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진료실엔 발기부전 환자가 많다. 예전엔 다른 병·의원에서처럼 인공적으로 발기를 돕는 발기유발약이나 주사를 처방해달라는 환자가 제법 있었다.
발기유발약이 나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이 약을 처방 받는다고 발기부전의 원인 자체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자들도 경험으로 깨닫게 됐다. 요즘은 제대로 고쳐서 자연 발기 능력을 회복되고 싶어 하는 환자가 늘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발기약 게으름병’이란 표현을 자주 써왔다. 발기약이 발기에 문제가 있는 남성들의 성(性)생활을 도운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약을 먹는다고 발기부전의 원인 자체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발기약을 처방하는 곳이 워낙 많다 보니 환자들이 실제 원인을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발기약에만 의존하면서 문제 원인을 방치한 채 ‘게을러져 버린 것’이다.
발기부전은 필자의 임상경험상 원인 부분만 잘 치료하면 고칠 수 있다. 원인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호주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가 잘 보여준다. 35∼80세의 남성 810명을 무작위 추출해 5년간 조사했더니 약 31%가 발기부전 환자였다. 그런데 이들 중 29%는 발기부전에서 조금씩 회복됐다. 이런 남성들에게서 특징적인 신체·심리·사회적(biopsychosocial) 요인들이 관찰됐다.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높고 결혼한 상태이며 직업을 갖고 있었다. 또 복부비만과 내장지방이 적고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성인병이 없으며 전립선 등 비뇨기계 문제가 없고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나이가 젊고 우울증이 없으며 수면상태가 좋고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것도 자연 발기 능력을 회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
일러스트 강일구
물론 발기부전의 회복을 방해하는 더 심각한 요인들도 존재한다. 의사 등 치료자가 적극 개입해야 할 때도 있다. 심리적으론 발기 실패에 대한 끊임없는 수행불안, 배우자에 대한 분노, 성격 문제, 무의식적 갈등, 심각한 불안증이 심각한 방해 요인들에 속한다. 신체적으로 혈관·신경·내분비계·생식기 등의 질병이 무겁다면 환자의 노력만으로 자연 발기가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긴 힘들다.
제법 심각한 원인을 치료하는 일은 다양한 원인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성의학 전문가의 몫이다. 회복(자연 발기)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포기하거나, 발기약 처방에만 의존한 채 원인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길이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많은 발기부전 환자의 자연 발기가 가능하도록 치료해 왔다. 발기부전 환자들은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발기약에 너무 의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