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미(交尾) / 임보
벌들의 교미는 참 황홀하다
여왕벌이 춘정이 들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고
그 뒤를 수펄들이 다투어 좇는다
그중 날개와 허리 힘이 제일 좋은 한 놈이
드디어 여왕을 얻는다
혼신으로 여왕의 몸 속에 생명의 씨를 다 쏟고
탈진한 수펄은 지상으로 추락해 산화한다
그러나 한 번의 교미만으로 여왕은
평생 수십만 군의 새끼를 낳는다.
교미가 끝나는 숫버마제비는 무릎을 꿇고
암버마제비의 입 앞에 엎드린다
헌신의 의식이다
아내는 남편의 팔과 다리 심장과 허파
머리와 몸통을 차례로 잘라
그의 몸 속에 차곡차곡 담는다
수컷이 암컷의 체내에 그렇게 스며
새끼를 만드는 생명체도 있다.
사람들의 그것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보게 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천하장사 항우(項羽)도 한 여자의 치마폭에 눌리어
힘을 잃고 만다
남자들의 등에 짊겨진 저 무거운 짐들을 보라
한 여자를 본 대가로 그는 평생
온 세상을 그렇게 지고 끙끙대며 죽어 간다
도대체
교미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출처: 김춘강갤러리 원문보기 글쓴이: 春剛(金永善)
첫댓글 그날의 모습들이 생생하네요 저도 한컷 찍혔구요 1초만에 지나갔지만...^^ 잘 보았습니다 ^^^
첫댓글 그날의 모습들이 생생하네요 저도 한컷 찍혔구요 1초만에 지나갔지만...^^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