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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봄비가 창밖을 적시고 있었습니다.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며 뒤척이다 간신히 잠을 청한 시간은
새벽녁이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산에 가자는 제의가 있어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시간은 오전6시
삶은 달걀 네알, 그리고 주먹밥 두 알, 녹차와 커피 그리고 더운물과 얼레지 찻물을 끓여 챙겼습니다.
승용차를 몰고 하남 산곡초등교 입구에서 후배가 하는 뜰안채에 차를 보관하고 검단산을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산 입구 어느 노인께서 통일을 기원하시며 쌓은 케룬입니다. 저는 케룬에 소망을 빌어봅니다.
나의 작은 소망과 아이들에 대한 소망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소망들입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염려들도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할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신 샘입니다. 목을 축이니 칼칼한 목이 트입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이 거대한 바위도 뚫는다는데... 노력 앞에 전부 굴복한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는 검단산과 용마산을 경계 짓는 산곡재에서 남쪽인 용마산을 향하여 걷기로 정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습니다. 제가 힘이 부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 얼마나 힘차게 걷는지 당할 수가 없군요
차를 타고 간식용으로 빵을 몇개 사기 위하여 지하철 정류장 부근 빵집을 같이 들어가 아들의 기호대로
빵을 사서 나와 다시 차에 오르자 아들은 반색을 하며 저에게 묻습니다. " 아버지! 저기 저 목욕탕은 그대로
있네요" " 그래 주인도 그대로고 이발사도 그대로 있더구나" 아들이 어릴 적 나는 숱하게 아들과 함께
다녔던 사우나입니다. 그런 아이가 이젠 성인이 되어 모든것이 애비보다 앞섭니다. 경험이야 애비가
많겠지만.... 경험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IT 세계에서는 모든것이 빠르게 변화죠
우리같은 처지에서는 그것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말하고 싶습니다. 한번은 도전하여 이루고 싶다고
관심을 갖고 부딪치다 보면 익숙해지고 머리에 입력되고......... 그러면 대충 따라가겠죠.
이 녀석은 산개나리 꽃입니다. 산에 개나리는 빛이 흰색이라는 것이 특색입니다.
흐린날과 어제 내린 물기가 아직 남아 그런지청초합니다. 흰색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싫증이 않나죠
그 이유는 아무래도 어떤 색을 칠해도 전부 받아 준다는 여유로움에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꽉~찬 서양화 켄바스보다는 여백의 멋이 넘치는 동양화를 저는 생태적으로 좋아합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강변마을, 보기 좋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구불거리며 이어진
길이 아주 다정하게 느껴지는군요. 양 옆으로 덮혀가는 신록들은 시각적으로 멋진 풍광을 선물합니다.
용마산으로 가다가 고추봉 지나서 다시 내려서서 다시 오르면서 만나는 거목입니다.
한 뿌리에서 자라다 지상에서 갈라진 기둥 여름날 저는 이 나무 밑등거리에 앉아 사색을 하고 책을 보고
메모를하고 행동식도 꺼내 먹습니다.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면 하늘로부터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 같은
생각에..... 태백산 주목이 곰의 설화에 얽힌 신단수 듯이 저는 이 나무를 저의 신단수라 생각한답니다.
신단수 끝 자락에 새순들이 새록새록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올 여름 좋은 벗들과 함께 이곳을 오르다
담소하며 소주 한 잔 하고 싶네요. 삶을 논하고 인생을 벗하며 우정도 나누며 그렇게 종일 보내다
산을 내려가고 싶군요. 일상속에 침묵도 중요하지만 담소도 필요합니다. 소통의 통로인 대화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깐요. 다만 불필요한 말은 정신적 공해입니다.
드디어 용마산 정상에 섰습니다. 두물머리 부근 두한강이 겹쳐지면서 산천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군요
작은 삼각주 좌측 둥근 강변 숲이 바로 마재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고향 마을입니다.
정쟁으로 삶이 고단하였던 실학주의자이며 실학으로 인하여 천주교에 입교도하였던(나중에 배교하였지만)
다산 선생! 그 숱한 세월을 유배로 지낼 수 있었기에 엄청난 책을 저술하실 수 있었던 일은 참으로 아일러니 한
일입니다. 유배에서 풀려나 말년에 기거하시며 생가에서 돌아가신 다산 선생 !
강진 귤동 마을에 다산초당을 저는 여러차례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주막거리에서 거쳐하던 곳도 찾아가 보았습니다.
마재에도 틈틈히 찾기도하죠. 그리고 우측 강 기슭은
양평 강하리와 분원리입니다. 이조백자 가마터가 있던 분원리 왕궁에서 쓰던 자기를 굽던 곳입니다.
분원리라는 뜻도 이조분청자기에서 유래된 명칭이랍니다. 정상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 보니 애잔함도 깃들지만
가슴이 후련하군요. 직선으로 용문산이 보입니다. 그리고 유명산도화야산,고동산도 보입니다.
아들녀석입니다. 요즈음 얼굴이 많이 야위였습니다. 심한 스트레스와 운동으로 그런것 같습니다.
그래도 손수 음식을 만들어 애비와 엄마 휴일 식사를 챙겨주는 고마운 녀석입니다.
취미가 운동과 음식 만드는 것 그리고 음악도 좋아하고, 불만이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하는 일을 임시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녀석입니다. 저 역시 평생을 자신이하고
싶은 일에는 근처도 못갔습니다. 인생이 다 그런걸까요? 아무쪼록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메달려 사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앵자산쪽으로 줌~인 시켜 보았습니다. 녹색 물결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산에서 산을 보니 산만 눈에 들고
산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지형입니다. 팔당댐으로 인하여 생긴 호수 팔당호
퇴촌이란 수상 도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퇴촌부근에서 나는 토마토는 일품입니다.
토마토 축제도 있답니다. 최고의 음식인 도마토 서양에서는 토마토 출하시기가 오면 일반 병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군요. 왜냐구요? 토마토를 먹으면 병이 낳고 생기지 않는다네요. 많이 드시기를.......
화려한 철쭉꽃이 걷는 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흐린 하늘밑에 곱게 핀 철쭉의 연분홍빛이
봄은 이젠 끝머리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늦봄에 철쭉이 피면 접동새가 슬피웁니다.
피를 토하듯 우는 접동새 울음도 요즈음은 듣기가 쉽지 않군요. 피빛어린 철쭉과 접동새가 밤새 슬피우는 소리를
서정주 시인께서는 가을의 국화와 연관시켜 좋은 시를 작품으로 남기셨습니다. 국화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접동새가 피를 토하듯 울었다는 깊은 시상을 저는 철쭉을 볼 적 마다 느낍니다.
저는 이 지점의 숲길을 제일 사랑합니다. 갈색 낙엽잎이 수북하게 깔린 정면으로 나타나는 초록빛 숲!
맑은 여백이 묻어나는 초록빛에서 삶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분명 내일이란 과거의 피와 땀을
먹고 태어나는 역사가 우리의 삶에 대한 근본을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낙엽의 부엽토가 다시 초록빛으로
태어나게 하는 순환의 가르침, 그것은 자연의 진리입니다. 자연의 진리처럼 살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평화입니다.
그런 인식을 깨닫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신께서 주신 숲의 생명과 그 빛은 숨을 고르게 해줍니다. 너무나 근사한 숲의 녹색물결, 바람에 스치는 소리와
새들의 노래 새생명의 빛들은 참으로 곱고 소중합니다. 해와 달,별,구름...... 자연의 신비앞에 늘 감탄하는 것이
인간들입니다. 신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셨으면 이런 소중한 것들을 선물로 주셨는지..........
어느새 4시간 30분을 걸어 마지막 샘 까지 왔습니다. 고인 샘물을 마시는 것은 요즈음 환경에서는 참으로
위험합니다. 오염될 소지가 많은거죠. 고인 샘물에 각종 이물질과 들쥐같은 동물들의 배설물이 섞일 경우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답니다. 이렇게 파이프를 박아 물을 끌어내는 샘이 환경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답니다. 우린 물을 마시고 병에 샘물을 받아 채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모금 꿀꺽~~
몇일을 계속 마신 소주의 역함이 전부 가시는것 같습니다.
샘에서 언덕으로 오르는 숲 길에도 산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졌습니다. 나무 그늘이 이젠 제법 윤기가 납니다.
이 언덕에 올라서면 좋은 숲이 기다린답니다. 장대같은 낙엽송들이 줄비하게........
샘 주변에 피어있는 병꽃입니다. 병들이 주렁주렁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모습이라 병꽃이라 부른답니다.
좀 더 커지면 연분홍빛으로 바뀌죠. 그리고 특이하게 꽃들이 같은 가지에 일렬힁대로 열립니다.
이 녀석은 별꽃들......
아주 앙증스럽고 분홍빛 점박이가 상큼하게 느껴집니다.
중부선 터널 위로 걸어서 내려서면 광지원이 나옵니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남한산성 동문 입구죠
어느날 부왕이신 세종의 왕릉으로 성묘가시면서 잠시 쉬시는데 연못에 비친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왕께서
이곳 지명을 광지원(光池院)이라 불러라 하였답니다. 광지원이라 불리던 계곡담 앞에는 신익희 선생님의
비석이 서 있습니다. 광주가 고향이시죠. 용마산 꼬리부분에는 고속도로 중부2선 제2터널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보니 그냥 이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군요. 길을 보면 여행이 떠오릅니다.
젊은날 무지하게도 여행을 다녔습니다.
산행끝에서 만난 참나무 밑등, 마름병에 걸려 짜르고 훈증처리중인 참나무 밑등입니다.
이런 조치가 된 나무는 어림잡아 수백그루였습니다. 환경재앙이 몰고 온 결과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멍하군요
이 만큼 자라기 위하여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을 ......... 숲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말문이 막혔습니다. 숲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행한 조치임으로 벌목과 숲 치료에 동원되신 임업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산행을 끝냈습니다. 아들과 함께한 하루 산행 든든하고 기분이 좋은 날 이었습니다.
아무쪼록 늘 건강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미치도록 정진하며 이웃과 더불어 소통하며 사회를 국가를 위하여
노력, 수범하며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5시간 걸린 산행에서 서로
아들과 애비라는 입장을 충분하게 서로 느끼며 동행한 산행이었습니다. 다음은 릿지를 함께 하자는군요
그래서 설교벽 릿지를 함께 올라 인수봉을 올라갈까합니다. 그때도 다시 사진과 함께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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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날씬한 아들이 산을 잘타는구먼,우리 아들은 산을싫어 한다오,부럽소이다,부자지간 돈독한 정을 위하여~~~
장형! 아드님 내게 한번 보내세요. 단박에 아빠 모시고 산에 오르게 만들께요.
잘 보고감세~!! 아드님이 훌친한게 멋쟁이군, 아빠완 달리 날씬도하구..ㅎㅎㅎ
애비 안닮아서 홀쭉이라! ~~^*^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