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 손영희 (시인) |
2년 전. 임학자인 고려대 김장수 명예교수의 유족들이 처음으로 수목장을 치렀다. 볕이 좋은 곳에 심겨져 있는 참나무를 골라 고인의 유골을 뿌리고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명패를 달았다.
이 더운 여름날 웬 수목장인가 하겠지만 이제 두 달만 있으면 추석이다. 필자는 인천에 시댁이 있어 역 귀향을 한다. 오고가는 일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정작 추석날 당일에는 고역을 치른다. 아버님이 계신 공원묘원에 다녀오는 일이 집안의 큰 행사이기 때문이다. 공원묘지로 가는 길은 꽃 파는 상인들과 차들이 뒤엉켜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하루 종일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그만큼 피곤하다. 산 전체가 온통 봉분인 공원이 길가에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풍경일 것이다.
현재 매장묘지가 640만ha로 심각하게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요즈음 성행하는 납골당도 장례문화의 대안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납골당의 석조건축물이 영원히 썩지 않음으로 해서 흉물스러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목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찾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싶었다. 수목장은 말 그대로 수목의 뿌리 주위에 화장한 유골을 묻거나 뿌리는 장례 방식으로 자연 회귀의 정신과도 맞고 인간이 나무로 돌아가고 나무는 다시 인간에게로라는 신수사상의 전통성과도 맥이 통한다. 친환경적이며 육림을 가꾸고 보존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수목장은 자기 자신이 죽음이 되면서 삶이 되는 장례법이요. 대지로 온전히 돌아 가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환생의 철학이 담겨있는 가장 바람직한 장례방법이 아닐까 한다.
스위스. 독일 등 외국에서는 이미 자연장의 형태로 오래 전부터 수목장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김장수 교수의 수목장이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정부도 수목장 확산을 위한 법적. 제도적 검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죽기 전에. ‘다시 돌아가 집이 될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손영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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