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24] 친환경 냉매제 '이소부탄' 국산화 - 올레핀 흡착제 이용 초고순도 추출 상업화 작년 첫 생산
친환경 냉매제 ‘이소부탄’국산화 올레핀 흡착제 이용 초고순도 추출 상업화 작년 첫 생산… 올 200억 이상 매출 기대
원유를 정제할 때에는 여러 가지 혼합물질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이소부탄’(C4H8)이라는 것이 있다. 이소부탄은 무색의 기체로 인화성이 강하고 쉽게 액화된다. 이소부탄은 식당에서 연료용으로 쓰이는 1회용 부탄가스와는 다르다. 이소부탄은 연료용이 아니라 주로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로 쓰인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소재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레온이라는 탁월한 냉매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소부탄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프레온이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몰린 덕분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프레온을 냉매로 쓰는 냉장고 등 전자제품은 전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등 지구 온난화 관련 각종 협약은 이소부탄의 수요폭발을 촉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소부탄의 국산화는 국내 산업계의 숙원이었다. 대덕연구단지에는 이런 이소부탄을 국산화한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순행 박사(55)팀이다. 조 박사는 지난해 99.9%의 초고순도 이소부탄 공정을 선보여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조 박사가 이소부탄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레온 등 냉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몰리고 새로운 소재가 한창 필요로 하던 때였다.
‘별거 아니네’하는 심정으로 달라 붙었다. 그러나 그리 쉬운 공정은 아니었다. 이소부탄을 얻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수소화 정제기술. 10여 가지 공정을 거쳐 순도 99.5%의 이소부탄을 추출해 내는 공정이다. 하지만 수소화 정제기술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제를 위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방법으로 99.5% 이상의 초고순도의 이소부탄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작용했다. 순도가 떨어지다 보니 냉매가 완벽하게 응축되지 않아 성능 저하로 이어졌다. 결로 현상(물체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현상)도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 박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99.5% 이상 기존의 고순도를 넘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달라붙어 개발한 것이 흡착제를 이용한 제조기술이다. 기존의 복잡한 공정을 모두 제거하고 방향제의 원료인 올레핀을 이용한 흡착제를 사용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 올레핀 흡착제를 이용, 흡착탑을 거치도록 만든 것인데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99.9%의 초고순도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간단한 공정이기 때문에 비용도 기존 방법에 비해 두 배 이상 저렴해졌다.
조 박사가 내놓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충남 연기군의 한 화학 전문 기업으로 기술이전됐다. 이 회사는 지난 12월 연간 1500t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지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는 물론 만도 등 김치냉장고 전문업체, 캐리어 등 에어컨 전문업체에 샘플 공급을 마친 상태다.
가전회사에 본격 공급에 들어가면 올 한해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이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요 폭발에 대비해 생산 용량을 지금의 3-4배 가량인 5000t으로 늘릴 예정이다. 유럽 국가의 경우 프레온 등 오존층 파괴지수가 높은 냉매를 장착한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조 박사는 “삼성전자에서 99.5% 이상의 초고순도 이소부탄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업계에서 신뢰성 테스트만 마치면 곧바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박사의 관심 분야는 은을 사용하는 흡착제를 보다 값싼 재료로 대체하는 것. 이소부탄은 냉매 뿐 아니라 에어졸이나 스프레이 등에 많이 쓰이는 만큼 앞으로 경쟁을 위해서는 생산 원가를 낮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흡착제를 이용한 이소부탄 공정은 지금의 제조 원가를 10분의 1로 줄일수 있고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 "업계에서 검증되면 프레온 등을 대체하는 차세대 냉매로 세계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