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하나의 에세이를 억지로라도 써 보자고 얼마 전에 결심했다. 2월에는 『묵자』를 탈식민주의(postcolonial) 담론과 관련하여 해석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오래 전에 탈식민주의 담론을 공부할 때는 상대주의가 좋았었는데 요즘은 보편주의에 더 끌린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보편주의와 관련하여 바디우와 버틀러가 떠올랐다. 『묵자』 읽기에 활용해 보려고 버틀러의 『전쟁의 프레임들(Frames of War)』(2009)을 들고 집을 나섰다. 서문인 “Precarious Life, Grievable Life”를 잘 읽었다. 오래 전에 『불확실한 삶』이 한글로 번역되었다. 『전쟁의 프레임들』은 그 책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어보면 ‘precarious’는 ‘온갖 형태의 폭력에 의해 다치고 죽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뜻이다. 그래서 나라면 ‘위태로운 삶’이라고 번역했을 것 같다. 적절한 단어나 구절을 고르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내가 역자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풀어 옮겨 제목이 길어져도 좋다면 ‘다치고 죽을 위험에 놓인 삶’이라고 하겠다. 두 대목을 인용하면서 ‘단평공간’의 취지에 맞게 글을 줄인다. 기회가 되면 더 긴 글을 써보려고 한다. 두 대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 “인간은 사회적 동물”에 대한 주석처럼 읽힌다.

“There is no life without the conditions of life that variously sustain life, and those conditions are pervasively social, establishing not the discrete ontology of the person, but rather the interdependency of persons, involving reproducible and sustaining social relations, and relations to the environment and to non-human forms of life, broadly considered.” (p. 19)
“To say that life is precarious is to say that the possibility of being sustained relies fundamentally on social and political conditions, not only on a postulated internal drive to live.” (p. 21)
첫댓글 墨子로 어떤 글을 쓰실지 궁금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무모한 해석일 것만 같습니다^^ 미국에서 묵자에 대해 연구한 서적을 구하기도 어렵고 게으르기도 하고. 중국어를 알면 대학도서관에 구비된 묵자 연구서가 꽤 되는데 아쉽게도 중국어를 전혀 모릅니다. 영어로 출판되는 책들은 대개 민주주의와 실용주의와 관련하여 연구되는 것 같습니다. 전체주의냐? 공리주의냐? 등등. 최근에 출판된 책을 하나 대출했는데, The Philosophy of Mozi: The Frist Consequentialists입니다. 2016년 Columbia UP에서 나왔습니다. 저자는 Chris Fraser인데 300페이지 정도되는 본격 연구서입니다. 아직 읽지 않아서 내용과 수준은 모르겠습니다.
@한살림 한살림님께서 대출하셨다는 책을 저도 한번 알아봐야 되겠네요. 콜럼비아 대학 쪽에서 그쪽을 파는 몇몇이 있나 보네요. 7-8년 전쯤에 Ian Johnston이란 사람이 그 쪽 출판사에서 묵자 완역을 출간하기도 했으니까요. 아, 얘기하고 뒤적거려 보니, The Mozi as an Evolving Text란 논문집에 그 분도 논문 한편을 실었네요. 묵자만 전공하는 분인가 싶기도 하고. A.C. Graham 이후 묵자에 대한 전문연구가 서양에서 극히 드물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해석이야, 한살림님 관심사에 따른 것이고, 그게 무모한 것이 되지는 않겠죠. 공부하시다 영미권 학자들이 어떤지 가끔 얘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n-69 '감사의 글'에서 저자는 도가 연구가인 Chad Hasnen의 영향으로 묵자 연구에 전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전에는 "the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에서 지금은 University of Hong Kong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나 봅니다. 좀 읽어보고 몇 자 올리겠습니다.
@n-69 Hansen의 책을 보니 도가연구가가 아니네요. '도' 개념을 중심으로 중국 고대 사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1992년에 출판된 A daoist theory of chinese thought.
fraime은 무슨 뜻인가요? 액자?
frame
액자 또는 outlook 또는 관점 등등입니다. 레비나스의 "윤리학은 광학이다"를 생각했습니다. 특히 지배담론 - 미디어 등 - 이 전쟁에 연루된 사람들을 제시하는 온갖 방식들을 frame이라는 개념을 통해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같습니다.
오늘 바람이 새 들어오는 창문을 헝겁때기로 막고 감기기운이 사라진 지금...삶이 사회나 정치에 의존하기에 앞서...전산실의 컴퓨터마냥 체온을 조절하는 방 온도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지..
감기 조심하세요. 버틀러의 요점은 추위를 막아줄 방이나 난방비의 확보가 곧 정치의 문제라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