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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방학 때는 꼭 어디론가 여행을 하고 싶었다.
몇 달 책을 쓰느라 에너지를 많이 탕진하였기에 재충천도 해야 되고
최근 좀 긴 슬럼프 기간을 거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나에게 자극도 주고 싶었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곳은 티베트였다.
인도와 티베트는 대학 다닐 때 처음 명상을 시작할 즈음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인도는 십여 년 전에 한 번 다녀왔는데
그 사이 십 몇 년간 혼자서 여행할 기회가 없었다.
셋째가 태어난 뒤 아이 셋 키우랴 자신의 작업하랴 바쁜 아내를 두고
차마 혼자서 훌쩍 떠나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도 어느 정도 커서 가사 부담도 많이 줄고
올해 여름에 아내가 작업을 하러 한 달 간 일본에 갔을 때
내가 세 아이들 밥 챙기고 살림을 다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예상대로 아내는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그 다음날 나는 장도에 나섰다.
북경에 도착해서 며칠간 어학연수와 있는 동료교수들과 같이 지냈다.
기타를 메고 만리장성에 가서 작은 콘서트도 하고
자금성, 이화원, 원명원 등의 고적도 둘러보면서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다른 교수들은 간단한 파티를 하고 경극을 보러 갔을 때
나는 홀로 북경서부역으로 갔다. 표는 미리 예매하였기에 문제가 없었다.
개찰을 마치고 플랫폼 내려가는 계단에 들어섰을 때
전광판에서는 라싸 행 21시 30분 정시 출발이라는 글씨가 반짝거렸고
아래에는 기나긴 라싸 행 특급 열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부풀어 오르면서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 얼마나 가고팠던 티베트였던가?
저 기차가 나를 오랜 동경의 땅으로 데려다 주겠구나.
이제 46시간 반이 지나면 라싸에 도착하겠구나.
내가 탄 칸은 한 칸에 침대가 6개 있는 2급 침대칸,
나의 자리는 상중하 가운데 아래 침대이다.
가격은 813원, 1원에 130원이 조금 넘으니 약 10만원 남짓이다.
10만원의 돈으로 4000키로가 넘는 길을 달리니 싼 편이다.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린다.
아침에 일어나니 실크로드의 출발지, 옛 당나라에는 장안이라 불렸던 씨안이다.
한 두 명이 내리고 다른 사람이 탄다.
란조우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자리에 여유가 생겼다.
이미 20여 시간이 흐르고 나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기타를 꺼냈다.
다시 하루가 지났다.
고원의 망망대해 청해호는 한밤중에 지나는지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기차는 청장고원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리고 눈앞에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그리고 군데 군데 호수가 보이는데 고원지대라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렇지만 얼어붙은 호수, 차가운 바람에도
티베트 들소인 야크는 꿋꿋하게 잘 살고 있다.
드넓은 초원에 야크 떼가 풀 뜯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초원 저 편에 자그만 호수가 보이고
그 뒤쪽으로 눈 덮인 설산이 보인다.
나지막해보여서 금방 올라갈 것 같은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해발 칠천 백미터가 넘는 닌첸탕고라산이란다.
초원지대이고 공기가 맑아 사실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도
무척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휴대용 카메라인지라 성능은 별로지만
그래도 줌을 당겨서 설산의 풍경을 찍어본다.
라싸에 도착한 첫날 묵었던 호텔방에서는
포탈라궁의 뒷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그 포탈라궁을 호텔방의 의자에서 바라보는 것은 감개무량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길을 건너서 포탈라궁을 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산과 호수에 햇살이 막 비치기 시작하는 즈음이다.
포탈라궁 입구를 찾기 위해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측면에서 찍은 사진이다.
옆 모습만 보아도 뒷 모습에 비해 훨씬 웅장한 자태이다.
마침내 포탈라궁의 정문으로 왔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웅장한 자태이다.
이렇게 자재가 부족한 고원지대에서
어떻게 저렇게 크게 아름다운 궁전을 지을 수 있었을까?
중국 무협지에는 포탈라궁에서 온 티베트 고승이 종종 등장하는데
대체로 사악한 무공을 행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곤 하였다.
티베트의 옛날 이름은 토번국, 한 때 무척 강성하였다.
티베트인들은 매우 용맹스럽고 사나워서
한 때 중국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아마 그 때문에 무협지에서는 부정적으로 묘사되었으리라.
포탈라궁의 입장료는 100원, 우리 돈으로 만삼천원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포탈라궁 전체를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맨 꼭대기의 붉은 색 부분의 법당과 달라이라마 거처만 보여준다.
사진을 찍은 곳은 바로 포탈라궁의 맨 윗부분의 황금지붕 궁전의 입구이다.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되는 곳이다.
내부는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찍지 못하였다.
전체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어둡고 침침한 편이다.
게다가 초냄새와 향냄새가 너무 강해서 조금 힘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산지대라 산소가 부족한데
초나 향을 너무 많이 피워 산소부족을 느꼈다.
게다가 무슨 불상의 종류는 그렇게도 많은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불보살상에다
티베트의 역대의 성인들, 왕들, 달라이라마들의 조상들도 있어
실로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불상이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번다하고 잡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약 두 시간 남짓의 궁전 내부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눈앞에는 라싸시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험준한 산, 그리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나에게는 여러 종류의 불상보다는
티베트의 자연 풍경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티벳인들이 늘 돌리는 마니차, 풀이하면 법륜이다.
티벳인들은 마니차를 한 번 돌리는 것이 불경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업장을 덜어주고 윤회를 빨리 벗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다 마니차를 열심히 돌린다.
나도 마니차 앞에서 마니차를 한 번 돌려보았다.
물론 관광객의 흥미수준이다. ^^
티벳 성지순례 일번지인 조캉 사원의 3층에서 찍은 사진이다.
조캉 사원은 포탈라 궁에서 약 1키로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시내 한 가운데의 절이다.
티베트의 숭첸감포왕에게 시집온 당나라 문성공주를 위해 지은 절이라고 한다.
사찰은 그다지 크지 않고 개방되어 있는 법당도 하나인데 입장료는 70원이다.
이건 포탈라궁보다 훨씬 더 비싸다.
조캉 사원보다 무려 수십배나 넓고 볼게 많은 자금성도 60원인데 너무 비싸다.
여기까지 왔으니 웬만하면 관람하려는 관광객의 심리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조캉 사원 앞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티베트의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라싸에 와서는
우선적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여기서 오체투지를 하면 큰 복을 받는다나...
길가에서도 종종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을 봤지만
여기서는 떼거리로 모여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티벳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조캉 사원 안에 화장실이 있길래 가보았더니
남자와 여자 공용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더니 글쎄 이런 모습이다....
남자들은 벽을 보고 누면 되는데 여자들은 어떻하란 말인지...ㅠ,ㅠ
조캉 사원 주변은 바코르라고 하는 라싸의 전통적인 거리가 있다.
거리가 팔각형이어서 중국어로는 팔각로라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석가모니의 팔정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팔각로는 라싸 최고의 상권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순례자들과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성과 속의 절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조캉 사원을 다 보고 난 뒤에 이번에는 세라 사원으로 갔다.
세라 사원은 라싸의 변두리의 산에 있는 사원으로 천장대가 있는 곳이다.
시체를 잘라서 독수리의 먹이로 주는 천장은 티벳의 전통 장례로 유명하다.
그러나 요즈음은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은 하되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단다.
세라 사원에 갔을 때는 이미 모든 법당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여서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면서 대략 건물의 외양만 보고 왔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시설은 좋은 현대식 호텔이지만
대로변에 있어서 자동차 소음도 심하고 매연도 심하였다.
이곳까지 와서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는 것은 좀 뭐해서 방을 옮기기로 하였다.
마침 한국에서 소개받은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과 전화를 통해
조용하고 싼 숙소를 소개받기로 하였다.
아침에 짐을 싸들고 새로운 숙소를 가는 길에 포탈라궁을 다시 들렀다.
짐이라고는 기타 한 대와 자그마한 배낭하나...
작은 배낭에 노트북을 넣었으니 나머지 짐이라고는 내의와 쉐타 여벌 정도...^^
속리산에 2박 3일 쉬러갈 때와 짐이 거의 비슷하였다.
소개 받은 새 숙사는 지금 달라이라마의 스승인 린포체대사가 머물던 곳이란다.
원래 제자들에게 경전을 가르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였다.
3층 건물로서 내가 머무는 방은 3층의 구석방이었다.
티벳의 전통 가옥은 모두 중정을 둘러싼 성곽형태이다.
에베레스트 여행을 위해 사흘 동안 라싸를 떠났을 때를 제외하고
티베트에 있는 동안은 늘 이곳에서 지냈다.
내 방의 풍경이다.
하루에 방값으로 80원을 지불하였다.
여름에는 무려 300원씩이나 한다고 한다.
햇빛이 들지 않아서 그렇지 아늑하고 괜찮은 방이었다.
이렇게 전통 가옥이지만 실내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다.
낮에는 주로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일광욕을 즐겼다.
낮에는 따스하지만 밤에는 온도가 상당히 내려갔다.
그래서 이틀째 되는 날에는 150원에 전기난로를 하나 사서 애용하였다.
티베트 여행기(1)은 여기에서 마칩니다.
약 천장의 사진 가운데서 100장을 엄선하여
다섯 번에 나누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덕분에 사진으로 멋진 여행하게 되네요! 포달랍궁에 라마승들이 있나요^^
네, 지금도 라마승들이 있지요. 현재 중국 정부는 다른 곳은 몰라도 티벳인들의 종교에 대해서는 별로 탄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티벳 사람들은 아들을 여러명 놓으면 한 명은 출가시키기를 원하고 그래서 어린 승려도 많답니다.
정말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원래 사진 1000장을 다 올리려면 약 50편 정도가 되어야 하나 그 중에서 엄선한 것만 올리겠습니다. 사실 제가 조금 터프한 면이 있습니다. 갈수록 더욱 터프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티벳의 전통가옥이나 숙소의 방 분위기는 우리나라 전통문양 느낌이네요 , 화장실 너무 웃겨요ㅋㅋㅋㅋㅋ
아마 불교적 전통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다르답니다. 자세히 보면 남녀의 변기의 모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바닥의 타일 색깔도 서로 다르지요.ㅋㅋㅋ
우선 고맙고 부럽고, 가고싶고 너른돌님도 보고싶고......
이번 주는 오랜 여행에 몸도 좀 피곤해서 푹 쉬느라 제대로 인사를 못드렸고 다음 주에 찾아뵐께요.
잠이 안와서 들렸는데 잘 구경했어요 ~~~벌써 2편이 기다려지네요....(심천에 민속촌에 가면 축소 해서 만든 것만 보았는데...
감사합니다. 2편 곧 올리겠습니다.^^
꼭 가고 싶었던 곳을 사진이로나마 너른돌님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다음편도 기대가 되는걸요! *^^*
티벳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 정말 많군요. 다음에 계를 부어서 한번 단체로 갑시다. 가이드는 제가 할테니...ㅋㅋㅋ
티벳은 그야말로 '신의 왕국'이란 생각이 들어요.이 곳이 최근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변화하고 오염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언제까지나 자연 상태로 남아 있길 바랜다면 과한 욕심일까요 티벳을 여행하는 너른돌님의 모습도 그야말로 거룩한 성자를 닮은 것 같습니당
맞습니다. 금단의 땅, 신비의 땅, 티벳도 지금은 많이 변해가고 있지요. 문명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지요.
감사합니다. 여행 잘 하셨지요~? 사진으로나마 여행하게됨을 감사드립니다 ^^
네, 덕분에 여행 잘 했습니다. ^^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여행에 동행하는 기분입니다. 질문 있어요. 박 교수님이 나오는 사진은 누가 찍은 거지요? 그리고 현지 안내인(한국인?)을 쓰셨나요? 혹시 몰라 미리 현지 정보를 좀 알아 두려고 합니다.
제가 나오는 사진은 대부분 길거리의 티벳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찍은 것입니다.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저는 현지 가이드 전혀 없이 그냥 혼자서 여행을 하였답니다.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지요. 가장 많은 정보를 준 곳은 <수미 여행>이라는 사이트입니다. 검색어로 치시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Free as the wind!! 부럽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칭짱 절도를 타보는게 희망사항인데 이루어질런지.. 돈을 좋아하는 중국인 모습이 여기서도 보이네요. 이번 여행으로 영육간에 많은 성장 이루셨지요?
시베리아 횡단철도, 저도 한번은 타보고 싶은 열차입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ㅋㅋㅋ
낭만, 감동, 신비로움, 아름다움, 이런 단어들만 생각나네요. 정말 구경 잘 했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