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비 파리를 물고 - 작자미상
현대 풀이
두꺼비가 파리를 입에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하얀 송골매가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풀쩍 뛰어서 내달리다가 두엄 아래에 넘어져 나뒹굴었구나.
다행히도 날쌘 나이기에 망정이지 멍이 들 뻔 하였구나!
내용 연구
두터비[두꺼비로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는 '파리'와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관리나 외세를 상징하는 '백송골'의 중간에 서서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부패한 양반이나 지방 관리]가 파리[힘없는 백성 혹은 힘없는 선비]를 물고 두험[두엄(지방 벼슬자리)] 위희 치달아[올라가] 앉아 - 두꺼비가 파리를 잡음. 관리 혹은 양반의 허세(虛勢)
건넌 산[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骨) : 날랜 매의 일종. 흰 송골매로 두꺼비보다 높은 중앙 관리를 비유]이 떠 있기에 가슴이 금즉하여[끔직해서] 풀떡[펄쩍 뛰여 내닫다가[앞으로 뛰어 나가다가] 두엄 아래 자빠지거고[자빠졌구나]. - 백송골에 놀람. 양반들, 혹은 지방 관리의 무능(無能)
모쳐라[마침] 날랜 낼싀만졍[나이었기 망정이지(다행이지)] (하마터면) 에헐질[멍들. 어혈(瘀血 : 살갗에 피가 맺힐)이 질] 뻔 하괘라[뻔 하였구나][두꺼비의 변명. 관리 혹은 양반들의 비굴성(卑屈性)을 나타내는 것으로 못난 사람이 집안에서 잘난 체하며 큰소리를 치지만, 밖에 나가면 별 볼 일 없는 것을 비유한 말로 허장성세와 자화자찬이 담겨 있음.]- 두꺼비의 위선
이해와 감상
참으로 익살스러운 시조이다.
얼간이 같은 두꺼비가 무슨 큰 사냥이라도 한 듯이 파리 한 마리를 잡아 물고,
높은 산에라도 오른 듯이 겨우 두엄 더미 위에 올라가 앉아서 의기양양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게 웬일이냐, 저 건너의 산을 바라보니 하늘에 송골매가 둥둥 떠돌며
먹이를 찾고 있지 않은가.
이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떨결에 풀떡 뛰어 도망친다는 것이 두엄 더미 아래로
뒹굴어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 주제에 하는 말이 또 우습다.
몸이 날랜 나이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큰일 날 뻔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계층 관계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동물의 약육강식으로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보다 강하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꼼짝 못하면서, 그래도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두꺼비의 모습에서 솔직하지 못한 위선을 엿보게 한다.
두꺼비는 약자에게는 군림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으며, 특히 황급히
도망가려다 실수를 하고도 자기 합리화를 꾀하며 허세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양반의 허장성세를 엿볼 수 있다.
핵심정리
갈래 : 사설시조, 풍자시(諷刺詩)
표현 : 대조, 의인, 상징법
성격 : 풍자적, 희화적(戱畵的), 우화적(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 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
주제 : 관리 혹은 양반들의 허장성세(虛張聲勢) 풍자, 약육강식의 험난한 세태 풍자
특징 : 권력 구조의 비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서민적인 일상어를 구사함
이 노래는 '파리'와 '두터비',
'백송골'의 세 계층을 통해서 권력 구조의 비리를 우회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당시의 탐관오리들의 부패상을 은근히 꼬집어 주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어휘 면에서는 '두험, 금즉하여, 풀덕 뛰어, 쟛바지거고' 등
서민적인 일상어를 구사하고 있다.
* 파리 → 힘없는 선비나 백성
* 두터비 → 서민들에게는 강하고 권력자에게는 약한 아전이나 지방 관리 같은 부패한
중간 계층.
* 백송골 → 두꺼비보다 높은 상층부의 중앙 권력자
* 두엄 → 부정 축재의 상징
사설시조에 대하여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설시조는 시조가 지닌 3장체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는 데 공헌했다. 지난 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서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지난 시대의 충의에 집착되 주제를 뒤덮었다.
형식면에서는
① 사설조로 길어지고,
② 가사투, 민요풍이 혼입(混入)하며,
③ 대화가 많이 쓰이고,
④ 새로운 종장 문구(文句)를 개척하였다.
내용면에서는
① 구체적, 서민적인 소재와 비유가 도입되고,
② 강렬한 애정과 육욕(肉慾)이 표현되며,
③ 어희(語戱), 재담(才談), 욕설이 삽입되고,
④ 거리낌 없는 자기 폭로, 사회 비판 등이 다루어졌다.
사설시조의 작자 층
사설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 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 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시조는 가객들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자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와 해학미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자 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사설시조의 미의식
사설시조는 우아한 기품과 균형을 강조하는 평시조와는 달리 거칠면서도 활기찬 삶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중세적 고정 관념을 거리낌 없이 추락시키는 풍자, 고달픈 생활에 대한 해학 등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 간의 애정과 기다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는 직선적인 언어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종래의 관습화된 미의식을 넘어서서 인간의 세속적 모습과 갈등을 시의 세계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설시조는 문학의 관심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의식은 조선 후기의 변모된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후 우리 근대 문학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지은이 : 작자미상
≪참고문헌≫ 歌曲源流, 國文學通論(張德順, 新丘文化社, 1963), 古詩歌論攷(李能雨, 宣明文化社, 1966), 時調音樂論(韓國國樂學會, 1973), 古時調文學論(秦東赫, 螢雪出版社, 1976), 韓國詩歌文學史(朴乙洙, 亞細亞文化社, 1997).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