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학무기 위협 실상
장 명 순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외래교수)
북한의 핵무기 보유설의 그늘에 가리어 사실상 핵 이상의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는 북한의 화학전 위협 실상에 대해서 우리는 무감각적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핵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시의 일본에 대한 것이 최초이자 마지막이었으나, 화학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월남전, 중공-베트남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전, 이란-이라크전까지 광범위하게 실전에 사용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개발도상국가의 핵 확산 저지라는 국익에 따라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여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으나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속수무책인 상태에 있다.
북한의 화학전 위협 실상은 화학전 수행능력과 이를 수행하려는 의도인 화학공격 양상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군사위협평가의 기본틀인 능력과 의도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나 가변성이 적은 능력 쪽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81년 김정일은 김일성 지시사항 관철과정을 확인 중 “군 간부들이 국제규정에 얽매여 수령교시 관철에 소극적이다. 조국통일을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 화학무기 대량생산체제를 하루속히 완비하라. 만일 수령교시 관철사업에 문제점이 야기될 시 즉각 보고하라”고 독려한 이후에 북한은 화학전 능력을 급속히 증강시켜 왔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으로 세계 어느 국가도 국가의 지도자가 거의 공개적으로 화학무기 보유를 주장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시기·장소에서 공격가능
북한은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예하 핵-화학방위국 총괄하에 연구시설 3개소를 비롯해 생산가능시설 8개소, 저장시설 6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강계 등 3개소의 화학 연구시설에서는 화생무기 및 기화폭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화학작용제 생산기술 및 생리적 효과를 증가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시설을 최초 5개를 가지고 있었으나, 81년 김일성의 화학전 준비 독려 지시 후 3개의 시설이 더 추가되어 총 8개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평시에는 4천5백여 톤, 전시에는 1만 2천여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되어 화학전을 수행하기에는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군수산업 능력은 낙후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정밀고도 기술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잠수함을 연간 2-3척씩 생산해 내고 있으며, 장거리 유도무기의 기술수준과 핵무기 제조에 대한 능력을 감안시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능력은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은 다양한 화학무기 투발수단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에는 전·후방을 동시에 화학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투발수단으로는 박격포, 야포, 방사포, FROG-5/7, SCUD 등이고, 해상은 화력지원정, 공중으로는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등을 이용하여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가 있으며, 특히 전방으로 추가 배치된 장사정 포병으로도 현 위치에서 수원 이북의 수도권 전지역에 화학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군사전문가 버무더 II세(J. S. Bermuder Jr.)는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팬스 위클리’지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란에 SCUD-B 화학탄두를 제공하고, 시리아와는 생물전에 관해 협력하는 등 화학무기의 생산과 운영에 관해 제3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데 더욱 우려하고 있다.
남북한 함께 가공할 피해
전·평시를 막론하고 북한의 화학전 도발이 예상된다. 전시에는 전쟁지속능력을 마비시키고 전투력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과 수단으로 화학전을 수행할 것이며, 평시에는 사회혼란을 획책하기 위하여 화학전을 수행할 것이다.
전·평시의 화학전 수행 형태는 여러 가지 유형을 상정할 수가 있으므로 피해 위주로 검토해 보기로 하자. 재래식 무기에 의한 전쟁재발 시의 피해는 6.25 당시와 현상황을 단순 비교하여 추정해 보면 현시점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예상 피해는 1주일 이내에 2백 40만명에 달하는 인명피해와 주요시설의 60%, 장비물자의 54%가 파괴될 것이며, 1개월 이내에 남한 전 인구의 10분의 1이 사상을 입고, 시설·장비 물자의 대부분이 파괴 손실되는 등 가공할 만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 여기에 북한의 화학무기가 추가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반대로 북한 역시 남한에 못지 않은 가공할 만한 피해가 발생하여 생각만 해도 끔찍한 민족전멸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북한은 평시에는 사회혼란 획책 등 특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제한된 화학전을 수행할 것이다. 공격양상으로는 비정규요원의 침투, 재일조총련 소속의 핵심요원, 고정간첩을 이용한 인적요원에 의한 공격과 현 전선에 추진 배치된 장거리 포병과 FROG-5/7, SCUD 등 유도무기에 의한 공격을 상정할 수가 있다.
인적요원에 의한 도발형태는 우리의 각종 유독성 화학(독극물, 유독가스)물질을 유출시키기 위하여 생산 및 저장시설, 수송탱크 등을 폭파, 방화하거나 인구조밀지역에 대한 신경성 작용제의 공격도 예상된다. 그리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야포 및 방사포는 현 진지에서 수도권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으므로 포병에 의한 현 진지에서의 공격도 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휴전선에서 발사할 경우 SCUD-B 는 군산까지는 4분, SCUD-C는 부산까지는 5분 30초 소요됨으로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들 뿐아니라, 1분내에 서울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증원 방지 등 목적달성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신경성 화학제인 사린가스를 수도권 상공에 4-5kg만 살포해도 1천만명 이상의 주민이 피해를 입을 정도의 가공할 파괴력을 나타내 주고 있다. 신경제인 사린(GB)과 타분(GA)은 가장 치사성이 높은 신경가스이다. 즉 타분(GA)의 경우 3-4방울(70mg)만 흡입하거나 피부에 침투해도 경련을 일으켜 사망하게 되고, 사린(GB)은 독성면에서 타분의 4배로서 미국의 실험자들에 의하면 1m3에 100mg의 사린이 섞인 공기에 접하면 3분후에 10%, 6분후에 48%, 15분후에 95%가 사망한다.
또한 귀순한 최주활 상좌가 밝힌 바와 같이 김정일 역시 핵·화학무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전쟁초기에는 미군시설을 집중타격, 미국 내 염전 분위기를 조성한다“라는 전략을 세워 놓은 점에 비추어 보아 화학무기에 의한 미군 집결지나 사령부 등의 선별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으며, 이에 따른 주한미군의 증원을 가정한 한국방어 계획의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화학무기는 개발이 용이하고 위력이 강력하며, 또한 비밀리에 은폐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기체계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화학무기는 계속 사용될 것이며 그 사용은 북한의 생존전략과 김정일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북한은 화학공격을 원하는 시기, 장소에 수행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의 위협실상에도 불구하고 이를 억제할 실질적인 수단이 없는데 따른 현실적인 고뇌에 우리는 빠져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의 핵 위협 못지 않게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실상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세계 제3의 화학무기 보유국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화학무기 금지조약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으로 북한이 이 조약에 가입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면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 화학무기 제조의 리드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