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에 감사합니다
-도서관 명칭 공모전 심사후기-
“엄마, 왜 나한데 고맙다고 하는 거야”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날부터 선거 이전 홍보전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현수막이 거리에 나부낀다. ‘성원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 잊지 않겠습니다’ 등 문구만 약간 바꾸었을 뿐 예외없이 ‘성원(聲援)’ 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이쯤 말씀드리면 눈치 채셨겠지만, 아들 이름은 성원(成元)이다. 녀석은 진즉 그 뜻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수막 앞을 지날 때 마다 천연덕스럽게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께 손녀 이름을 지어 주십사 부탁드렸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요전에 병실에서 보았던 네가 쓴 시 제목으로 해보라.” 고 하셨다. 평소 당신의 또 다른 손녀인 인혜(仁慧) 란 이름 중 한 자 쯤은 같으면 하셨는데, ‘너로 인하여’ 의 ‘인하’가 떠오르셨나보다.
나는 이름짓기 (naming)에 관심이 많다. 남들이 로또를 사듯 공모전에 참여하고, 그 결과 좋은 결실도 서너번 맺었다. 또 인근 화성, 평택, 수원으로 강의 다니며 몇 몇 가게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처지가 바뀌어 우리 오산시에 새로 문을 여는 (가칭)금암도서관 명칭 공모전에 심사를 맡게 되었다.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기대와 1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상금이 걸려서 인지 열기가 후끈하다. 무려 437여 편의 응모작들을 1차에서부터 2차 본선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분석도 해보았다.
가급적 ‘평범한 지명을 벗어난 명칭’ 을 공지하였음에도, 금암, 세교, 세마가 10% 이상이나 나왔다. 도서관이 들어선 곳이금암동' 이라 우리말로 ‘금바위’ 가 단일명으로는 가장 많았고 심사위원들도 호감이 가는 눈치다. 그 외에도 ‘마루’, ‘누리’, ‘가온’, ‘물향기’ 등과 고인돌이 있는 지역특색을 살린 이름도 눈길을 끌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는 명칭으로는, 단연 Kentucky Fried chicken을 ‘KFC’ 라는 머리글자로 쓰듯이(Acronym)한 ‘오세암’(오산+세마+금암)과 쿠웨이트 국영기업 이름인 ‘Q8’(발음상 큐 +에잇)처럼 ‘금암’ 을 ‘그맘’ 등이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였다.
그래도 ‘꿈’ 이란 단어를 활용한 응모작은 20% 이상이다. 누구나 공감하듯 도서관은 우리가 책을 읽고, 모여 토론하고 꿈을 키우는 장소이다. 그러기에 도서관 명칭으로 ‘꿈’ 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만, 한편 꿈 자체 만으로는 다소 아동적인 이미지를 주는 점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영어 ‘dream’의 발음을 이용하여 '두드림'(do dream) ‘바꿔드림론(dream loan)’등 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찾아보니 ‘친한 친구’ 라는 ‘아띠’와 조어된 ‘꿈아띠’ 가 있었다. 도서관이 늘 인생의 좋은 동반자라는 의미와 경쾌한 발음상의 장점이 돋보인다. 물론 ‘세상에 새로운 것 없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란 금언처럼 어디 비슷한 명칭이 없겠냐 만은 ‘꿈아띠도서관’ 명칭이 여타 공공도서관과 비교하여 보다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이름만은 분명하다.
열람자들과 오산의 시민들 사이에서 중앙도서관이 ‘중도’ 라고 줄여 불리기도 한다. 요즘 청소년에게는 꽤 유명한 만남의 장소이다. 오산시 세교동 618번지에 내년 5월에 문을 활짝 열 ‘꿈아띠도서관’ 은 ‘중도’ 처럼 ‘꿈도’로 불릴게 뻔하다. 그래 맞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미래에 대한 ‘꿈도’ 도 꾸게 될 것이다.
* 당선된 꿈아띠가 대전 과학관 명칭과 동일하여 2등의 이름 '꿈두레'로 채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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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