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7일 정오 12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김황식 총리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6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였는데, 이번에 1인지하요 만인지상인 영의정과 오찬을 함께 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였기에 우리 카페 회원님들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행여 지나친 자랑으로 비칠까 걱정됩니다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전 11시 45분까지 삼청동 총리공관에 도착해 달라고 하였기에 대구에서 8시 31분에 출발하는 KTX를 탔습니다. 기차속에서 작은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제가 탄 차가 14호였는데 13호에서 응급환자가 생겼으니 의사 선생님이 있으면 빨리 와 달라는 긴급 방송이 나와서 바로 가봤더니 50대 여인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응급처치를 해주니 정신이 돌아왔는데 진찰을 해보니 멀미가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30여 분 후 회복되어 서울에서 하차 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오늘처럼 뜻하지 않은 곳에서 특별한 진료를 할 때가 있으며 지난해는 국제선 비행기에서 코피 환자를 치료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좋은 일이지만 신경쓰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차는 10시 15분경에 서울역에 도착하였기에 여유시간이 충분하였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여 광화문역에서 내렸습니다.
비록 갈아탔지만 4개역을 지나는 거리에 불과하였습니다. 지난 저녁 인터넷 구글어스(Goole earth)에서 삼청동 부근을 검색해보니 광화문역에서 총리공관까지 걸어도 될 정도 거리였습니다.
광화문역을 나서니 넓다란 도로에 잘 정비된 인도가 멋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530(1주에 5일, 1일 30분 걷기)으로 단련된 다리로 씩씩하게 광화문 거리를 걸었습니다. 교보문고, 세종문화회관, 미국대사관, 정부종합청사가 보였습니다. 서울역에서 서울시청을 지나 똑 바로 가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광화문인데, 그것이 바로 내 앞에 있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양복 상의를 벗어 팔에 걸치고 도상(圖上)연습한 대로 광화문에서 우측으로 그리고 다시 좌측으로 경복궁 담장을 따라 걸었습니다. 경복궁 담장 옆으로 잘 정비된 넓은 인도를 따라 걷는데 곳곳에 경찰이 있었습니다. 몇 번 물어서 길을 확인하고 20분 정도 걸으니 총리공관 앞에 도착하였으며 시계를 보니 11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지금 바로 공관에 들어가도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공관 앞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청와대까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더니
4백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청와대도 한번 보고싶어졌습니다, 비록 대통령은 남아공 더반으로 가고 없지만.
총리공관에서부터 청와대 가는 길 곳곳에는 정복 또는 사복 경찰이 무전기를 들고 지키고 있었으며 어디 가느냐고 묻기도 하였고 사진 촬영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청와대 담벼락을 따라 춘추관을 지나 청와대 앞 포토존(photo zone)까지 걸어갔습니다. 거기에서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부탁하여 나도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11시 40분 경에 총리공관에 도착하니 정문에서부터 직원들이 확인을 하고 친절히 안내해주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총리공관은 4천여 평의 넓은 터에 900년 된 등나무와 300년 된 측백나무가 보물 254호와 25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5,0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보니 총리공관은 마치 수목원 같이 울창한 숲속의 길지(吉地)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오늘 오찬은 김황식총리께서 의료봉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 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장면을 보고 감동하여 국내외 의료봉사자와 봉사기관단체의 책임자를 초청하여 격려하고 정책건의를 듣기 위하야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의료봉사단체 책임자 5명, 국내외 의료봉사 경험이 많은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한의사 등 전체 29명이 초대되었고 동시에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실장을 비롯하여 정부관계부처 실무자가 배석하였습니다.
오늘 참석자 중에는 3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아프리카, 몽골 동남아, 남미 등에서 해외의료봉사를 한 사람도 많았고, 완도군 청산도에 계신 75세의 의사선생님도 한 분 있었습니다. 참석자 29명 중 18명이 의사였으며, 저는 2003년 이라크 의료봉사를 비롯하여 아프리카와 국내의 한샌병(나병)진료 봉사 그리고 울릉도 근무 등과 의사협회 사회협력위원회(봉사활동 담당) 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고려되어 의사협회에서 추천하여 이번 오찬 초대자로 선정 되었습니다.
오찬장 옆에 넓은 대기실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음료수를 한잔씩 하면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벌써 몇 사람이 와 있었으며 제가 아는 사람들도 있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2시가 되자 총리께서 대기실로 오셔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잠깐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어저 저녁 남아공 더반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이 결정된 것을 소제로 즐겁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어제 총리님께서 평소와 달리 약간 흥분하며 소감을 말하던데 그것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에게서도 그런 말 들었다며 함께 웃었습니다.
담소를 끝내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오찬장으로 옮겼는데 그 단체사진을 빨리도 현상하여 오찬을 마치고 나올 때 한 장씩 나누어주었습니다.
오찬은 스테이크 식사로 진행되었는데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차례대로 한 마디씩 하도록 발언 기회를 주었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경험을 조리있게 이야기 하였으나 어떤 젊은 사람은 몸시 긴장하여 머뭇거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개인적인 일을 너무 길게 이야기 하기도 하고, 어떤 단체의 책임자는 지원을 부탁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해외의료봉사는 물품 배급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진료행위이므로 단순히 약을 나누어 주는 것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와 자원봉사활동기본법 개정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공중보건의 부족에 대하여 말하기에 그것의 해결방법의 하나로 은퇴의사 활용법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였습니다.
모든 참석자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하고 정책에 반영할 것은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하였으며 총리실 관계자들도 오늘 언급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은퇴의사 활용에 대한 것과 의료봉사자들은 한데 모아 경험을 나누는 큰 자리를 한번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오찬으로 나온 스테이크는 연하고 맛있었습니다. 특이한 것 중의 하나는 식사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거기에 새끼손가락 손톱의 1/4 정도 되는 금박이 얹혀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금아이스크림이었던 것입니다. 식사가 끝나고 연회장인 삼청당 앞에서 총리가 일일이 환송의 악수를 하고 넥타이와 단체사진을 넣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저는 끝나고 나오면서 다른 의사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총리께서 지나시다 함께 찍겠다고 하여 900년 된 등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특별한 행운까지 얻었습니다.
김황식 총리는 법관 출신으로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966년 광주일고와 서울법대를 나왔으니 나보다 1년 선배였습니다. 의사회장과
약사회장 등 의료계의 단체장을 초청하지 않고 의료계 봉사자들을 초청하여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하시는 그 따뜻한 마음과 사랑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영의정과의 오찬은 맛있고 즐거웠습니다. 오래오래 기억될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하철 광화역에 내려서 총리공관 청와대까지 제가 걸어간 길을 표시했습니다. 경복궁 담벽을 따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구글 어스 검색에서 찾은 청와대와 총리공관 부근의 모습. 파란 선을 왕복하며 청와대를 보았습니다.
제 뒤로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과 정부종합청사가 보입니다.
경복궁의 출입문 광화문 앞에서 한장, 여기서부터 우측으로 경복궁을 따라가면 청와대와 총리공관이 나옵니다.
청와대앞 포토존에서 촬영. 중국인 관광객에게 부탁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오찬장 내부입니다. 오찬이 끝난 후의 모습입니다.
오찬장의 내 이름 앞에서 촬영. 물론 오찬이 끝난 후에 찍었습니다.
오찬을 하기전 김황식 총리와 단체기념촬영. 저는 뒷줄 좌에서 두번째. 앞자리에 앉을 군번인데 잠깐 사진 부탁을 하다 뒤쪽으로.
총리공관에 있는 보물 254호 900년된 등나무 앞에서 총리와 기념촬영. 총리 좌측은 의사협회 임원.
등나무 앞에서 저 혼자 한장.
오찬장인 삼청당을 배경으로 한장.
첫댓글 와, 대단하십니다. 길이 남을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군요. 훌륭한 일을 한 보람이니 존경스럽습니다.
역시나~~~ 그런 가문의 영광이 될만한 일이 있었군요.
선생님은 충분히 자격이 있으십니다. 감축드립니다.
다녀오신 코스와 장면들을 꼼꼼이 정리하여 올려 주셔서 보기 좋군요.
그기에다 자정을 넘겨가며 올려주신 정성까지..... 존경스럽습니다.
정만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저도 지난 6월 21일 청와대 오찬 초대를 받아 다녀왔습니다. 전국 도 농업기술원장과 시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애씀을 격려하는 자리였지요. 각 도별로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한정식을 대접받고 왔습니다. ㅎㅎㅎ
그런 일이....
근데 신쌤은 왜 사진 안 올립니까?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대대손손 물려야겠네요.
저보다 한 급수 위네요. 카페활성화를 위해서 사진이나 글 좀 올리세요.
축하합니다. 조용히 좋은 일을 많이 하셨지만, 세상은 알아주십니다. 우리회의 자랑입니다. 전국 수비에도 자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진가는 곳곳이서 발휘되는군요.
어느 의사분은 비행기안에서 응급환자를 소생시켰다고 하던데 선생님은 열차에서였군요
그 멀미환자는 선생님을 생명의 은인쯤으로...
청화대에 발이라도 들여놓는게 얼마나 큰 영광인데.
선생님이 우리 수비회원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일 많이 하신 선생님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우리 수비의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