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사제도 제주도에서 부활한다?
제주도에서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내의 40여 개의 시민단체가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들자는 데 합의하고, 이 합의안을 지방선거에 나설 도지사 후보와 도의원 후보들에게 전달한 후 이를 후보들의 공약사항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주도는 천혜의 좋은 환경과 천연의 식품들이 많은 관계로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발전시킨다는 제주도민들의 발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 안에는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킨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나는 침술을 연구하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들자는 합의안 중에 침구사제도의 부활도 포함시켰다는 것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제주도에서 침구사 자격시험제도를 만들어 이를 시행했을 때 전국에 있는 침술의 대가들을 제주도로 모이게 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의도가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제주도민들의 뜻이 관철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제주도민들의 자연치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침술을 하나의 뛰어난 의술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그들의 자세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전국의 국민들 가운데에서 일어나야 된다는 아쉬움은 크게 남아 있지만, 제주도에서만이라도 부디 침구사제도가 부활되어 그야말로 제주도가 자연치유의 메카로서만이 아닌 침술의 메카로 널리 알려져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한국의 전통침술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왔으면 한다.
제주도는 특별 자치도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마음만 먹으면 중앙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시민단체들이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발전시키자는 데 합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가 침구사제도를 부활시켜 한국 전통침술의 우수성이 침술의 명인들에 의해 입증이 된다면, 침구사제도의 부활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발전시키고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키자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제주도 한의사협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고추가루를 뿌리는 작전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6월 2일에 있을 지방선거에 출마할 도지사나 도의원 후보들에게 제주도 시민단체들이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들자는 합의안과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키자는 이슈를 전달하여 공약사항으로 해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부랴부랴 한의사 협회에서도 침구술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의술인 만큼 일정한 교육을 받고 엄격한 국가고시를 통해 자격을 받은 한의사만이 침구 시술이 행해져야 하므로 침구사제도의 부활은 불가하다며, 이를 공약사항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협조문을 각 후보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침구사제도의 부활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한의사 협회에서는 침구술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국가로부터 받은 면허가 없는 사람 이외 그 누구도 함부로 침구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며, 마치 자신들만이 침구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특별한 인간으로 착각들 하고 있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제주도의 한의사 협회는 제주도에서 침구사제도가 부활이 되면 개나 소나 모두 제주도로 가서 침구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제주도에서 침구사제도가 부활되면 제주도에서는 침구사를 어떤 식으로 선발할 것인가를 정할 것이며, 대개는 한의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정한 시험에 의해 침구사를 선발하게 될 것이다. 침구사를 선발하는 시험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침구사로서의 자질과 그만한 실력,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느냐를 시험에 의해서 가려낼 것이다. 이러한 시험 과정을 통해 일정한 점수를 획득하게 되면 침구사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갖추었다는 객관적인 판단자료로 삼아 침구사 자격증을 도지사 또는 지방 정부의 책임 있는 기관장이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사들이 말하는 엄격한 시험제도에 의해 국가의 자격을 획득한 사람만이 침구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다 갖추어진 것이 아닌가? 설마 중앙정부가 준 자격증과 지방정부가 준 자격증은 차이가 있다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며 반박할 태세로 나오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
제주도에서 침구사제도가 부활될 경우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들에게는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쌍수를 들고 반대를 할 것이라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킨다면 어쩔 것인가? 물리력으로 막아보려는 결연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에서의 침구사제도의 부활은 제주도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다른 각도에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침구사제도 부활은 제주 시민단체가 의견을 모아 침구사제도의 부활이 나름대로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의사들이 쌍수 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해보았자 제주도민들에게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행위 그 이상으로 한의사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제주의 시민단체가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들은 이번의 지방선거에서 안 되면 다음번에라도 지방정부에 압력행사를 하여 반드시 관철시키고야 말 것이다. 그것이 제주도 틀별자치 도민들이 갖고 있는 특권이이기 때문에 그들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권리 앞에서 한의사들이 밥그릇 챙기겠다며 버틸 힘이 있겠는가?
한의사들이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의술이 뛰어나다면 제주도에서 침구사제도가 부활되든, 아니면 침구사보다 더한 제도가 생겨난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환자들은 한의사가 되었든 침구사가 되었든 병을 더 잘 고칠 수 있는 쪽으로 몰려가게 되어 있다.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침구사제도의 부활로 한방의료나 침구의료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볼만 하다. 왜냐면 제주도에서 침구사제도가 부활된다면 제주도내의 한의사들은 여태까지의 안일하게 진료를 해왔던 자세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침구사제도가 부활된다면 새로이 등장한 침구사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자질이 떨어지는 한의사들은 죽기살기로 실력을 연마하거나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의사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주도민들은 반드시 침구사제도를 부활시켜야만 할 것이다. 이런 걸 염려하여 한의사 단체들이 쌍수를 들고 반대를 한다는 것도 제주도민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도민들은 이런저런 종류의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한정된 숫자의 한의사들로부터 획일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보다는 종류가 다양하고 효과가 뛰어난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그들의 권리이며,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이 제주도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건설하자는 뜻을 세운 것이고 침구사제도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한의사들이 염려하는 것과는 달리 침만 가지고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을 고쳐내는 침술의 대가들이 아직까지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의학적인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침술을 갈고 닦은 세련된 실력가들 또한 음지에 처박혀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에서만이라도 침구사제도가 부활이 된다면 제주도민들의 의도대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침구의 대가들이 제주도로 결집되어 제주도는 명실상부한 침구의 메카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조만간에 제주도는 침구의 메카라는 명성이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질 것이고 그로 인해 제주도가 얻는 지역경제의 이익은 엄청날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이러한 특수의 효과에 대해 한의사들이 어떤 명분으로 반대를 할 것인가?
자격증만 있다고 해서 먹고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탁월한 실력을 갖춘자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런 나라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실력이 없는 사람은 야채장사라도 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침구사제도가 부활되든 말든 실력을 갖춘 한의사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반면에 제주도민들은 한의사이든 침구사이든 최고의 실력을 가진 침 시술술가로부터 침구치료를 받을 권리 또한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침구사제도의 부활을 그들 스스로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