 노래하지 않는다.
가난이 이제 오히려 사치가 되었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온갖 먹거리가 병들어 있다 보니
부자들은 산해진미 앞에서 한숨을 쉬게 되었다.
가치관이 무너지는 병든 이 사회에서 수억들여 대학보낸 자식들은
마음편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청소부를 부러워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넘치는 세상속에서 지치고 병들기 시작하였다.
꿈을 잃은 학교는 무너져 가고 병원은 환자들이 흘린 피로 대리석 기둥을 세우고
공무원들은 무식한 정책들로 온 산천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람들은 거대한 도시의 감옥에 갇혀있는
미치도록 불안하고 답답한 자신들을 발견해 내곤 가난한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어린시절 흙 만지며 철없이 뛰놀던 고향의 앞마당을 동화속 나라처럼 동경하게 되었다.
한살림은 이 땅이 농약과 화학비료로 오염되기 시작하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 열심히 잘못된 세상을 만들어 갈 무렵
좋은 세상을 위해 선구적 역할을 자임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고초를 겪으며
한평의 땅이라도 살리고자 애쓰는 농부들을 위해
건강한 밥상의 대가로 생활비를 나누며 어려운 시절을 견뎌나온 셈이다.
최근에 이르러 자본의 속성이 이제 더이상 부자들의 안식처가 되지 못하였다.
엄청난 소득의 증대는 정신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온갖 달콤한 먹거리들을 외면하고
돌아섰던 땅을 기웃거리며 건강한 농산물을 원하게 되었다.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진리를 깨닫고 보니
잃어버린 건강은 이미 돈으로 회복될 수 없었다.
땀흘리지 않고 편하게 살기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해 돈을 벌고 보니
병들기 시작하는 몸을 위해 쉬지도 못하고 다시 돈 들여가며
밤에도 불 빛 아래 런닝 머신 위에서 뛰게 되었다.
어렵게 지켜온 유기농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건강을 잃어가는 부자들이
정책을 움직여 친환경 육성 정책을 만들게 되었다.
온 나라가 웰빙 문화를 만들어 내고
연구비 타먹는 박사들은 앞다투어 유기농산물을 권장하게 되었다.
병원이 만원이 되면서 의사들은 양심을 잃어가고 죽기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단 한번이라도 맑은 곳에서 깨끗한 삶을 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감옥에서 그들은 쉽사리 탈출을 결행하지 못하였다.
모든 먹거리의 폐해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건강한 유기농산물이 건강한 삶의 대안이 되었다.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한살림이 모든 먹거리들을
친환경 농산물로 바꾸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편리한 건강법을 원하였다.
지나치게 편리해서 생긴 병을 또다시 편리하게 고치길 원하였다.
동네 슈퍼 옆에 편리하게도 유기농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고생하며 자리를 지켜온 한살림으로선 억울한 일일 테지만
이미 유통업으로 변한 조직의 모습앞에 할말이 없게 되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기농가 만으론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한살림을
먹여 살릴 수 없었다.
유기 농산물이 친환경 우리 농산물로 옷을 갈아입고
유기 매장 진열대를 채우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절대적인 자본의 논리는 조직을 위해 지속적인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었다.
여전히 도덕적인 양심을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정부는 품질 인증제를 만들어 개인의 양심을 지배하게 되었다.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을 권리를 결코 소수의 농민에게 양보하지 않았다.
의식있는 이들이 거부하는 품질인증을 양심없는 자들이 마음껏 이용하게 되었다.
몇사람들이 모이는 농촌에 품질인증의 자랑스러운 마크가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였다.
가난한 삶을 위해 더이상 인내하지 않고
다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온갖 애를 쓰게 되었다.
이름과 모양만 바꾼 온갖 먹거리들이 도시의 소비자들을 편리하게 유혹하면서
돈만 있으면 다시 건강을 사게 되었다. 좋은 농산물을 얻기 위해 골치 아픈
유기 농사꾼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구태여 그들의 삶을 귀기울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더 좋은 먹거리들이
한살림 매장에 생협에 유기농 매장에 대형마트 유기농 코너에 넘치게 되었다.
아직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는 유기농 매장의 다양한 마진은
불황인 이 시대에 매력적인 사업이 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사람들은 품질인증 자체를 의심하게 되었다.
편리함에 평생을 속아온 사람들은 자꾸 편리해져가는 유기농 매장의 확장을
다시 의심하게 되었다. 몸에 좋다던 유기농 라면이 스프부터 문제가 되었다.
결국 나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도 사람들은 한살림을 꿈꾼다.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사회 땅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
삶과 죽음이 하나되는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어 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꿈을 포기하고 살아간다.
한살림 녹색 트럭에서 생명운동 하시는 목사님이 내렸다.
풀천지에 들러 명함대신 생명의 메아리 한살림 월간지를 건네시며
활짝 웃는 목사님을 보며 역시 목사님은 무슨 일을 하던
책임은 하나님이 지시는 것 같다.
며칠전 밤새워 태풍이 불더니
오늘은 거짓말 처럼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다.
이렇게 자연은 과감한 자기 혁신을 통해 푸른 세상을 만들어 간다.
첫댓글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고 갑니다 유익함에 감사드리고요...
농사를 지어보면 힘들게 지은 농산물을 돈으로 바꾸는 일이 늘 농사보다 더 힘듭니다. 언제쯤 자유스러워질런지요...
한살림 창단하신 장일순님 일대기를 읽었어요 살아계신 부처요 예수였어요 풀천지님도 또다른" 장일순님" 같아요 그리고 강문필님을 아시는 지요?봉화에서 농사짓다가 지금은 울진에서 열심히 땅을 살리는 분인데....
풀천지 비행기에서 떨어집니다...^^ 방주 공동체 강문필 형은 한살림의 대들보이지요. 술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땅도 사랑하는 유기농 선배님이지요...^^
제가 아는 목사님 같기도 합니다. 여기 봉평에 하늘다리 효소랑 미숫가루 하시는 백목사님이 계신데, 그 분 통해서 벌교에 통밀을 구입한 적이 있어요. 아마도 그 분 같기도 합니다. 곳곳에 훌륭하신 분들이 참 많죠! 참 먹음직스럽네요. 풀천지네에 한 번이라도 갔다오면 아마도 그 밥상을 다들 잊지못할 것입니다.
신념을 위해서 일로 매진할 수 있음은 목사님들의 한결같은 사명이지요. 변변치 않은 밥상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목사님께 감사를 드려야 겠네요 ~ ^^
처처에 이렇게 존경스런 분들이 계시니 그래도 이 사회가 곧은 마음의 연결고리가 되어 이끌어 지나 봅니다. 기독교집안임이 분명한 제게도 일부 개신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같은게 가끔씩 작용을 하곤 하는데,
풀천지님의 덕망이 보이는군요. 잘 차려진 밥상!!! 풀천지의 수확물들임을 강조하며 제가 자랑을 해대니 옆에서는 먹고 싶다 부럽다~ 땅이 주는, 땀이 주는 댓가!!!임을 아는지 모르는지,땅 못지 않게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대부이신(예전엔 노동자의 대부셨구요) 안산의 "들꽃이피는마을,
들꽃학교의 김현수목사님도 존경스런 분이거든요.
요즘 부지런한 글들로 풀천지를 도배해 주시니 빛이 납니다. 입으로 떠드는 삶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귀중한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 때문에 아직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