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탐구
결혼하는 성공회 사제는 이상한가?
"성공회는 영국왕 헨리8세가 이혼하려고 만든 교회이다"라는 주장은 매우 불충분하고 어리석은 이해라는 점을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또 많은 사람들은 성공회하면 "신부(神父)가 결혼하는 이상한 교회", 한술 더 떠서 "성공회는 신부가 결혼하려고 해서 만든 교회다"라는 황당한 생각을 합니다.
가끔 성공회 인터넷 게시판에 로마가톨릭교회(천주교) 교우로 짐작되는 이들의 항의가 올라옵니다.
왜 성공회는 결혼을 하면서 신부(神父)라는 호칭을 쓰고 또 로만칼라를 착용해서 천주교의 거룩한 독신사제들을 욕보이느냐는 것이지요.
그 순수한 믿음이야 칭찬하고 싶지만 그런 주장은 실은 무지하고 오만한 것입니다.
성직자에는 수도(修道)성직자와 재속(在俗)성직자가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독신을 서약하고 수도공동체를 통하여 수도생활을 하는 수사와 수녀가 있고 그 가운데 서품을 받은 수사(수녀)사제가 있습니다.
재속성직자는 세상 가운데서 교우들과 더불어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일하는 주교, 사제, 부제들입니다.
수도자들은 독신을 서약한 이들로서 당연히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속 성직자는 독신을 서약한 것이 아니라 성직을 서원하는 것으로서 결혼여부는 관계가 없습니다.
재속성직자의 결혼 문제는 수도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로마가톨릭(천주교)가 수도성직자만이 아니라 재속성직자에게까지 독신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데 있습니다.
다른 교파, 정교회나 개신교의 이해와 제도는 천주교와 다릅니다.
물론 하느님나라를 위하여 독신으로 생활하는 일의 가치와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천주교내에서도 재속성직자의 독신제도는 하느님의 법이 아니고 교회의 법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교회의 법이라면 고칠 수 있고, 고치는 편이 더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독신제가 완벽히 지켜진 적이 없고 천주교내에도 알고보면 (공식적인)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는 사제들이 많습니다.
성공회에도 많은 수사와 수녀들이 있고 이 분들은 결혼하지 않고 수도생활로 하느님을 섬깁니다.
그러나 성공회의 재속성직자들은 주교, 사제, 부제 모두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독신인 분도 있습니다.
수도회에 입회하는 수도생활과 결혼여부는 연관되어 있으나 재속에서 사목하는 성직과 결혼여부는 강제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이해입니다.
독신사제라야 깨끗하고 거룩하며 온전히 교회에 헌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상적인 바램입니다. 미국의 천주교는 독신사제들의 성추문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결혼을 해서 가정과 자녀를 가진 성직자라야 더욱 더 교우들을 잘 이해하고 인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성직자로서 하느님과 교우들을 진실되이 지혜롭게 섬기는 마음이 중요할 뿐입니다.
임종호 신부 <프란시스, 서울주교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