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라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나열하면,
1.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된 포도품종
2. 포도의 생산지
3. 생산년도(Vintage)
4. 각 지방의 와인법에 따른 등급
5. 와인 생산자
사람마다 선택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위와 같은 순서로 와인을 정합니다. 오히려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역순입니다. 5번과 4번을 따져서 고르면 서민의 술값으로는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가격대로 올라가죠. 쉽게 생각하면 명품입니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남들한테는 으쓱할 수 있도록 보여지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되는겁니다.
먼저 포도 품종을 알아보죠.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가장 널리 재배되고 보편화된 레드와인의 품종입니다. 숙성되지 않은 와인의 맛은 거칠고, 떫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장기숙성 후 신맛과 탄닌(Tannin, 떫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 성분)의 조화로 부드러워지는 맛이 완성됩니다. Undrraga, 칠레 2009년산, 이마트에서 9,900원에 구매. 진하고 Dry한 제품인데도, 진한 느낌없이 밋밋함으로 싸구려 와인의 특징을 잘 나타냄. 괜히 샀다 싶음.
메를로/멜롯(Merlot)
지빠귀 새(Merle)가 특히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부드러운 맛과 색 그리고 향이 좋아 초보자들이 좋아합니다. 이런 부드러운 친화력의 특성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Blending, 여러가지 종류를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샤또 Franquinotte, 프랑스 2008년산으로 메를로 55%, 까베르네 쇼비뇽 30%, 까베르네 프랑 15%. 이마트에서 13,000원에 구매. 약간 밋밋하고 끝맛이 아주 텁텁함. 얘도 괜히 샀음. 프랑스 와인이라서 샀는데, 돈이 아까울 정도.
피노누아(Pinot Noir)
개인적으로 저의 입맛에 가장 맞는 품종입니다. 맛과 향은 카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의 중간 정도이고, 레드와인의 여왕으로 불려질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배가 어려워서 잘 보이지 않고, 가격이 다른 품종 대비 비싼 편입니다. 참고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최고 비싼 와인 중 하나인 ‘로마네 꽁띠(Romanee Conti)’도 피노누아로 만듭니다.
까르메네르(Carmenere)
원래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자랐던 품종이었으나 19세기 후반에 발생한 치명적인 포도나무 질병인 필록세라의 출현으로 전 유럽이 황폐화됨으로써 유일하게 칠레에서 살아남은 품종입니다. 칠레의 토양에 잘 어울려서 칠레를 대표하는 포도품종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셔보니 풍부한 과실향과 함께 달짝지근하면서 지속되는 끝맛이 기억에 남는 와인이었습니다. 다 마신 병을 사진 찍었더니, 더럽게 국물이 T.T 죄송. 칠레 쿠에울라트 국립공원 이름을 딴 Queulat 2008년산,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미주 지역에서는 약 10,000대의 저렴한 가격. 얻어 먹어서 어디서 구매했는지는 모름.
시라(Syrah) 또는 시라즈(Shiraz)
거칠고 터프한 맛의 품종으로 와인의 맛은 묵직하고 강렬하며 떫은 맛이 개성있다고 합니다. 전 단일 품종 제품을 마셔본 적은 없고, 까르메네르와 혼합된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잘 숙성되어 진하고 깊은 맛으로 많은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Verice(꼭지, 최고의 절정)의 스페인 발음인 베르띠세 2006년산, 역시 10,000대의 저렴한 가격. 얘도 얻어 먹어서 구매처 모름
꼬르비나(Corvina)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가 원산지인 이 포도 품종은 쌉싸름한 초콜릿 맛과 체리의 향이 풍기지만 타닌은 중간정도. 랄파엘로(Ralfaello), 이탈리아산인데 연도도 표시 안되어 있음, 홈플러스에서 5,500원에 구매해서 통닭과 같이 시식. 달콤한 맛으로 시작되지만, 맛의 깊이가 전혀 없고 별다른 뒷맛도 느끼지 못함. 5,500밖에 하지 않는데도 그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와인. 절대 구매 금지!
이 밖에도 수 많은 품종들이 있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와인 고르는데는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각각의 포도 품종들이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도 품종과 농도로 맛이 결정되게 되지만, 프랑스 메독 지역처럼 여러 품종을 블렌딩(Blending, 혼합)하는 제품들이 워낙 많다보니까, 와인의 맛이 품종이 아닌 제조자에 의해 더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이것도 프랑스에서 와인 값을 올리기 위해서 블렌딩을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로 중요하다고 했던 것이 포도의 생산지입니다. Red Wine의 맛에 가장 중요한 기후는 따뜻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입니다. 이런 기후에 있어서는 신대륙이 유럽보다는 더 좋은 조건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토양 환경일텐데, 보르도 지방이 아주 오래 전에는 바다였기 때문에 토양 내의 유기물이 많고 보수력이 크며 더 기름지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블라인딩 테스트에서 캘리포니아산에 진 것으로 봐서는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산지는 프랑스, 이탈리아를 선두로, 스페인, 독일, 포르투칼 등입니다. 예전에는 유럽산 와인의 가격이 비쌌는데, 한유럽 FTA 체결 이후에는 값 싼 제품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특히 이마트나, 홈플러스 매장 내에 있는 와인샵을 가면 5,000원 선의 와인들이 특가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는 3,500원에 파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곧 소주값과 별반 차이가 없어질지도 모르죠.
신대륙의 대표주자는 단연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의 나파 밸리(Napa Valley),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몬트레이 카운티(Monterey County)가 대표적인 산지입니다. 아직은 미국산이 비싸지만, 한미 FTA 체결 이후에는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미 지역과 호주 역시 새롭게 부상하는 지역으로 특히 한칠레 FTA 체결로 칠레산 와인들도 매우 저렴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와인은 지금 어디 쯤 와 있을까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와인용 포도 생산에 썩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동양맥주가 경남북 일대에, 백화는 전북의 일원에 포도원을 조성해서, 1974년 해태의 노블 와인을 시작으로 1977년 ‘마주앙’이 동양맥주에서 생산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90년 초반대부터 맥주 소비의 급증으로 오히려 국산 와인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복분자 와인, 산머루 와인 등으로 그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하는데, 종종 애용해줘야겠어요.
세번째 와인의 생산년도는 무조건 오래 되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와인은 살아있는 술로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되면 상하죠. 보관만 잘 된다면 카베르네 쇼비뇽 품종으로 만들어진 것은 30년가까운 오랜 기간을 보관했다가 마셔도 됩니다.
서서히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결국 제가 주장하는 것은 저렴하면서 본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서 기분 좋은 날 가족들과 가끔 즐기라는 것입니다. 하루에 2~3잔을 넘지만 않으면 좋은 기분을 유지해주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금상첨화지요. 2~3잔 정도를 마시면 운전 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가 약 0.05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혈중 알코올 0.05가 가장 기분이 좋고 대화가 잘되는 음주량이라고 합니다. 많이 체험해 보셨죠? 면허 취소 수치인 0.1을 넘기려면, 그냥 소주 드세요.
요즘은 와인 전문가라고 하지 않아도 와인을 고르기가 너무 쉽습니다. 제가 이마트 와인샵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세요.
국가 및 산지, 포도품종, 맛이 Dry한지 Sweet한지, 또 농도가 Light한지 Heavy한지 등… …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시험보기 전에는 커피를 연애할 때는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혼이라면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면서, 기혼자라면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위해서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나만의 신의 물방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너스 와인 용어
보졸레(Beaujolais) 프랑스의 부르고뉴 남단에 위치한 지방 이름. 와인을 숙성하지 않고 그해 담아서 먹음.
보졸레누보(Beaujolais Nouveau) 그해에 생산된 햇와인. 누보(Nouveau : 불어) = New (영어) : 김치로 말하면 겉절이. 당연히 깊은 맛은 없지만,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음
부르고뉴(Bourgogne) 프랑스 동부에 있는 와인 산지
도멘(Domaine) 프랑스 부루고뉴 지방에서 포도밭의 재배, 와인 제조를 하는 양조장을 말한다
DRC(도멘드 라 로마네 꽁띠) 부르고뉴 지방 최고의 양조장
디켄딩(Decanting) 병 밑에 가라앉은 와인의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위에 떠 있는 맑은 와인만을 다른 용기에 옮기는 작업
부쇼네(Bouchonne) 불량 코르크로 인해 변질된 와인
아로마(Aroma) 와인에서 느껴지는 포도가 원래 갖고 있는 과실향
샤르도네(Chardonnay) White wine에 쓰이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Red wine의 품종 중의 하나로 온화하고 소프트한 맛이 특징
AOC법(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프랑스에서 1935년에 제정된 와인법. 생산지역, 포도품종, 재배방식, 최대 수확량, 최저 알코올 도수 등 엄격한 규정에 따라 와인을 분류
첫댓글 마저. 마트에서 저 표만 잘 보면 뭐 어떤 맛인지 대충알겠더라고. 난 역시 mer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