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 집 술계도(酒家系圖)
술은 과연 유전인가?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해봤거나 지켜본 바로는 100% 유전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도 그렇다.
내 할아버지 이상은 잘 모르니까 과감히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 할아버지는 7형제 중 막내라 하셨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셔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에게 할아버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참에 우리 집 술가계도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할아버지 : 술을 좋아는 하셨으나 매우 절제하셨다 함.
할머니 : 술을 매우 좋아하셨으며 노래를 즐겨 부르셨다함.
아버지 : 어릴 적에 어머니 손잡고 시골장터 주막에 많이 모시러 갔었음.
어머니 : 술을 매우 좋아하셨고 술드시면 노래와 춤을 즐기셨음. 98세에 돌아가셨지만 1년 전까지 반주 세잔 정도는 하심 특히 술을 잘 담그셔서 우리 집에 술 드시러 오시는 친척분이나 아버지 친구분이 많았음.
1923년생이시지만 나 어릴 적 동네 어르신들 중 유일하게 한글을 쓰고 읽으실 줄 아셨기 때문에 장화홍련전, 춘향전, 흥부전 들으러 우리 집에 마실 많이 오셨음.
큰형 : 4형제 중 왕고래였으나 30대 후반에 이미 술로 엄청 고생 후 지금은 막걸리 1병 정도로만 절제
큰형수 : 술을 입에 대본 적이 없음
조카(여) : 맥주 3~4병 정도의 주량
조카(남) : 두주불사, 자기 말로 직업상(정형외과) 피를 많이 보다 보니 많이 먹는다는데 왕고래 2세 다움
조카(여) : 맥주 3~4병 정도의 주량, 고집이 엄청 센 노처녀라 술마시면 지 오빠나 언니하고 잘 싸움.
조카(남) : 술 마시면서 분위기를 잘 띄우는 스타일, 주량은 소주 2병 정도
조카(남) : 술마시고 나면 뒤치다꺼리 다하는 놈, 취한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함.
조카(남) : 자기 형제들 중 최강, 친구들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하는데 본적은 없음. Believe it or not.......
큰누나 : 술을 매우 좋아 함. 종가집 맏며느리로 많은 대소사와 농사일을 술 힘으로 이겨낸다고 하는 여장부.
큰자형 : 한학에 매우 밝고 문장가이나 술에 관한한 내 큰 누나를 따라가지 못함.
조카(남) :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대형사고로 구사일생후 많이 절제하고 있음
조카(여) : 제 엄마의 피를 그대로 이어 받은 조카
조카(여) : 잘 모름
조카(여) : 잘 모름
조카(여) : 잘 모름
조카(여) : 잘 모름
작은 누나 :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음
작은 자형 : 면서기로 출발해서 술로 면장까지 승진하셨다고 하는 분, 내가 어렸을 때 처가(우리집)에 오면 매일 술 심부름 했음.
조카(남) : 군 복무할 때 면회가서 이놈 술 실력 알아봤음.
조카(남) : 잘 모르나 제법 마신다 함.
조카(남) : 최근에 우리 집에 왔는데 술을 사양하는 법이 없음
작은형 : 상고 3학년 2학기때 대기업에 취업해서 임원까지 지냄. 한창 마실 때는 소주를 박스채 마셨다함.
작은형수 :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해장국은 잘 끓임. 작은형을 기어이 교회로 유혹(?)하여 술로부터 해방시킴
조카(남) : 체격이 좋아 잘 마심
막내누나 : 소주 한 병 정도 주량
막내자형 : 술 매우 좋아하지만 자제하고 있음
조카(남) : 술 못마심
조카(여) : 잘 모름
조카(여) : 잘 모름
조카(여) : 잘 모름
조카(여) : 잘 모름
나 : 매우 좋아함. 젊었을 때 주특기는 맥주컵으로 소주 원샷에 한자리에서 막걸리, 소주, 맥주, 청하 등등 주종을 가리지 않음
아내 : 독한 양주는 서너잔 정도, 포도주는 달달한 진로 포도주만 선호
큰딸 : 신랑이 술을 마시지 못하여 시가에서는 시어머니와 우리집에서는 나와 대작함
작은딸 : 고딩때 연락받고 마중나갔더니 지말로 소주 두병 마셨다고 하는데 확인 못함.
아들 : 키 187Cm, 체중 80Kg으로 술마시기에 최적화된 체격. 캠핑가면 내 두배는 마시는 것 같음.
동생 : 건설회사에서 35년, 술자리 분위기 주도하며 요즘은 고위직이라 1년에 대여섯번씩 형제들 모이면 술값 도맡아 냄.
제수 : 한 방울도 못마심(친정부모님을 비롯하여 술마실 줄 아는 형제들이 없다함)
조카(남) : 모계가 아닌 부계혈통을 이어받아 명절 때 큰집에 가서 사촌들과 대작하면 비등비등함.
이를 종합해보면 내 형제들은 모두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셨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절제하고 있다지만 형제들의 2세는 母系보다는 대체로 父系혈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다른 집안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한번 조사해보시라. 단, 돌연변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엉뚱한 상상과 억측은 절대 피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 제껴두고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낮술로 시작해서 크고 작게 차수를 바꿔가며 4차를 마시고 금,토 이틀을 비몽사몽으로 지냈고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아있다.
부르튼 입술로.................
2022.5.11일 쓰다
첫댓글 이렇게 가족을 깡그리 노출해도 될랑가???
실명을 쓰지 않았으니 다름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그 다음이 어떻게 전개될런지 궁금해 집니다. 역쉬 스토리텔링을 잘 알아요...!!
감사합니다. 몸도, 머리도 펜도 안쓰면 녹슬고 마는 것 같습니다.
더 녹슬기 전에 다시 뛰고 싶은데 마음만 앞서네요.
우애있는 가계.
어떻게 다 파악?
쏠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