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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을 늘리자 12
건강수명 늘리기, 길을 찾았다.■건강수명 늘리는 핵심 생활법 ■전문가 4인 좌담
그동안 다룬 비만·고혈압·당뇨병·암 등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고, 건강과 관련한 네 가지 분야(스포츠·영양·노인병·건강정책) 전문가와 함께 좌담 나눈 내용을 소개한다. 건강수명과 평균수명 사이의 차이를 좁히려면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고, 노인은 질환뿐 아니라 허약 상태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01 건강수명 늘리는 법
국내 고령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11월 1일 기준 국내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이다. 2010년 1,835명에 비해 72.2% 증가한 것이다. 10만 명당 인구수로 따지면, 2010년 3.8명에서 2015년 6.6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평균 건강수명은 73.2세에 불과해, 길게는 30년을 병을 앓다 사망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100세 이상 사는 것은 아직 극단적인 경우지만, 평균수명(82.3세)도 건강수명과 8~9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이 적지 않은 기간을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몸을 많이 움직이고, 건강한 식단을 섭취하고, 시기에 맞게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고 예방접종을 하는 등 다양한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 근력운동 빼놓지 말고, 움직이기 생활화해야
건강을 위해 운동하려 마음먹어도, 막상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일주일에 5회 이상, 30분 넘게 약간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로 운동한다는 기준을 세우자. 이는 고지혈증,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증상을 완화·예방할 뿐 아니라 살을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때 유산소운동(천천히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과 함께 무산소운동(아령 들기,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나이가 들수록 급격하게 뼈와 근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이 들면 뼈의 강도가 약해져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골절이 생기기 쉽다. 근감소증으로 근육이 위축되거나 근력 감퇴가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근력운동은 웨이트트레이닝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바벨·덤벨 같은 기구로 신체 각 부분의 근육을 자극해 근력을 향상시키는 운동이다. 스쾃(허벅지와 무릎이 수평이 될 때까지 앉다 서다를 반복하는 동작)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일상 중에 몸을 계속 움직이자. 자가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집안일을 부지런히 하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식단 짠 음식·튀긴 음식 먹지 말고, 채소·과일 풍부하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만 반복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한 식사법이라고 말한다. 고기나 채소만 먹는 등의 편협한 식사 역시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단, 피해야 하는 음식도 있다. 짠 음식이나 튀긴 음식, 탄 음식, 패스트푸드 같은 인스턴트식품이다. 짠 음식을 많이 먹어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몸에 부종이 생기거나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소금으로 짠맛을 낸 김치, 찌개, 국을 자주 먹어 주의가 필요하다. 튀긴 음식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아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생선이나 고기가 탈 때는 ‘벤조피렌’이라는 성분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식사는 균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헬스조선>이 한국영양학회와 공동 제정(<헬스조선> 2016년 6월호 참조)한 균형식단 공식인 3·3·2·2·1(성인 여성 기준으로 하루 채소류 3접시, 곡류 3공기, 고기류 달걀 3개 분량, 과일류 2종이컵, 유제품류 1컵 섭취)을 실천하자. 특히 채소·과일에는 몸의 노화를 더디게 하는 항산화 기능이 있어 풍부하게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을 공급하는 고기류도 적절히 챙겨먹는 게 좋다.
생활습관 흡연·음주 피하고, 안전한 성생활 필수
흡연과 음주는 고혈압부터 암까지 다양한 위험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조기 사망자 1600만 명의 사망 원인 중 흡연(약 600만 명)과 과음(약 330만 명)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담배 연기에 20종 이상의 발암 물질이 들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실제 암의 30~40%는 담배가 원인이다.
과음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WHO가 발표한 ‘음주가 각 나라 국민의 수명에 미치는 연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음주로 인해 수명이 약 11.1개월 단축되고 있다. 알코올은 소량만 마셔도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새로 공개한 국민암예방수칙부터 완전한 절주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하루 기준 남자 2잔, 여자 1잔의 음주를 허용했었다. 성생활에 안전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 최근 15년간 국내 100세 이상 고령자 수 추이_자료 인구주택총조사(통계청)
2000년 934명, 2005년 961명, 2010년 1,835명, 2015년 3,159명
건강검진 암 검진 빼놓지 말고, 백신 주사 챙겨 맞아야
암은 국내 사망원인 통계 발표가 시작된 33년 전부터 현재까지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치료 기술이 발달하고 생존율이 높아졌다 해도,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암 예방이다. 그런데 암은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도 100%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유전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새 주변 환경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암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주요한 방법이 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 발견’이다.
대다수 암은 조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완치 가능하다. 위암은 50세부터 2년에 한 번, 간암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에 한 해 40세 이상부터 6개월에 한 번, 대장암은 50세부터 1년에 한 번, 유방암은 40세부터 2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은 20세부터 2년에 한 번 실시되는 국가 기본 검진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단, 위암의 경우 가족력이 있다면 40세 이전이라도 2~3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20~30대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위암은 순식간에 퍼지는 미만성(瀰漫性) 위암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만성 위암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며 자란다. 전이 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거의 없어 3~4기로 악화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간암과 자궁경부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려면 B형간염바이러스 백신과 자궁경부암 백신을 미리 접종해야 한다.
한편 성 경험이 있어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게 좋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대부분 16·18번 바이러스인데, 성 경험이 있어도 이 두 바이러스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둘 중 하나에 감염됐다 해도 다른 한 개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02 건강 전문가 4인 좌담
‘건강수명 늘리기’ 왜 중요한가?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인 건강수명의 현주소와, 이를 늘리기 위한 바람직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헬스조선>이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양대 건강노화센터 김성민 센터장, 용인대 식품영양학과 김혜영 교수,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증진정책실 홍경수 실장, <헬스조선> 김공필 편집장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경희대병원 어르신진료센터 센터장, 대한노인병학회 학술이사, 보건복지부 한국노인노쇠코호트 사업단장
▲홍경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증진정책실 실장, 제4차 헬스플랜 2020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수립 실무추진위원단장
▲ 김성민 한양대 건강노화센터 센터장, 한양대 체육학과·고령산업융합학과 교수
▲김혜영 용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2015 한국인 영양섭취기준 ‘무기질’ 중 철 부문 제정위원
❶ 국민 건강수명의 현 주소
헬스조선: 먼저 건강수명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홍경수 실장께 질문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건강수명의 현 주소는 어떤가요?
홍경수 실장: 2000년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은 68세였는데, 2015년 73세로 늘어났고,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은 9년 정도 차이가 나요. 사람들이 9년 정도는 여러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죠. 정부는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1995년부터 건강증진법을 만들고, 2020년까지 국민의 건강수명을 75세로 연장시킨다는 목표하에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헬스플랜 2020’을 수립했어요.
이렇게 추진한 헬스플랜 2020의 현재까지 성과로, 국민 건강을 평가하는 18개 대표 지표 중 11개가 목표 달성하거나 목표를 향해 달성해가고 있습니다. 즉, 61% 정도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목표에 크게 미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악화되는 지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살률, 고혈압 유병률, 여성 고위험 음주율, 신체활동 실천율, 성인 남자 비만율이에요. 이런 지표는 정책적으로 더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이죠.
김혜영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을 약 73세로 보았는데,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병이 없는 기간은 평균 65.4세(주관적 건강수명)까지고, 이후에는 하나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다고 나와요. 기대수명은 82.4세이고요. 이 자료에 따르면 약 17년이나 병을 앓고 산다는 추산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반면 자살률, 고혈압 유병률, 여성 고위험 음주율, 신체활동 실천율, 성인 남자 비만율 다섯 가지 지표는 더 악화되고 있어요.
원장원 교수: 과거에는 오래 사는 데만 집중했어요. 최근 들어서는 오래 살아도 장애나 질환이 생겨 고생하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이 인식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결국 질환, 특히 장애 없이 사는 게 중요해요.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한국의 의료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하고, 의료시스템도 잘 갖춰진 편입니다. 저는 의료 환경보다는 사회활동, 영양, 운동, 질환의 예방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아직 부족한 면이 있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혜영 교수: 국내 100세 이상 어르신이 몇 분인지 지난 7월 나온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00세 이상 어르신이 2005년에는 총 1,000명이 안 됐는데 2010년에는 1,800명, 2015년 11월 기준으로는 3,159명으로 늘어났어요. 현재는 4,000명이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8~9년이 지나면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이 돼요. 100세 넘게 사는 분들이 더 늘어나겠죠. 과거에는 65세에 은퇴해도 75세 이전에 많이 사망하니까, 은퇴 후 여러 활동을 하지 않고 노후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은퇴 후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시점이 온 거죠. 그러려면 일단 몸이 건강해야 뭐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건강수명이 더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건강수명은 더 이상 우리와 멀리 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나 걱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슈인 거죠.
헬스조선: 각 나라의 건강수명은 어떻게 결정되는 건가요?
홍경수 실장: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00년부터 세계 183개국의 건강수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WHO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IHME(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연구결과를 근거로 발표하는데, 워싱턴대학교의 건강수명은 약 291개 대표 장애요인의 가중치와 유병률을 평가해 산출합니다. 영국이나 일본은 WHO에서 계산하는 건강수명 지표 외에 국민들의 주관적인 건강수준을 직접 물어보기도 해요. ‘당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국민 개인이 ‘양호’, ‘매우 양호’, ‘보통’ 등의 답을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일부 국가는 국민의 건강수명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계청이 건강수명을 발표한 바 있고, 이외에도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을 제대로 산출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복지부는 WHO의 산식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해 우리 국민의 건강수준을 대표할 수 있는 건강수명 산출 방식 선정을 협의 중에 있습니다.
김성민 교수: 우리나라에 맞춰 건강수명을 측정하는 산출 방식이 정해지면 여러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한양대 고령산업융합학과 소속 전문가들도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을 정확히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보아왔습니다. WHO에서 각 나라별 건강수명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 국민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요. 고령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수명을 측정하는 좀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국내 여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헬스조선: 노인병을 전문으로 보는 원장원 교수께서는 진료를 통해 ‘건강수명이 정말 중요 하구나’ 하고 자주 느낄 것 같아요.
원장원 교수: 노인병을 전문으로 보기 때문에, 수많은 노인 환자를 경험합니다. 건강수명이 짧다는 건 노인성 장애가 생기는 것이고, 결국 요양시설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문제는 요양의료비가 심각하다는 거예요. 만성질환 진료비도 중요하지만, 요양은 요양치료를 받아야 할 시설부터 간병인까지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가족의 문제로 봤을 때는 식구들이 환자를 돌봐야 해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 있고, 이것은 가정 안의 경제적 손실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죠. 즉,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황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르신들이 건강히 지내도록 돕는 건 국가적인 과제인 거죠.
❷ 정신적 문제·영양학적 문제
몸 건강뿐 아니라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챙겨 드세요. 일주일에 두 번은 생선을 먹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헬스조선: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식생활,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먼저 음식은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까?
김혜영 교수: 식품영양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인지 기능 발달을 위한 영양 섭취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건복지부가 2014년 65세 이상 노인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56%가 고혈압, 33%가 관절염, 23%가 당뇨병을 겪는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또 주목해야 할 것이 31.5%에서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거예요. 85세 노인만 봤을 때는 절반이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100세 이상 노인을 조사한 자료에서는 흔한 질환 1위가 치매(40%)로 꼽힌 바 있고요.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에 중요성을 더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지 기능을 건강히 하려면 오메가3지방산을 충분히 보충하는 게 도움이 돼요. 오메가3지방산은 생선에 많아요. 다들 등 푸른 생선에 많다고 유난히 강조하는데, 일반 생선에도 오메가3지방산이 꽤 들어 있어 등 푸른 생선만 고집하지 않아도 돼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생선을 먹는 게 좋습니다. 중금속 섭취 우려 때문에 두 번 넘게는 안 먹는 게 좋다고 알려졌어요. 항산화 성분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항산화제 하면 건강기능식품부터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자연 식품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E의 경우 보충제로 섭취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거든요. 비타민B 섭취도 중요해요. 특히 비타민B6와 비타민B12가 부족해지면 인지 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장 건강에도 안 좋다고 알려졌어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들에게 대체로 칼슘 섭취가 부족한 편이라고 나와요. 어르신의 50~60%는 비타민과 단백질이 부족하고요. 성인병을 예방해야 한다면서 못 먹게 하는 것만 집중하는 게 여러 원인 중 하나예요.
원장원 교수: 말씀하신 대로 일부 비타민 중에는 식품으로 먹으면 안전한데, 약으로 만들어지는 순간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있어요. 비타민E도 그렇지만, 비타민A(베타카로틴)도 주의해야 합니다. 비타민A는 채소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약 형태로 먹으면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어요. 체내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은 종합비타민을 하루 한 알 정도씩 먹는 건 괜찮아요. 반면 평소 식사로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는 사람이 비타민을 먹으면 도움이 안 될 수 있고,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김혜영 교수: 저도 권장량 100% 이내인 종합비타민 한 알씩 먹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외에 채소, 과일, 단백질을 고루 섭취하면 좋죠.
원장원 교수: 오메가3를 약으로 먹으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지만, 반대로 효과가 없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영양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제 남동생이 성인병 예방 때문에 아버지에게 고기를 많이 드시지 못하게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노인들은 위장의 영양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이 먹어야 하거든요. 게다가 만성질환이 있으면 몸에서 더 많은 영양을 필요로 해요.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소리 때문에 무조건 섭취량을 줄이다보면 근육량이 줄고 골절까지 이어지는 거죠. 노인이 돼도 젊을 때처럼 채소만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헬스조선: 앞서 김혜영 교수께서 인지기능을 강조하셨지만 고독·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도 중요하겠지요?
원장원 교수: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노인들의 정신적인 문제는 아주 일부예요. 빙산의 일각이라 볼 수 있죠. 고독, 우울증, 치매 같은 것을 ‘나이 들어 그렇겠지’ 하면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예요. 그런데 이런 정신적인 문제는 노화를 비롯해 근감소증 등 각종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어르신들은 우울증이 심해도 병원을 안 가려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약을 드려도 안 먹고, 검사도 안 받으려고 해서 문제가 됩니다.
김혜영 교수: 65세 이상 노인의 33%가 우울증이 있다고 해요. 100세 이상 노인들한테 장수한 원인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물으면 40%는 건강한 식습관, 20%는 규칙적인 생활이라 답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3위로 14%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낙천적인 성향과 정신건강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죠. 노인의 정신이 건강한지 평가할 때, 바깥나들이를 얼마나 하는지를 주요한 평가 요소로 여기기도 하더라고요.
홍경수 실장: 실제로 장수국가의 노인 건강증진 사업 중 대표적인 게 ‘칩거예방사업’이에요. 노인들은 바깥으로 나와야 정신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근력과 식습관도 좋아져요. 국가가 노인을 경로당같이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끌어주는 역할만 해도 정신·육체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어르신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치매,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죠. 실제로 어르신들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습니다. 정부의 4차 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년)에서 가장 강화된 부분이 정신건강 정책이에요. 그런데 사실 지금 전국에는 226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있어요.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보건소와 유사한 개념으로 누구나 방문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나라에서 운영하는 이런 시설을 특정 사람들이 가는 곳이나 예방접종하러 가는 곳으로 국한시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잘 찾지 않아요. 이런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전국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의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보건소, 보건진료소, 건강생활지원센터 등이 약 3,300개 있어요.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건강적인 측면에서 국가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이 있는 거죠.
❸ 신체 건강 지키려면
헬스조선: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원장원 교수: 노인들은 질환을 예방하는 것에서 나아가 몸이 허약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노인의학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허약한 상태’입니다. 특히 근육이 없고 근력이 약해지면 자꾸 넘어지게 될 뿐 아니라, 전반적인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치매도 잘 와요. 이걸 예방해야 합니다.
허약한 상태를 인지하고, 이를 건강하게 되돌리는 것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허약한 상태에 접어들지 않으려면 운동하는 게 큰 도움이 되죠. 미국은 지난 10월부터 근감소증을 국가 질병코드에 포함시켰어요. 본격적인 치료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김성민 교수: 근육량이 많으면 당연히 건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근육량이 많아도 잘 움직이지 못하면 소용없죠. 세계적인 학술지 <란셋>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건강노화의 기준이 근육 양이 많고 적고가 아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냐 없냐가 중점이에요. 저는 근골격계질환의 80%는 뼈가 아닌 근육 문제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헬스조선: 구체적으로 운동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김성민 교수: 일단 2시간마다 일어나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루 1시간 운동 하더라도 나머지 23시간을 앉아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건강에 해로워요. 차라리 따로 시간 내 한 시간 운동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일어나 있거나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푹신한 의자에 앉는 것을 피하세요.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원장원 교수: 동의합니다. 꼭 체육관에 가야 운동이 되는 것이 아니에요. 평소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일본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내에서 집안일만 해도 하루 3,000~4,000보 걷는다고 해요. 그리고 4,000보 걷는 사람은 우울증 위험이 줄고, 6,000보 이상 걸으면 치매가, 8,000보 이상 걸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집 안에서 바닥이나 창을 닦는 등 매일 1시간씩 청소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30%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1~2층에 사는 노인보다 고층에 사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고요. 또, 알아두어야 할 게 근육양이 근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다고 해도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운동해서 근력을 같이 늘리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김혜영 교수: 맞아요.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돼요.
홍경수 실장: 정부도 정책 속에 국민이 일상 중 운동할 수 있게 돕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중 ‘일상이 운동이다’라는 슬로건하에 캠페인도 펼치고 있지요. 일상에서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계단 오르기예요. 아마 일부 건물에서는 계단마다 그에 따른 칼로리 소비량이 얼마나 되는지 적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공공기관부터 이러한 건강계단 디자인을 실용화하도록 하고 있어요. 전국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놨고, 부산역사에서도 활용 중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건물 내에 엘리베이터가 중앙에 있고, 계단이 구석에 위치해 있잖아요. 이 둘의 위치를 바꾸는 디자인도 개발해서 제안하고 있습니다.
❹ 건강수명 늘리는 그 밖의 방법
헬스조선: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젊을 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김혜영 교수: 요새는 젊은 축에 속하는 50대만 해도 여성의 경우 심한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늦은 거죠. 즉, 중장년층이 되면 이미 늦은 감이 있어요. 젊을 때부터 미리 운동을 해야죠.
원장원 교수: 노인이 되어서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20~30대부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노인병이란 결국 운동 부족, 비만 등에 의해 생기는 성인병이거든요.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특히 비만을 주의해야 해요. 노화는 20대부터 시작합니다. 근육이나 뼈 건강이 20~30대에 최대치로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나이 들어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이 나타나기 쉬운 거죠.
홍경수 실장: 이와 관련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 금연정책입니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이 금연을 하면 ‘독한 사람’이라 불릴 정도로 금연이 쉽지 않다는 건 잘 알려졌어요. 요새는 흡연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면서 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흡연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아이들이 담배에 접근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헬스조선: 지금껏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원장원 교수: 약을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을 아직도 많이 복용하는 편이에요. 의사가 많이 처방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국내 노인들은 평균 5가지 정도의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원 환자 중에 약물 부작용이 원인인 경우가 적게는 4~5% 많게는 20%까지 보고되고 있어요. 약 복용만으로도 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거예요. 치매가 생긴 것처럼 헛소리를 하거나 넘어지고 뼈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약물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고, 국가 차원에서 홍보나 교육을 할 필요도 있다고 봐요.
관련해 더 중요한 건 노인전문약사제도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거예요. 미국에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안 그래도 병원을 자주 다니는 노인들은 다니는 진료과 마다 약을 처방받으면 금방 20개가 넘어요. 그중 중복되는 약도 있을 거고요. 이런 것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또 노인들은 젊은 층과 약 처방 기준이 달라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혈압약을 처방하는 기준만 해도 젊은 사람은 140-90mmHg이지만, 노인은 150-90mmHg까지 괜찮고, 치매가 있거나 몸이 많이 허약하면 수축기 혈압 180mmHg까지도 약 처방을 안 해도 된다는 보고가 있어요. 노인에게 당뇨병약을 처방할 때도 젊은 사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저혈당으로 혼수상태가 될 위험이 있어요.
헬스조선: 보건복지부에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네요.
홍경수 실장: 지금 진행하고 있는 헬스플랜 2020은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국민이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지역사회는 물론 개인까지 노력해야 하죠. 정부 제도만으로 국민 건강을 해결할 수 없거든요. 국가 차원에서는 약물 오남용에 대해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수준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건강정책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파트 지을 때 층간소음이 없도록 규제하거나, 도로 하나를 만들어도 운전자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방안을 꾀하는 것도 직·간접적인 건강정책이라고 볼 수 있지요.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정부에서 행하는 모든 정책이 ‘건강’이라는 개념을 잊지 않고 적용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헬스조선: 각자 분야에서 정부 정책에 꼭 반영됐으면 하는 점이 있을까요?
원장원 교수: 국민의 질환 관리에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허약 상태’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허약한 상태를 방치하면 결국 골절이 생기고 장애가 오고 요양시설에 장기 입원하게 되죠. 또 노인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더 활발해져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의사의 왕진이 보험 수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병원에 못 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병원에 와야 할 환자가 못 오고 보호자만 자꾸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가정간호사제도가 있지만, 이들은 환자를 찾아가도 수액주사를 놔주는 정도예요.
일본이나 미국은 ‘홈 메디컬 케어’라는 개념으로 간호사와 의사가 다 환자를 찾아가는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병원 중심의 진료가 아니라 지역사회·가정 중심의 의료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요양시설도 줄어들고요. 가정진료를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겠지만, 개인적인 삶의 질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의료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요.
김혜영 교수: 의료진이 가정을 직접 찾는 방문 건강서비스는 일부 행해지는데, 이때 영양교육이 시행되는 건 못 봤어요. 어린이들 같은 경우에 나라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가 일 년에 몇 번씩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관리를 하더라고요. 노인들의 25%는 독거노인인데, 이들은 식생활과 위생상태가 건강하긴 어려워요. 노인의 영양 관리도 구역을 나눠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