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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시 20선> 암송 운동을 시작하면서 ......
인생은 나이 들어서도 새로 배울 게 많은 거 같습니다.
안산에 살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 있는 둘째딸 집 근처로 이사를 왔고,
용감하게 애 셋을 낳은 딸 집에 드나들면서, 초등 2학년인 큰 손녀와 유치원생인 둘재 손녀의
공부도 때때로 보살피게 되었지요.
그 공부 보살핌이 발전해 <한국 명시>를 암송하는 일로 비약할 줄은 전혀 예상밖의 일입니다.
둘째 손녀가 한글을 익힌다고 유명 출판사의 교재 6권으로 씨름하는대도 성과가 별로 였습니다.
그런데 딸과 사위에게 자극을 줄겸 우연하게 김소월의 시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를 필사해
벽에 붙이고 낭송을 반복시켰더니 애들이 부모보다 더 빨리 암송하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도
유치원생이 말입니다. 그래서 반년에 손녀 둘이 여기 <한국 명시> 20선을 모두 줄줄 암송하는 쾌거가
일어났습니다.
사실 나에게 윤동주의 <서시>와 이육사의 <청포도>는 지난날에는 암송이 쉽지 않았는데
애들과 함께 한 낭송 방법으로는 아주 쉽게 외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그 방법은 짧은 구절을
3 ~ 5회 이상 반복하는 방법이 아주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시를 고르다 보니 자연히 순수한 <명시>를 쉽게 만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명시로 골랐다고 그것이 곧 대표적인 명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20선 중 상당수는 명시의
반열에 드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각자 한번 골라 보시면 <나의 명시 20선>이 탄생하겠지요.
그리고 애들이 명시를 잘 암송할 수 있는 것은 그 암송 방법도 크개 도움이 되었지만 명시가 갖고 있는
탁월함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 나의 <한국 명시 20선>을 공개하는 이유는 이 시를 암송하고, 그 보편적인 인간의 희노애락의
감정을 순화하고 아름다움과 순수성을 품고 산다면 우리 인생은 그만큼 아름답고 풍요로워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를 좀 안다고 하려면 적어도 암송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명절 때 가족이 모이면 시 낭송의 시간을 가져 보새요.
손주와 할아버지, 온가족 함께 시를 낭송해 보세요.
등산, 모임, 회식 때 시 낭송으로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선창하고, 복창하면서 모두 함께 시에 푹 빠져 보세요.
매월 한 편의 명시를 정성껏 필사해 거실에 걸어 보새요.
집안에 문학의 향기가 잔잔히 감돌겁니다.
(명시 20편 전문의 자유로운 복사 허용합니다)
온가족이 암송하는
한국 명 시 (시조/가사) 20선
김 광 수 선정
010-4236-9569
< 차 례 >
1. 산유화 ............................... 김소월
2.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3. 태산이 높다하되 .............................. 양사언
4. 산은 옛산이로되 .............................. 황진이
5. 진달래꽃 .............................. 김소월
6.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7. 나그네 .............................. 박목월
8. 먼 후일 ............................. 김소월
9.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10. 가는 길 .............................. 김소월
11. 청포도 ............................ 이육사
12. 못잊어 ............................ 김소월
13. 서시 ............................ 윤동주
14. 귀천 ............................. 천상병
15. 오우가 ............................ 고산 윤선도
16. 오우(1) 물 .............................. 고산 윤선도
17. 오우(2) 바위 .............................. 고산 윤선도
18. 오우(3) 소나무 .............................. 고산 윤선도
19. 오우(4) 대나무 .............................. 고산 윤선도
20. 오우(5) 달 .............................. 고산 윤선도
① 산 유 화
김 소 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②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③ 태산이 높다하되
양사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④ 산은 옛산이로되
황진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나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⑥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⑦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⑧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⑨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⑩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⑪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泡)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탹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⑫ 못 잊어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싱각이 떠지나요?
⑬ 서 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⑭ 귀 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⑮ 오우가(五友歌)
高山 윤선도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⑯ 오우 1 물 (水)
高山 윤선도
구름 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많도다
좋고도 그칠 때 없기는
물 뿐인가 하노라
⑰ 오우 2 바위 (石)
高山 윤선도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쉽게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 뿐인가 하노라
⑱ 오우 3 소나무 (松)
高山 윤선도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이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을
그리하여 아노라
⑲ 오우 4 대나무 (竹)
高山 윤선도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⑳ 오우 5 달 (月)
高山 윤선도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 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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