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교종이란 경전(부처의 가르침)을 중시하는 종파들을 말하는데, 우리 나라 초기의 불교는 주로 대승 불교의 교종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통일 신라 시대에는 여러 고승들에 의한 경전 연구의 심화로 특색있는 종파들이 성립되기도 하였다. 계율종(자장), 법성종(원효), 화엄종(의상), 열반종(보덕), 법상종(진표) 등, 이른 바 5교가 그것이다.
교종은 경전과 함께 의식(여러 가지 종교 행사)도 중시하는데, 이에 따라 왕실·국가의 안녕과 개인의 복을 비는 각종 의식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특색 때문에 교종은 광범한 세속적 지지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특히 왕실·귀족들에 의하여 체제 유지라는 차원에서도 깊이 숭상되었다. 통일 신라 시대나 고려 중기의 왕실·귀족들에 의하여 널리 신봉된 것도 바로 이 교종 불교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선종은 같은 대승 불교에 속하면서도 경전보다는 참선(조용히 사색에 잠김)에 의하여 자기 안에 존재하는 불성을 깨우치려 하였다. 신라 하대에 들어와 널리 유행하였는데, 이것은 복잡한 교리을 떠나 심성의 도야에 치중하는 선종의 수행 방법이 당시 중앙 정계의 혼란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국가 체제의 동요 등 혼란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선종은 새로이 등장하던 호족 세력의 환영을 받으면서 이른 바 9산(아홉 종파)으로 발전하였다.
한편, 선종은 그 개인주의적, 개혁적 성향(교종은 지나치게 세속화되고 부패할 가능성이 늘 있었고, 실제로 자주 그러하였다)으로 말미암아 반체제적, 반권위주의적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새로운 정치 세력에 의하여 기성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새로운 이념 체계로 받아들여 지기도 하였다. 신라 하대의 호족 세력이나, 고려 후기 무신 정권이 선종을 환영하고 정책적으로 지지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교종과 선종은 서로 보완하고, 서로 대립하다가 고려 후기 지눌의 조계종으로 교리상 통합을 이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