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중심은 태양이다. 지구를 비롯하여 목성과 같은 거대한 행성이나 수십억 km 떨어진 해왕성까지도 태양의 인력에 붙잡혀 일정한 궤도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지구에 더 강한 인력을 작용하고 있는 것은 태양이 아닌 달이다. 지구는 달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물이 살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갖추게 되었으며, 인류의 역사와 문화도 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달은 우주 탐사 역사상 인류가 발 디뎠던 유일한 천체이기도 하다. 가깝고도 먼 달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달 형성에 대한 거대 충돌설을 설명한 동영상. 동영상에 나타난 미행성은 실제로는 더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달의 특징
달은 지구로부터 약 38만 km(384,400km) 떨어져 있다. 지름은 지구의 약 4분의 1(3,476km), 질량은 지구의 약 80분의 1(7.3477 x 1022kg)이다. 다른 행성과 그 위성의 크기를 지구와 그 위성인 달과 비교하면 달은 매우 큰 위성에 속한다. 달의 단면은 평균 70km 두께를 가지는 지각, 1,250km 깊이까지의 맨틀, 그리고 그 이하의 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와 달리 액체 상태의 핵은 없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 330km 반지름을 가지는 핵이 존재하며, 매우 작은 핵이지만 지구처럼 액체 상태의 외핵과 고체 상태의 내핵으로 분화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달의 표면은 어둡고 낮은 부분과 밝고 높은 부분으로 나뉘는데, 어두운 부분을 바다라고 한다. 하지만 달의 바다에 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용암이 굳어 단단해 진 검은색 현무암으로 주로 이루어져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달의 밝은 부분은 가벼운 사장석 위주의 광물들로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높이 솟아 있다.
달의 자전주기는 공전주기와 같아,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같은 면만을 보게 된다. 달의 공전궤도면은 지구의 공전궤도면에 대해 약 5.1도 기울어져 있다. 달의 평균 밀도는 3.34g/cm3으로 지구 전체의 밀도 5.52g/cm3 보다는 작지만 지구 겉부분, 즉 지각과 맨틀 상부의 단단한 부분의 평균 밀도와 비슷하다. 달의 암석의 산소 동위원소 비를 측정해보면 지구와 같은데, 이 점은 중요하다. 또한 달의 핵 반지름은 달 전체의 20%도 되지 않아, 핵 반지름이 전체의 50%에 달하는 지구형 행성들과 매우 다른 구조를 보인다.
지구의 위성 달. 달의 표면 중 어두운 부분을 바다라고 한다.
달의 내부 구조.
과거의 달 형성 가설들
달은 이렇게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달의 태생의 비밀에 관해서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을 통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이제 달의 형성에 대한 가설들을 하나씩 알아보자.
집적설(binary model)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태양계 탄생 초기에 지구를 형성하고 남은 미행성들이 지구 주변에서 서로 충돌하여 달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가설은 달의 성분과 구성이 지구와 다르고 공전궤도가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접적설(binary model). 지구 궤도 주변에 흩어져 있던 미행성들이 거의 동시에 합쳐져 지구와 달로 각각 발전했다는 설.
분열설(Fission model)
1898년 찰스 다윈의 아들인 영국의 천문학자 조지 다윈의 내 놓은 학설이다. 그는 마그마 바다였던 형성 초기의 지구가 빠르게 자전하면서 원심력에 의해 떨어져 나간 부분이 달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뉴턴역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달은 예전에는 지구에 가까웠으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물론 최근 발달된 레이저 실측 결과, 실제로 달은 지구로부터 1년에 약 4cm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따라 시간을 거슬러 계산해 보아도 달이 과거에 지구에 붙어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분열설(fission model). 마그마 상태로 용융된 지구가 빠르게 자전하면서 일부가 떨어져 나가 달이 생겼다는 설.
포획설(Capture model)
지구 주변에 있던 작은 행성이 지구의 인력에 끌려와 달이 되었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천체가 지구에 포획되어 위성이 되기 위해서는 접근 당시의 속도나 각도 등이 아주 특별해야 하고,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같다는 점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
포획설(Capture model). 어디선가 만들어진 천체가 지구의 인력에 끌려들어와 달이 되었다는 설.
거대 충돌설
달 탐험으로부터 얻어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오래된 가설들보다 달의 형성을 더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바로 거대충돌설(Giant impact hypothesis)이다. 이 가설은 1946년 처음 주장된 이후로 여러 학자들에 의해 보완되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성 만한 크기의 미행성과 원시 지구의 충돌 당시를 묘사한 그림.
원시 지구가 만들어지고 난 약 1억년 후인 45억년 전 무렵, 원시지구는 지각과 맨틀, 핵이 분화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때 테이아라고 하는 지금의 화성과 비슷한 크기(지구 지름의 약 절반 정도)의 미행성이 원시지구와 충돌하였다. 충돌 당시의 이 미행성의 속력은 초당 4km, 충돌 각도는 약 45도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충돌의 결과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졌고, 미행성의 일부는 지구에 흡수되었으며, 지구의 일부와 미행성의 일부는 다시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미행성 중심부의 철과 같은 무거운 물질들은 지구에 합쳐지고, 우주로 방출된 가벼운 규산염 광물 위주의 암석들 일부가 서로 모여 달이 만들어졌다. 원시 달이 뭉쳐지는 과정은 길어도 100년이 걸리지 않았을 것으로 계산된다고 한다.
완전무결하지는 않지만 이 가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이 가능했을 뿐 아니라, 달 암석의 화학-광물 조성, 철 성분의 부족 및 공전 궤도의 상이함 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많은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달의 미래
지구와 달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강한 인력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의 인력에 의해 지구 표면에서 ‘움직이기 쉬운 물질’인 바다가 잡아당겨져 부풀어 오른다. 우리가 잘 아는 밀물과 썰물 현상이다. 지구의 자전은 바로 이 부푼 바닷물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결국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는 동시에, 달의 자전 속도도 느려져 지금처럼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게 되었다. 지구와 달의 자전 속도가 줄어듦에 따라 감소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달의 공전이 빨라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케플러 제3법칙에 의해 공전궤도 반지름이 증가해야 하므로 달은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오늘의 과학 [하루는 점점 길어진다]참조).
이렇게 지구의 하루가 점점 길어지는 현상 이외에, 달이 멀어져 인력이 작아지게 되면 지구의 환경은 지금과는 매우 다르게 바뀔 것이다. 달을 향해 부풀어진 바닷물이 사라지면서 적도 지방의 해수면이 낮아지고 반대로 극지방의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생물 서식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한 공전궤도면과 수직에서 약 23.5도 기울어진 지구 자전축도 크게 바뀌어 지구는 엄청난 기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오늘의 과학 [달이 없는 지구] 참조). 지구와의 충돌로 생겨난 달이 언젠가는 지구와 작별하겠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현상은 이변이 없는 한 수 억년이 지나서야 벌어질 일이다.
산소 동위원소
방사성 붕괴를 하지 않는 안정된 동위원소로 중성자의 개수에 따라 O16, O17, O18 세 종류가 있다. 현재 자연 상태에서의 비율은 O16 : O17 : O18 = 99.757 : 0.0381 : 0.205이다.
테이아(Theia)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의 어머니. 달의 탄생 학설 중 '거대충돌설'에서 지구와 충돌한 미행성.
케플러 제3법칙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공전궤도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글 이승배 /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총괄과 연구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고생물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BK21사업단, 호주 University of New England에서 1년씩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2008년 소년조선일보에 “화석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을 연재하였으며, 현재 국립과천과학관 자연사 분야 전시기획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