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누워 / 詩 박해수-
내 하나의 목숨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 본다
설익은 햇살이 따라오고
젖빛 젖은 파도는
눈물인들 씻기워 간다
일만(一萬)의 눈초리가 가라앉고
포물(抛物)의 흘러 움직이는 속에
뭇 별도 제각기 누워 잠 잔다
마음은 시퍼렇게 흘러간다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될까
물살이 퍼져감은
만상(萬象)을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마음도
바다에 누워
달을 보고 달을 안고
목숨의 맥(脈)이 실려간다
나는 무심(無心)한 바다에 누웠다
어쩌면 꽃처럼 흘러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외로이 바다에 누워
이승의 끝이랴 싶다.
우리 젊은 날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질풍노도의 시기 허무는 또 다른 꿈의 시작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의식을 흔들어 일으키고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에 고뇌하고, 아파하던 젊음이
파도가 숨을 죽이는 나이쯤이 되어 뒤돌아 보면
지금 바다에 누워 바다 깊은 곳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때 뭍으로 올라온 싱싱한 고등어의 푸른 뒤척임 같은
눈부심이 그립고 그리울 뿐이다.

박해수
출생 1948년 1월 14일, 대구
학력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유치환 시 연구>문학박사
경력 2003년 제8대 한국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수상 1992년 제10회 대구문학상
시집 바다에 누워 서 있는 바다 걸어서 하늘까지 자유꽃 스물의 화약냄새
별속에 사람이 산다 사람이 아름다워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