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택을 찾아(기양서당)

[바람난김C]

아름다운 '기양서당'을 찾다.
고택이 우리에게 비춰지는 단어를 표현할 때 '아름답다'라는 표현 보다는 '멋스럽다'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 고택을 찾아 필자 가을바람 맞으며 멈춘 곳이 '기양서당'이다.
'기양서당' 마루에 앉아 가을 햇살을 받아보니 동행한 친구와 별말이 없어도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상적 대화가 아닌 어쩌면 선문답 같은 짤막한 단어가 오고간다.

'좋다~'
'그래 글타~'
'흙담이 참 예쁘다'
'기와꽃이 참 고풍스럽네~'

혼잣말인 듯 하지만 함께 하는 짧게 표현된 단어들 속에 나의 평안함과 친구의 평안함을 느끼며 함께 같은 곳을 보기도 하고 전해지는 느낌의 서로 다름을 나누기도 한다.

필자에겐 사실 기양서당이 첫 방문이다 보니 읽는 독자를 위해 한번 방문으로 글을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몇 번에 걸쳐 찾아봤다.  첫 방문엔 친구를 대동하고 몇 번은 혼자만의 느낌을 받아보고자 찾았다.  기양서당은 임동면(영덕방면)을 향해 달리다 임동면 근처입구의 주유소가 보이는 오른쪽 다리를 넘어간다.   그 다리는 수애당과 지례예술촌, 기양서당을 잊는 다리로 수애당을 지나 약 100미터정도 지나면 '기양서당'의 표지석을 만날 수 있다.

품격있는 서당과의 웃긴 첫 만남
서당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황금빛 찬란한 은행나무였다.  큰 줄기가 베어져있음에도 잔가지에 수많은 은행이 달려있고  땅에 떨어진것도 엄청난 양이었다.  똥냄새 나는 은행나무 때문일까 큰 것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뇌에서 대퇴부를 지나 등줄기를 타고 똥꼬(^^;)를 압박한다.  전주류씨 집안에는 미안하지만 서당의 대문을 지나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근심을 해소하고자 앉은 곳에서 동굴에서 울려퍼지는 맑은 물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어라~ 힘을 주면 어김없이 맑은 동굴속 물소리가 난다.  너무나 경쾌하여 몸에 남은 근심 모두 뱉어내고자 노력하였으나 한계를 느껴 다음날 또 그 다음날 찾을때 마다 화장실을 들렸다^^  혹여 이 글을 보고 찾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겪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진짜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네^^~

느껴지기 전에 함부로 셔터를 누르지 말라
바쁜 세상살이에 사람들은 어디를 가면 셔터부터 누르는 욕심을 부린다.  카메라는 잠시 내려놓고 서당이 주는 기운을 받아보고자 눈도 감아보고 바람의 냄새도 맡아보았다.  그리고 한참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서당을 들어오면서 서당 앞에 펼쳐질 임하호의 풍광은 사람을 매료시킬께 뻔할 것 같아 장엄한 감동을 위해 애써 외면하면서 서당의 기운에 집중했다.  서당의 오른쪽에 있는 주사로 가기위해 대문을 열어보니 작은 텃밭에 고추가 심겨져 있다.  숙박체험객들을 위해 마음대로 따먹기 위해 만들어 둔 것 같다.  주사 대문을 열고 두 발짝을 띄니 하늘이 필자를 불러 올려다보니 사각의 틀에 푸른 하늘이 담겨져 있는 게 아닌가.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들마루를 놓고 그 위에 누워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하늘을 즐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만약 연인들이 방문한다면 옵션상품으로 추천하기를 서당을 대행관리하는 안동의 입담꾼 류필기씨에게 강추 하는 바이다^^
원래 서당이었던 곳에 주사가 있는 이유는 후손들이 두 분의 위패를 모시는 추원사라는 사당을 서당 뒤에 지으니 향사를 지내기 위해 주사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기양서당이 주는 작은 매력에서 큰 매력으로 옮겨가보자
서당의 왼쪽을 돌아 올라서면 사당이 있는 추원사로 들어설 수 있다.  사당 뜰에서 바라본 서당의 오래된 기와의 멋스러움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고택을 찾다보면 보수를 한 곳이 있어 새것과 오랜된 것이 섞여 멋스러움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으나 이곳의 기와는 오래된 숙성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참 멋이 있었다.

서당을 나와 뒷밭으로 올라가 서당 전체를 바라보았다.  서당의 지붕위로 펼쳐지는 임하호의 풍광은 과히 아름답다라고 표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마침 하늘에 구름이 덮히고 열리기를 반복하여 여러 색채로 나타났고 특히 빛내림까지 있어 사진으로 담아 보았으나 실력이 미천하여 표현이 조금 떨어지니 양해를 구해본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구애장소
서당 앞에는 여러개의 벤치가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 앉으니 내가 가을이요 가을이 곧 나인지라 사랑하는 이를 그릴 수 밖에 없었다.  나뭇잎에 투영되는 가을빛에 감성이 물들고 발밑 아래엔 억새가 손을 흔드니 지난 추억의 서랍이 다시 열리고 고개를 들어 임하호를 바라보니 가슴이 활짝 열린다.  친구 녀석도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걸 봐서 같은 느낌을 받는 모양이었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는 친구의 소근거림은 또 하나의 가을소리가 아닐까 한다.  이 벤치에 누가 앉아 있거든 가까이 가지 말고 멀찍이 떨어져주는 쎈스를 부려야 할 곳 되겠다. 

본 필자는 10월의 마지막날 기양서당을 찾아 주위의 들꽃을 모아 억새로 단장하여 사랑하는 이를 위해 꽃다발을 준비해 보았다.

멋스러움을 넘어선 아름다움
한바퀴를 휘이~ 돌았으니 서당의 참다운 매력을 느껴보고자 다시 대문을 열고 들어서 본다.  가을은 발밑에도 떨어져 있고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했지만 흙담이 보여지는 가을 멋스러움은 정말 일품이었다.
마루에 앉아 가만히 흙담을 바라다보면 평소에 봐왔던 그런 흙의 느낌이 아닌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 또한 참 좋은데 표현할 길이 없으니 감상의 느낌은 여러분에게 넘기고자 한다.

마루에 올라서 기둥의 느낌을 한손으로 느끼면서 임하호를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낙조빛이 가히 일품일거라 생각되어 시간에 맞춰 담아보았다.   마루 양쪽에 있는 동제와 서제에 들어서보니 숙박체험객들을 위해 이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탁자위에 호롱불 장식과 고택소개 책자 그리고 음료수와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관리하는 류필기씨의 정성을 어떻게 무시하겠는가 본 필자 친구와 두병을 쓱~ 마셔버렸다^.^   탁자와 호롱불을 마루에 꺼내어 마당을 바라보며 선비의 느낌이 어떨까 자아도취에 빠져보았다.

고택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의 건축물은 밖에서 안을 보는 것 보다 안에서 밖을 보는 멋스러움을 알아야하고 그 멋은 확연하게 차이가난다'

그 말처럼 마루에 턱하니 앉아 만추의 계절을 즐감해보니 가을의 고택은 멋스러움을 넘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양서당의 다른 이야기
기양서당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게 협조해준 관리대행자 류필기씨를 만나보았다.  필자가 보기에 아름다운 고택인것은 틀림 없지만 그 활용도가 궁금하며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현대에서의 고택은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기양서당의 현재의 활용도를 말해달라고 하니 이런 대답들이 돌아왔다.

우선 올해 8월까지의 숙박체험객의 자료와 향후 예약일정을 보여준다.  자신이 여행사를 함께 하기 때문에 하나투어와 연계하고 본인의 인맥으로 직접 연결도 되고 하여 보시는 것처럼 활용도가 높다.  정말이지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었다.  또한 현대인들이 밖에만 나가면 고기를 구어먹는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문중에 허가를 득하여 감히 서당이지만 뜰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게 하였고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임동면의 식당과 연계하여 배달과 회수가 원할하게 되고 있다 한다.  손님이 마루에 나오면 음식이 차려지게 만들었기 때문에 숙박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란다.

멋진 은행나무 가지는 왜 쳐버렸는지 따지듯 묻자 "나도 몰래요... 수몰되어 옮기면서 어떻게 잘라버리고 옮겼는지 그것까지는 난 몰씨더~ 왜 내하테 뭐라그니껴 안그래도 보호수로 지정받고 싶어도 댕강 잘라가 지정도 못받고 두 그루였는데 한 그루는 어에 됐는동 알아놓으께요 너무 그지마소^^" 

다행인것은 큰 줄기가 잘려져있지만 사진에서 보듯 자태가 멋스러우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필자는 고택을 소개하면서 나름의 리듬을 타면서 하나씩 소개해왔고 이번에 '아름다운 고택'을 찾아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입담꾼 류필기씨가 운영하는 여행사도 '아름다운 여행사'이니 희안한 일치다 싶어 고택 소개에도 연이란게 있는가 싶었다^^

입담꾼이 보여주는 자료중에 김광한팝DJ 사진이 있어 한장을 갈취하면서 '아름다운 고택'의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기양서당으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여행을 해보라고 추천해본다.

도움주신이 :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 류필기

여행문의 : 아름다운여행사(안동) 054-859-4100, 010-5588-9494

※ 본 글은 '안동문화필'에 기고하는 글이므로 출판물로 발행되기전 복사/인용/발췌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