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사진읽기-51
세리 레빈 (Sherrie Levine, 1947~)의 반복적인 도용전략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모더니즘시기인 19세기 초중반에 세상에 태어났다.
이러한 사진의 제작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카메라 camera'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제작하기 때문에 작가의 표현의지가 이미지 생성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달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회화에 비해서 작품의 외관이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현실과 닮아 있다. 그래서 사진은 오랫동안 현실의 거울로 인식되었다. 또한 진실만 이야기하는 매체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매체적인 특성 때문에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포토저널리즘의 전성시대’였고, 다큐멘터리사진이 사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사진의 저널리즘적인 기능은 텔레비전과 같은 영상매체로 이동하였고, 저널리즘사진은 과거에 비해서 사회적인 영향력이 퇴색되었다. 그와는 다르게 예술로서의 사진은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1960년대부터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였고,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미술작가들은 본격적으로 사진을 표현매체로 수용했다. 특히 페미니즘작가들은 모더니즘 사회와 남성 중심적인 예술 제도를 비판하는 도구로서 사진을 선택했다.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페미니즘작가인 신디 셔먼은 스스로를 찍은 인물사진을 통하여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형성된 여성의 모습 및 정체성에 대한 풍자를 했다. 또 바바라 크루거는 잡지나 브로슈어에서 차용한 사진이미지와 텍스트를 재편집하여 여성의 현실, 상품,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표상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부터 언급되기 시작했고, 여러 이론가들과 학자들에 의해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그것의 출발시기도 의견이 분분하다.
르네상스시기에 포스트모더니즘 현상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50년대부터를 포스트모더니즘시대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980년대에 본격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또 포스트모더니즘은 예술에서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발생한 문화적인 현상을 지칭한다. 건축에서 가장 먼저 사용하였지만 음악, 무용, 연극, 미술 등 예술 전반에 걸쳐서 사용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규정을 이야기할 때 모더니즘과 전혀 별개의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고,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이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은 용어의 사전적인 의미만큼 복잡한 여러 역사적인 배경 및 사회현상을 내포하고 있다.
서양사회는 신神 중심적인 사회에서 벗어나면서 고대사회처럼 인간의 사고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성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이와 더불어서 자연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이 인간을 이데아적인 세상으로 인도 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전무후무한 살상이 일어나면서 서양의 지식인들은 엄청난 공포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인간의 이성을 부정하고 비이성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에서 발생하는 행위나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사고를 하게 된 이들은 스스로를 ‘다다DADA’라고 칭한다. 또 그 후에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시인 앙드레 브르통은 1924년 ‘제1차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통해 그 이론을 제시했고 이를 기점으로 초현실주의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세계관 및 미감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회화나 조각에 머물지 않고 행위예술, 설치, 사진 등 표현매체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예술제도 등 모더니즘사회 전반에 걸쳐서 비판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드러냈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모더니즘 시기에 발생했지만, 전후戰後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마르셀 뒤샹의 레이메이드는 동시대미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처럼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팝아트, 개념미술, 포스트모더니즘미술 등 동시대미술의 여러 경향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스트모니즘을 현대미술의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두드러진 현상 혹은 하위이론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이즘ism이 페미니즘이다.
1960년대부터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익에 대한 주장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이때부터 여성주의나 여성학이 대두되었다. 모더니즘사회는 이성 중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표방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였고 여성은 타자에 속했다. 또 산업혁명이후 자본주의적인 사고가 주류적인 사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사회적인 약자 그룹에 속하는 여성, 노동자, 흑인 등은 소외되고 비주류로 머물러야 했다. 말 그대로 야만의 시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발이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현상이다. 또 그것의 핵심 중에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페미니즘 작가인 세리 레빈도 남성이 주류인 사회에 대한 반발에 뿌리를 둔 작품을 발표했다. 작가는 예술작품의 독창성에 대한 의문, 남성이 중심인 예술제도에 대한 반발, 예술가의 독창성과 권위에 대한 공격 등이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작업을 했다. 기존의 유명작가의 작품을 사진을 이용하여 복제함으로써 유일무이한 독창성과 저작권에 대한 권위에 대해 훼손을 가하고 의문을 유발시키는데 의도를 둔 행위를 거듭해서 보여준다.
특히 그중에서 1930년대와 40년대 유명 사진가인 에드워드 스타이켄과 워커 에반스의 작품을 차용해서 그 작품의 독창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논란을 야기했다.
여기에는 그중에 일부 인 워커 에반스가 1930년대 미국 경제 공황기에 F S A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찍은 사진을 복제한 사진을 소개한다.
작가는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원작을 복제하고서는 그 작품의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행위의 의도가 남성예술가의 권위, 예술작품의 독창성, 저작권 등에 대한 훼손과 의문제기에 있다. 작가의 작품도 결과물보다는 의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개념미술의 그늘에 있다.
작가의 작품은 메트로 픽쳐스를 비롯한 주요 화랑과 카셀 다큐멘타와 같은 영향력 있는 국제미술행사에서 전시되어 주목 받았다. 또 동일한 행위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차용이 포스트모더니즘미술의 표현양식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동시대미술은 원본, 독창성, 창조성 등이 주요 덕목이 아니다. 과거선배예술가들의 업적을 재구성해서 동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를 하고, 기존의 예술제도와 사회를 비판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동시대미술의 경향을 선두에서 보여주었던 작가 중 한 사람이 세리 레빈이다. 동시대미술은 창조의 결과물이 아니라 재조합recombina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