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과 박정희 기념관 ◈
이승만의 양자 이인수 박사가 과거 신문사에 말했어요
“정부가 (국장 대신) 국민장으로 축소해 4·19 학생들 반발을 무마하려 했어요.
건국 대통령으로 대접받지 못하면서 욕먹을 이유가 없다 싶어
가족장을 고집했습니다.”
1965년 7월 27일 이승만 장례식에는 박정희 대통령 대신
정일권 총리가 참석해 노산 이은상이 대신 쓴 대통령 조사를 읽었지요
반대로 김종필 회고록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박 의장은 우남 이승만 박사를 건국의 아버지로 생각했다.
적당한 때에 서울로 모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62년 말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러나 그 시절 교과서는 물론 대중문화도 모두 이승만을 폄훼했어요
1967년 라디오 정치 드라마 ‘잘돼갑니다’ 이후 ‘광복 20년’ ‘격동 30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MBC ‘제1공화국’ 등에서 그려진 이승만은
‘미국에서 돌아와 세상 물정 몰랐던 늙은 대통령’이었지요
‘잘돼갑니다’ 원작자 한운사는 “6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이승만을 골탕 먹이기 위해 쓰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존경하게 됐다”고 했지만,
존경은 속으로만 한 것 같아요
그간 보수 대통령들도 이승만을 외면해야 하는 처지였고,
방송사는 ‘반론권’이 없는 이승만을 짓이겨 댔지요
별칭 '조중동'도 마찬가지 였어요
1968년 제작된 영화 '잘 돼 갑니다'는 군복을 입은 이기붕 아들 이강석이
부모를 총으로 죽이는 장면을 삭제하라는 문공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
상영불가 조치를 받았다가 1989년 개봉했지요
그런데 그런 박정희도 이승만과 함께 수모를 겪었어요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하고
배우 권해효가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백년전쟁(감독 정지영)’은
이승만을 ‘하와이 깡패’, 박정희를 ‘스네이크 박’이라며 조롱하고, 왜곡했지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방통위는 이 다큐를 방송한 ‘시민방송 RTV’에
법정 제재 조치를 내렸어요
RTV가 불복했지만 1, 2심 재판에서 방통위가 이겼지요
그러나 2019년 문재인 김명수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어요
“이승만·박정희 업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이미 주류적 지위이고,
시청자가 제작한 방송에 대해서는 방송 사업자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였지요
시민단체가 하면 사실 왜곡도 괜찮다?
법복을 입고 궤변을 짜낸 대법관은
김재형·박정화·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여기 대법원장 김명수가
한 표를 더해 7대6으로 가짜 뉴스가 이겼지요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대한민국 백년은 친일파와 민족주의의 전쟁이었다며 이승만, 박정희를
거의 범죄자처럼 다뤘어요
이것도 김명수의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했지요
이것이 바로 종북 주사파 정권의 행태 였어요
이영훈 같은 학자들이 ‘이승만 재평가’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를 돌무덤에서 꺼내지 못했지요
보수 정치인이나 엘리트 중 “이승만을 존경한다”고 공언한 이는 드물었어요
겁 많고 게으른데 손해는 보기 싫어, 못 본 척 던져 버린 거지요
보수는 흠결의 ‘흠’자만 나와도 바로 손절하지요
‘반일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교수 연구실에 찾아가
“친일파 XX”라며 주먹을 휘두른 세력이 지난해에는
친북 목사 팔뚝에 몰카를 심어 대통령 부인을 도촬했어요
전향한 운동권으로 우리 경제사를 가장 실증적으로 공부한
우파학자 이영훈이 ‘서울의 소리’에 당할 때,
보수는 슬그머니 그를 손절했지요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행해온 겁많은 우파들의 행태이지요
100만을 돌파한 ‘건국전쟁’의 흥행에서
좌파 프레임에 굴복했던 우파의 각성을 보고 있어요
‘보수 이론’을 공부해보겠다는 사람도 여럿 나오고 있지요
독일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문장을 패러디해 보면
이런 두려움일 것이지요
“그들이 이승만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좌파가 박정희를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그들이 나를 덮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각성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파 자신들이지요
그런데 아직까지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이 없어요
그래서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은 내부적으로 송현공원과 용산공원·배재학당 등을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검토한 끝에 송현공원을 최적의 부지로 선정했다고 하지요
송현광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梨花莊)과 가까워요
또 이 전 대통령이 수감 생활을 했던 구(舊) 한성감옥(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도
인접해 있어요
앞으로 총 공사비 500억원을 들여 의미있는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지요
그래서 한 보수 우파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과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를 둘러 봤어요
박정희기념관에서는 4인 가족 한 팀을 봤고,
노무현 공간에서는 20, 30대 수십명을 봤지요
큰 의문이 들었어요
왜 압도적 업적의 박정희 공간이 그토록 썰렁할까.
이것은 박정희의 실패인가, 아니면 진영의 게으름인가.
1997년 대선 직전,
후보 김대중은 ‘박정희기념관’을 약속하고 취임 후
박정희기념사업회명예회장도 맡았지요
“김대중 그릇이 크다”는 칭송이 나왔어요
그러나 2005년 7월 김종필이 다른 말을 했지요
“1997년 11월 김대중 후보가 내 손을 잡으면서 (DJP연합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과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약속했으나 허사였다.
김대중씨에게 속았다.”
그해 3월 노무현 정부는 사업회가 자기부담금 확보에 실패했다며
국고보조금 취소결정을 내렸어요
100주년 박정희 대통령 기념우표까지 발행하지 못하게 했지요
그러나 2009년 정부가 최종 패소했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
예산으로 기념관과 도서관이 순차적으로 개관했어요
김대중·노무현 정권, 고건·박원순의 서울시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박정희 기념관을 만들려고 겉으로만 애썼지요
어쩔수 없이 지지자들이 원한 서울 용산 대신 허허벌판인 난지도 시유지를 제공했어요
동상 건립 계획을 내면 ‘근현대 역사인물동상 건립기준’을 급조해
합법적으로 방해했지요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해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에
박정희(난지천공원,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정류장)를 넣었어요
일반 버스정류장 이름도 바꿔달라고 시에 요청했으나,
오세훈의 서울시는 8개월째 무소식이지요
서울지하철공사는 ‘안내판 설치’도 규정을 들어 거절했어요
이것이 정권을 잡고도 머믓거리는 우파의 습성이지요
서울시청에서 버스로 50분 거리의 박정희기념도서관.
건물은 웅장하고, 전시물도 상당하지요
“대한민국 전(全) 국토가 박정희 전시장”이라는 말을 축약한 공간이지요
‘선진국 대한민국’을 발명한 박정희를 거기서 볼수 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은커녕 서울시민도, 마포주민도 그게 거기 있는지 조차 모르지요
은퇴한 직장인이 전 재산을 털어 산골에 지은 대형 별장 같아요
사람 없어 썰렁한데, 여기저기 고장 나고 유지비만 들어가는 애물단지가 됐어요
박정희, 최규하, 김대중 세 전직 대통령의 기념시설이 들어선 마포구는
지난달 구(區)예산으로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지요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반면 노무현 시민센터에 온기가 도는 건 ‘사람’ 때문이지요
창덕궁이 보이는 입지, 정오 요가, 영화상영, 서가형 인테리어 때문에
노무현에게 관심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끌리지요
공간을 환경, 여성, 웰빙 같은 대중 키워드로 포장하는 기술까지 썼어요
국고(30%)와 시민기부금을 모아 땅부터 산 게 탁월했지요
정치 공간이 되어도 지자체가 간섭할 근거가 없어요
“김해에는 추모공간, 서울에는 시민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12년을 준비했다”는 노무현재단의 설립의 변(辨)에서 치밀함을 볼수있지요
박정희 기념물 중 가장 인상적인 건 가위였어요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한강대교 개통식’ 등 역사적 현장에서
경축 테이프를 잘랐던 수십 개의 가위.
박정희는 가난, 전근대, 푸념 등 낡은 모든 것을 끊었지요
그 ‘가위 정신’을 그를 추앙하는 방식에도 적용하면 좋겠어요
소액 기부자를 모아 동상 대신 땅과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하지요
놀면서 시위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땀 흘리는 보수 시민의 놀이터가 되고
유치원이 되고, 혁신에 성공한 이들이 자기 노하우를 대중과 공유하는 그런 공간.
한마디로 ‘스며드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요
‘스며들기’가 좌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되지요
“임자, 동상은 필요없어. 내가 바라는 건 추앙이 아니야.”
박정희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새봄과 함께 아주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해야 겠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1954년 8월 24일, 최빈국 대한민국의 이승만 대통령이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어요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이 2023년 워싱턴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한
약 45초 분량의 동영상 일부이지요
▲ 1968년 제작된 영화 '잘 돼 갑니다'. 교수 시위장면, 군복을 입은 이기붕 아들 이강석이
부모를 총으로 죽이는 장면을 삭제하라는 문공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
상영불가 조치를 받았다가 1989년 개봉했어요
▲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대한민국 백년은 친일파와 민족주의의 전쟁이었다며
이승만, 박정희를 거의 범죄자처럼 다뤘어요
김명수의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했지요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기념관은 거대한 박정희 업적을 보기 좋게 축약해놓았어요
▲ 지난해 연초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노무현시민센터. 노무현재단이 국비지원을 보태 건립했어요.
조국의 '디케의 눈물' 등이 재단의 추천도서로 올라있지요
▲ 경부고속도로, 한강대교, 포항제철...박정희가 테이프를 끊는 순간, 그것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됐어요
박정희기념관 전시품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썼던 테이프 커팅용 가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