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극한 경외심 표현
미사 중 감사기도 때 무릎 꿇어야
건강문제 등 예외사항 확대해석해
전국 여러 성당 장궤틀 치워버려
민이 : 어떤 본당에서는 미사 중 ‘거룩하시도다’ 이후 ‘주님의 기도’ 전까지 신자들이 무릎을 꿇더군요. 학교에서 잘못을 저질러 무릎을 꿇은 기억이 나던데…, 혹시 잘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기 위한 자세인가요?
티모 : 제가 어렸을 때에는 무엇인가 잘못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무릎 꿇고 손들어!’라며 벌로서 용서를 청하는 태도를 취하게 했지요. 이와 같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 첫째로는 잘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죄책감의 표시이고, 둘째로는 간청과 공손함을 표현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절대적인 신적 존재에게 경배를 드릴 때 취하는 자세로서 솔로몬이 높은 단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이스라엘의 온 회중 앞에서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펼치고서”(2역대 6,13) 기도를 했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지요. 우리가 감사기도 중에 무릎을 꿇는 것은 솔로몬이 했듯이 절대적인 신적 존재에 대한 경배, 곧 임마누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체와 성혈을 통해 우리 사이에 현존하심에 경외를 드리는 자세인 것이지요.
세라 : 그런데, 모든 본당에서 무릎을 꿇지는 않더군요. 다른 본당들에서는 서서 성찬 전례를 드리던데 왜 이렇게 다른 자세를 취하게 되는 건가요?
티모 :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감사기도 동안에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널리 퍼지면서 각 성당에 있던 장궤틀을 없애버렸어요.
미사경본 총지침 43항에는 “건강 문제나 자리가 좁거나 사람이 너무 많거나 또는 다른 합당한 이유로 방해를 받지 않는 한 성체 성혈 축성 때는 무릎을 꿇어야 한다”라고 하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성체 성혈 축성 때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백성이 ‘거룩하시도다’ 환호를 마친 다음 감사기도 마지막까지, 곧 마침 영광송 끝의 ‘아멘’ 환호를 외칠 때까지, 그리고 영성체에 앞서 사제가 ‘하느님의 어린양’을 할 때까지 무릎 꿇는 관습이 있는 곳에서는 그 관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하여 무릎 꿇는 시기를 명시하고 있답니다. 현재처럼 무릎을 안 꿇는 것은 ‘건강문제나 자리가 좁거나 사람이 너무 많거나 또는 다른 합당한 이유’라는 예외사항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생긴 일이라 여겨집니다.
민이 : 신부님 이야기를 들으니, 감사기도 동안에 무릎을 꿇는 것이 참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에 지극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것이겠네요.
세라 : 어떻게 보면 겟세마니 동산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신 예수님(루카 22,41)의 순명하심에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겠네요.
티모 : 이젠 두 분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 셋을 아네요. 특별히 몸이 안 좋은 분들이 아니면 모든 신자가 감사기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기도할 때 무릎을 꿇으면서 하느님 앞에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드러내면 좋겠네요. 그러면 ‘부서지고 꺾인 마음’(시편 51,19)을 업신여기지 않으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실 것입니다.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https://www.catholictimes.org/272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