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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지식 스크랩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 -4박5일
목골사내 추천 0 조회 254 12.07.25 14: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북알프스 산행기 - 4박 5일



<1일차>


일본 북알프스는 유럽의 알프스만큼 웅장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데,

유명한 일본 후지산을 중심으로 후지산 북쪽을 북알프스라 하고 후지산을 포함한 남쪽을 남쪽을 남알프스라고 한다.

2009년 하계휴가는 평소 가보고 싶었으나 이런 저런 사유로 가지 못했던 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왔다.

특히 나에게 북알프스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몇 년 전이었던가? 산을 좋아하는 일행들과 함께 배를 타고 일본 북알프스를 가기 위해 부산부두에 도착하여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출국신고를 하려는데,

앗뿔사!! 여권을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의 황망한 심정이란....

일행들을 보낸 후 부산에서 지하철, 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돌아오는 심정이란...

이번엔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지나칠 정도로 여권만 챙겼고, 일행들에게도 만나자마자 여권 챙겼느냐고 묻곤 했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 30분 정도 가니 일본 나고야 공항에 도착하였고,

곧 바로 준비된 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 달려가니 우리가 머물 히라유 온천에 도착했다.

히라유 온천은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라고 하였으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라 약간은 실망하였다.

일본 전통여관에서 간단히 온천을 하고 여관에서 제공하는 현지 음식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있었지만 일행 중 한명은 영 입 맛이 맞지 않는지 도무지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

식사 후 앞으로 3일 동안 먹어야 할 쵸코파이, 쵸코렛, 라면, 김치, 육포, 소주 등을 배분하고는 전통 다다미방에서 차 한자하면서 일행들과 내일부터 시작될 산행에 대한 기대반 염려반으로 이야기 꽃을 나누면서 1일차를 보냈다.

 

 

 

 


<2일차>


새벽6시에 일어나 간단히 온천을 하고 료깐식(주먹밥 형태)을 간단히 먹은 후 산행기점인 가미코지로 약 30분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장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있어 일행들은 우중산행에 대비해 배낭카바, 우의, 방수모, 특히 신발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오전 8시 30분 쯤 산행을 시작하였다.

중간 중간에 산장이 있었기 때문에 50분 정도 걷고 10분 정도 휴식을 하고 이러기를 반복적으로 하였다.

휴식시간이 되면 일행들이 서로 자기의 배낭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져온 간식들을 내놓기 바쁘다. 게다가 공짜니까 제발 먹어달라고 엄살 아닌 엄살도 부린다.

게스트로 따라간 나는 감히 배낭무게를 줄일 생각은 엄두도 내질 못하고 배낭 안에서 착실하게 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산행을 했을텐데 온통 주변이 구름으로 가려져 주변의 절경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무작정 앞만 보고 걷기만 하였다.

12시 경에 요꼬산장에 도착하여 카레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1잔에 1,000엔이나 하는 유명한 아사히 생맥주를 1잔 마셨다. 땀 흘린 후 마시는 생맥주의 맛이란...

산행이나 골프, 다른 운동을 한 후에 마시는 생맥주의 맛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주량이 맥주 2-3잔일 정도이고 소주나 양주는 입에도 대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비 맞은 산행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행들은 도전욕 또는 성취감에 대한 전의(?)에 가득 차 있다. 아마 제 정신이 아닌듯하다.

다시 몸과 마음, 배낭을 챙기고 오늘의 목적지인 야리가다케 산장을 향하여 비속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임도 수준의 산행이었으나 지금부터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고 주변에는 만년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일행(13명)들의 행렬이 자연스럽게 선두조와 중간조, 후미조로 나뉘어진다.

오후 3시쯤 되었을까 야리사와 롯지부터는 우리가 올라야 할 산의 경사가 70-80도의 급경사가 시작되고....

약 2,500 정도를 넘어서부터는 나무라고는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는 돌산, 만년설, 새벽부터 축축하게 내리는 비, 산소부족으로 인한 초기 고산병 증세인 입마름이나 하품, 가벼운 두통, 메스꺼움 등, 그리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돈 버는 일도 아니데 오직 해내고야 말겠다는 일념하나로 극기훈련에 가까운 거의 미친(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

오르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정표를 볼 때마다 500미터는 온 것 같은데 겨우 100-200미터 정도 오고, 자연스럽게 선두조에 속한 나는 뒤를 돌아보니 중간조와 후미조는 구름때문인지 많이 떨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아예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구름 때문에 10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아 무작정 앞만 보면서 오르다 보니 바로 눈앞에3,000미터 고지에 위치한 야리가다케 산장이 나타난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5시쯤 되었다.

계획상으로는 산행시간이 주변 경치도 감상하면서 9-10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비가 도와준 덕(?)으로 약 1시간 이상 산행시간이 본의 아니게 당겨졌던 것 같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산장 안이 저잣거리처럼 왁자지껄하며 몸 둘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우 일행이 묵을 숙소를 배정받고는 배낭을 정리하고 있으니 중간조와 후미조가 속속 도착한다.

말이 숙소이지 우리 일행이 묵을 장소는 다락방 형태로 된 2층에 여성 5명이 자고 밑에는 남자 8명이 자는 그야말로 지리산 장터목산장보다도 더 못한데,

아침 저녁식사와 도시락 점심을 포함해서 1인당 16,000엔(우리 돈 으로는 약 20만원 정도)이나 하니 3,000미터 고지를 감안하더라도 비싼 물가라기보다는 바가지요금이라는 인상이 더 진하게 풍긴다.

일행들은 가져온 버너와 코펠로 관리인의 눈을 피해 라면을 끓여 소주파티를 벌인다.

숨어서 먹는 술이 더 맛있다고 하지 않던가?

배낭 무게를 줄인다는 핑계로 라면을 10개나 끓여먹으면서 아예 가져온 팩소주를 다 거덜을 내고 육포안주도 서로 끄집어낸다. 

이때 갑자기 밖에서 “와! 와!”하는 감탄사가 들려온다.

모두들 깜짝 놀라 화들짝 산장 밖으로 나간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개이면서 3,000미터에 위치한 야리가다케 산장 주변으로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구름에 가려 전혀 모습을 알 수 없었던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북알프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들 들떠서 “와! 와!” 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린다고 정신이 없다.

나도 그 틈새에 끼여 그 장관을 구경하면서 모델이 되어주곤 한다.

이곳에는 오늘까지 5일째 계속해서 비가 왔다고 하는데 아마 내일부터는 날씨가 맑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젖은 옷과 신발, 배낭을 건조실(고산지역이라 기름으로 발전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건조실은 발전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에 갖다놓고는 모두들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는 그런대로 먹을 만 했지만 역시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어 가져온 김치와 소주를 곁들였다.

산장에서는 저녁 8시 30분이면 기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고산의 특성상 자동으로 불을 끄는데,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탱크지나가는 소리처럼 요란하게 코를 고는 사람, 빠드득 빠드득 이빨가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특히 방이 비좁아 몸부림도 칠 수가 없어서 나는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 2시쯤 되었을까 일행 중 1명이 건조실에 갖다 둔 신발이 없어졌다고 난립법석이다. 산행 중에 다른 것도 아닌 신발이 없어졌다고 하니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아예 잠이  달아나 버렸고 잠을 잘 생각도 없어졌다.

 

 

 

 


 


<3일 차>


코고는 소리, 이빨가는 소리, 등산화 분실로 밤 새 뜬 눈으로 새웠다.

비몽사몽간에 5시가 되었고 정신을 차려 배낭을 꾸릴 때 다행히도 분실된 신발은 찾았다.

사연은 이러했다. 건조실에는 다른 등산화만 1컬레 있었고 새벽이 되자 자신의 신발로 착각하고 가져간 사람이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의 신발이 아닌 것을 알고 건조실로 갖다 놓은 것이었다.

비가 올까 모두들 조바심했는데 우리들의 첫날 산행에 비를 뿌린 하느님이 미안했던지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었다.

우리가 출발한 가미코지는 구름에 깔려있어 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어제 올라온 길이 까마득히 보인다.

저렇게 경사가 심한 길을 올라왔다는 말인가!

예전 히말라야 EBC와 고쿄리 트레킹 때도 보았지만 고산의 특성상 아침에는 구름이 산 밑에 깔려 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구름이 높은 지역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고산 트레킹을 할 때 주변 경치는 아침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발아래 주변의 산들이 구름에 가려있고 나는 마치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에 서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충 아침밥을 먹고 점심은 료깐식이라는 주먹밥을 받아 배낭에 넣고 바로 옆 야리가다케(3,180미터) 정상을 향해 8시 30분경에 출발했다.

야리가다케는 우리말로 창끝처럼 생신 바위산이란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산장에서 본 야리가다케 정상은 창끝처럼 뾰족하게 생겨 일반인들의 접근을 쉽게 접근하지 않으려는 자태다.

거의 70-80도 경사의 바위산으로 산장에서 2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정상에 올라서니 일본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신사(紳士)와 함께 야리가다케의 높이는 3,180미터라는 나무 표지판이 줄로 신사와 연결되어있다.

모두들 북알프스의 제2봉을 올랐다는 성취감에 흠뻑 취해있었다.

주변에 있는 북알프스의 고봉들이 모두 발아래에 들어온다.

일행들은 증거를 남긴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고 나도 서너번 얼굴을 들이밀어 본다.

나 역시 증거를 남겨야 하니까.....

산행을 안내해주는 만자로(닉네임)가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능선 길과 저 멀리 오쿠호다카다케(3,190미터)를 설명해준다.

근데 바위 능선길이 장난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만자로가 오늘 산행 길은 약 9킬로미터이지만 산행시간은 거의 9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하니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일행들은 오히려 도전 의욕에 불타오르는 모습이다.

승리의 확신에 가득 차 있어 전혀 두려울게 없는 병사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야리가다케를 뒤로 한 채 하산을 하여 저 멀리 보이는 오쿠호다카다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대지의 모든 먼지를 깨끗이 쓸어내린 뒤라서 주변의 풍경은 거의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북알프스의 경치에 흠뻑 취해 어린애들처럼 기뻐 어쩔 줄 모른다.

마치 자신들이 슈퍼모델이라도 된 듯이 이런 저런 멋진 포즈를 취하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들 힘든 줄도 모르고 나까다케(3,084미터), 미나미다케(3,033미터)를 오르내린다.

울산 근교에 있는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공룡능선의 칼바위도 초보자의 경우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북알프스와는 비교조차 힘들 것 같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다가 떨어지면 거기가 천당이요 극락이며 영원한 안식처가 될 것 같다.

11시 30분 쯤 다이기렛토 산장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준비해온 요깐(일종의 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3,000미터 고지에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우리 일행은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산장의 특성상 자릿세를 1인당 100엔을 받고 있었는데, 게스트로 참여한 나는 산장입장료와 1잔에 1,000엔이나 하는 시원한 아사히 생맥주를 스폰서했다.

3,000미터 고지에서 많은 땀을 흘린 뒤에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의 짜릿한 맛은 아마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북알프스에는 약 1-2시간 정도를 산행하면 등산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산장이 있는데, 산장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여자와 남자의 큰(?) 용변을 보려면 100엔을 주어야 하는데 산장에 따라서 돈을 받기 위해 사람이 있는 산장도 있고 자발적으로 돈을 넣을 수 있도록 돈 상자를 비치한 곳도 있다.

다시 12시 10분 쯤 산행을 시작해서 키다호다카다케(3,106미터), 가리사와다케(3,103미터)를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근데 이 코스가 장난이 아니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암벽인데다 가능한 한 자연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일본인의 섬세함 내지  자연을 보호하려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철심이나 쇠줄이 없으면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일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아예 인공물이 없어서 순전히 손과 발의 힘(?)으로만 바위를 타야하는 코스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침에는 산 아래에 있던 구름이 3,000미터 고지로 올라와서 수시로 조금씩 비를 뿌려 바위는 미끄럽기 짝이 없다.

지나온 코스를 되돌아보니 우리가 저 코스를 어떻게 왔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다.

산행 초보자 내지 중급(?) 정도 되는 사람은 가능하면 이 코스를 타지 않는 것이 장수(?)에 좋을 듯하니 반드시 참고하시기를....

오후 5시쯤 되어 드디어 우리가 하루 밤을 쉬어갈 호다카다케 산장에 도착하였다. 선두조에서 먼저 도착했던 우리는 산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는 가져온 소주와 산장에서 캔맥주를 구입해서 북알프스의 절경과 산행에서의 아찔했던 순간, 장면의 무용담을 얘기하면서 중간조와 후미조가 오기를 기다렸다.

5시 30분쯤되어서야 후미조까지 도착했고 가져온 라면을 끓여서 안주삼아 오늘산행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첫날 비행기 탈 때부터 현대자동차 산행동호회에서 40명 정도가 우리와 동행하거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산행을 함께했는데, 서로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함께 한다는 동지애 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의기투합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방을 배정받아 짐을 정리하고는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미리 전초전을 치러서인지 밥맛이 없어서인지 식사를 조금만 하고 많이 남겼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행 대부분은 가벼운 고산병 증세인 두통, 메스꺼움 등으로 많이 긴장하기도 하고 밥맛도 없었다고 한다.

오늘은 잠을 잘 자야 할텐데 하는 기대감으로 8시 30분에 일괄 소등에 따라 잠자리에 들었는데, 좀은 방안에 13명이나 들어가서 소위 감방식 칼잠(?)을 자야하고 13명이 뿜어되는 열기로 방안 공기는 탁해져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는데다가 탱크지나가는 소리와 같은 우렁찬 코고는 소리, 깨어있는 상태로는 도저히 갈래야 갈 수없는 빠드득 빠드득 이빨가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드디어 몇 명은 메트리스와 이불을 가지고 아예 복도에 나간다. 그들의 희생(?) 덕택에 방안에 남아있는 사람의 공간은 좀 여유로워졌지만 여전히 코고는 소리, 이빨가는 소리는 밤새 좁은 방안의 불청객이 되어 일행들의 잠을 ?아내고 있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결국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4일 차>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얼굴에 물만 축이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오늘 산행을 위해 채비를 하고 있으려니 산장 밖에서 “와! 와!”하는 감탄사 소리가 들려온다.

3,000미터가 넘는 북알프스의 호다카다케 산장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멀리 구름사이로 붉은 빛이 보이면서 세상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가 싶더니 이내 구름위로 찬란한 태양이 불쑥 떠오른다.

밀레니엄이니 뭐니 하면서부터 매년 1월1일이면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위해 난리법석인데 이곳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나도 지리산 종주와 설악산 종주, 그리고 비박산행과 1월 1일의 많은 일출을 보아왔지만 일본 북알프스에서 보는 일출 또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구름 속을 뚫고 세상의 모든 어둠을 일순간에 환한 대명천지로 탈바꿈시켜버리는 태양의 찬란한 빛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계속 있을텐데, 별로 새로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일출인데 여기에 있는 등산객들은 왜들 저리도 환호하고 호들갑을 떠는가?

뭔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명분을 갖추기를 즐기는 우리 인간들의 심리 때문인가? 

태양이 완전히 중천에 떠오르자 모두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도 아침식사를 하고 료깐식 도시락을 챙겨 6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산장 바로 옆 거의 직벽에 가까운 절벽을 한 30분 정도 오르니 북알프스의 최고봉인 해발 3,190미터 오쿠호다카다케가 발아래에 놓인다.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환호하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법석이다. 나 역시 그 틈에 끼여 모델이 되었다가는 역할을 바꾸어 사진사가 되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증거사진도 어느 정도 남기고 북알프스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의 정상에 올랐다는 흥분과 성취감도 가라않았다.

“지금부터는 하산입니다.”는 만자로의 안내멘트와 함께 오쿠호다카다케와 이를 오른 성취감을 뒤로 하고 아쉬운(?) 하산 길을 재촉한다.

한 30분쯤 하산을 시작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하산길이 정체되더니 이젠 아예 움직이질 않는다. 자세히 보니 나이가 60세도 더 되어 보이는 일본 어른신 소위 은퇴하신 분들이 산행을 오셔서 극도로 안전산행을 하시다보니 위험한 바위산행 하산길이 지체될 수밖에.

한국 사람들이 길을 재촉하자 그 어르신들이 굉장히 화를 내신다. 짧은 실력에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아마 안전이 제일이니 재촉하지 말라는 의미였으리라.

히말라야 트레킹때도 느꼈지만 일본사람들은 보통 은퇴 후 60세 이후에 세계의 명산들을 오르면서 자연을 감상하며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산 길에 있는 북알픗의 마지막 고봉인 3,090미터의 마에호다카다케를 오르니 우리가 산행을 한 북알프스의 고봉 야리가다케(3,180미터), 오오바마다케(?미터), 나까다케(3,084미터), 미니미다케(3,033미터), 키타호다카다케(3,106미터) 가리사와다케(3,103미터), 마에호다카다케(3,190미터)가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일행 중 몇 명은 힘들다고 이 산을 오르지 않았는데 산행하면서 지나온 고봉들을 감상하면서 북알프스 산행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싶다.

하산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특히 돌산이라 무릎과 발에 많은 무리를 주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난 하산 시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중을 분산시켜 무릎과 발에 무리가 덜 가도록 반드시 양손에 스틱을 사용하면서 내려온다.

새벽에 일출광경을 보며 열광하던 사람들이 이젠 그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하여 하산 길에 잠시라도 정체되거나 휴식을 하게 되면 그늘을 찾기에 바쁘다.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하고 자기중심적이다.

태양은 아침이나 지금이나 지구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위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을 태워 빛을 내건만 인간들은 어둡거나 추우면 빛을 찾아 헤매고, 더우면 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 헤매는 불쌍한 동물(?) 아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라면서.

주변의 산들을 감상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바위와 숲, 강렬한 태양과 함께하는 지루하고 고통(?)스런 하산은 약 7시간이 지나서야 당초 출발 지점이었던 가미코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들 해냈다는 성취감과 즐거웠지만 힘든 고통(?)이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서로 서로 악수하면서 격려하고 위로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아사히캔맥주로  흔히들 말하는 하산주로 마시면서 3일간의 애증이 가득한 동고동락을 화제거리로 올려놓으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저런 얘기들을 거침없이 쏟아 놓는다.

히라유 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3일간 제대로 씻지도 못한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온천으로 뛰어가기 바빴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사항.

등산 후에는 절대로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

왜냐하면 무릎관절이 많이 사용되어 열을 받아 흐물흐물한 상태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더욱 더 물렁해져서 연골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등산한 날에는 찬물에 발과 무릎을 담그는 것이 무릎연골보호에 아주 효과적이란다.

온천 숙소에서 저녁식사 겸 3일간의 북알프스 산행을 마감하는 피로연을 하면서 우중산행, 가벼운 고산병 증세(입마름, 하품, 두통, 메스꺼움 등), 휴식시간에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보고자 자신의 배낭 속에 들어있던 먹을거리들을 서로 내어놓으려고 아우성치던 일, 심한 코골이, 이빨가는 소리, 등산화 분실사건, 자연스런 선두조와 후미조, 북알프스의 환상적인 절경과 평생 잊을 수없는 일출광경,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떨어져 시체도 찾기 힘들 것 같은 험준한 직벽 내지 칼날코스, 북알프스 최고봉인 3,190미터의 오쿠호다카다케 정상에서의 성취감, 자기가 슈퍼모델이라도 되는 듯이 온갖 포즈를 다 취하고는 임무교대하여 찍샤(?)가 되던 일, 땀흘린 뒤 산장에서의 휴식시간에 마시면 갈증과 더위를 일순간에 ?아버리던 시원한 생맥주의 맛, 지루하고 고통스런 하산 길, 기타 등등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번 북알프스 산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5일 차>


마지막 날이라 오전 7시에 조금 여유있게 기상하여 간단히 온천을 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다들 오래간만에 잠을 푹 잤다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3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나고야 시내에 도착하여 소위 농장뷔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심 뷔페식당)에 들러 모처럼 포식을 했다.

특히 우리 테이블에는 여성 2명과 남성 3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다른 일행은 어느 정도 식사를 하고는 디저트를 먹을 무렵 우리 테이블은 본격적으로 고기사냥을 시작했다.

다른 일행이 놀라서 입이 딱 벌어져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정도의 포식(아마 1인당 6-7인 분 정도의 양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다)을 했는데, 이번 여행 내지 산행의 또 다른 화제거리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2시 50분  나고야 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후 다시 울산행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6시가 다되어 간다.

5일 동안 떨어져 있던 누라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그러나 나는 개고생하러 또 다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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