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변경미, 오영미, 이지민, 현미경, 류건영
<사랑받지 못한 자들을 사랑받은 이들이라 부르리라>
- 토니 모리슨 장편소설 『빌러비드 BELOVED』
2025. 2. 27. 이 지 민
<이야기 나누기>
1. 이 책이 읽기 어려웠나요? 어떤 점이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나요? 반면 책이 좋았다면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 등장인물이 많고, 특정한 한 인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인물들의 시점에서 현재와 과거를 모두 짜맞추듯 이야기가 연결되다 보니 읽기가 힘들었다.
- 메타상징 및 은유로 인해 책 읽기 진도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책 초입부터 표현된 어휘들을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면 세스(시이드)의 ‘강철같은 눈’, ‘너무 고요해서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얼굴. 그 고요한 얼굴 한가운데에 박힌, 피부색과 똑같은 검은 홍채를 보면 눈알 부위에 친절하게도 구멍을 뻥 뚫어놓은 가면이 생각나곤 했었다’ 이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그 의미가 뭘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이 잘 안됐다. 그리고 작가의 자상한 설명 없는, 단도직입적인 표현의 인물 표현이 익숙하지 않았다.
- 곳곳에 인물의 피부색(폴디의 피치스톤 같은 피부), 피부없는 인간(백인), 외양을 통해 인물들의 성격을 직유적으로 표현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 모습과 행동을 통해 인물상을 유추해야 하는 대목이 많아 쉽게, 빨리 읽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책이 재미있고 읽을수록 빠져들기도 했다.
- 지난날 봤던 영화, 미디어를 통해 흑인 노예제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아주 양호한 내용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남북전쟁 당시 흑인 노예의 삶은 인간이 아닌 재물로 취급되었다는 사실,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흑인들의 처참한 삶의 장면 장면이 생생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2. 책 속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시이드(엄마), 베이비 석스(할머니), 덴버, 폴 디, 빌러비드, 등등 인물에 대한 이해, 공감할 수 있는 책 대목이 있다면 같이 읽어보고 그 인물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빌러비드는 어떤 존재인가? 작가가 허구적인 듯한 빌러비드라는 존재를 만든 이유를 추측해 보자)
- 빌러비드라는 인물은 시이드(엄마)가 죽인 딸의 靈영(유령) 혹은 환영이 아닐까?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미신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현실적으로 살아있는 인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빌러비드는 시이드의 죄의식(무의식적인)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살해에 대한 속죄,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 보고 싶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 靈이라고 생각들었다.
- 시이드만의 죄의식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인간(흑인)들의 내면에 내재한 속죄에 대한 환영일 수 있지 않을까? 옛날 베이비 석스의 집에서 있어던 축제와 그 이후 마을사람(흑인)들의 마음에 자리잡은 질투, 시기에서 비롯된 무심, 비참한 사건이 일어나게 내버려둔 과거의 행위에 대한 미안함에서 비롯된 많은 사람들의 죄의식에서 만들어진 존재일 수 도 있다.
- 빌러비드는 시이드를 사랑하지만 끊임없이 착취하고 괴롭힌다. 시이드를 독차지 하기 위해 폴 디를 유혹하고 내쫓기도 한다. 덴버 역시 죽은 자신의 언니의 환생이라 여기며 혼자 남겨진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이라 생각한다. 빌러비드가 원귀, 악령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분명히 선, 악으로 나누어지는 인물은 아니다. 전에 같이 공부했던 모리슨의 <술라>에 나오는 술라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통 우리는 인물을 선과 악으로 분명히 나누어 받아들인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하지만 신 역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런 기준은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빌러비드는 덴버를 이용하고 폴 디를 내쫓고 시이드를 착취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이 자기 자신 안에서 갇혀있던 감정을 해소하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엉켰던 관계도 정리되기도 한다. 빌러비드는 작가, 토니 모리슨이 만들어낸 장치다.
- 베이비 석스 같은 어른이 필요하다. 공터에서 마을 흑인들에게 설교하는 내용과 딸을 죽인 시이드를 진정 이해하고 함께 하는 베이비 석스의 말들은 금언과 같다.
- 시이드의 행동은 죄받아 마땅하지만 그녀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랑받아야할 사람이 사랑받지 못한 극한 상황이 만들어낸 참혹한 결과이다.
- 책 말미의 빌러비드와 엄마를 위해 밖으로 나온 성장한 덴버라는 인물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124번지 집에 갇혀만 살았던 어린아이, 덴버가 그렇게 책임감 있는 여성이 될 수 있을지 이해되지 않았다.
- 어쩌면 덴버는 빌러비드를 통해 성장했을 수 있다. 사랑했던 두 오빠들이 차례로 떠나고, 이웃 존슨에게 글을 배웠지만 친구들 통해 엄마의 친언니의 살해, 그리고 엄마와 함께 감옥에 들어갔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귀를 닫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집 주위의 회양목으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빌러비드에게 엄마 이야기를 직접 해주면서 엄마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사랑과 두려움, 질투 등) 정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스스로 밖으로 나가게 되고, 당당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3. 이야기 구조가 현재에서 어떤 사건, 인물의 등장, 회상을 통해 과거를 계속 소환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 구조이다. 다시 말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서술된다. 시간 순차적인 서사보다 작가가 선택한 시간의 불연속적인 서사는 어떤 이점 및 즐거움을 만들어 줄까요?
- 한 사람의 관점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 현재와 과거가 쫌쫌히 짜맞춰진 조각이불과도 같다. 베이비 석스가 죽기 전에 덮고 있던 조각이불. 베이비 석스가 집 안의 어두운 색 속에서 다양한 빛깔들을 구했던 것처럼, 작가는 비록 어두운 과거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는 아름다운 인생의 색을 만들기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구조이다.
- 처음에서 현재와 과거가 불규칙으로 연결되는 것이 읽기 힘들었지만 내가 점점 이야기의 짜맞추어 연결하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달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아니다. 한강 작가의 책처럼 어떤 주제를 전달하는 기막힌 이야기 구조였다.
- 과거의 사건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 책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노예제, 남북전쟁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흑인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주된 인물은 시이드이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경험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그들의 행동의 복합적인 이유와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를 드러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4. 남북전쟁 전후 흑인(노예)에 대한 백인들의 잔혹한 처사는 과연 어떤 생각에서 이루어지고 가능한가? 자유가 없는 삶, 내 몸에 대한 권한이 없는 사람,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현재에도 산다는 것이 불법적이며 위협적이고,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한 상황인 사람이 없지는 않다. 이런 상황의 예를 들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자.
- 그 시대에 흑인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 했다. 단지 재물이었을 뿐이다. 백인들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각인되어 있었다. 특히 학교 선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잘못된 생각을 마치 진리인양 기록하고 교육하는 세태에 대해 적나하게 적고 있다. 문화 역사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뿌리 깊게 인식되면 만들어지는 참혹한 실태, 관행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 그 시대뿐 만 아니라 지금 역시 자유가 없는 삶,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전쟁, 난민,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그들에게 자행되는 폭력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새로운 계급(빈부, 교육의 불균형으로 만들어진)은 만들어지고 여전히 누군가는 소외되고 불행한 삶은 계속 되고 있다.
- 나 역시 지금 현재의 나의 안위, 이익을 위해 살아간다. 남만 탓할 수는 없다.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면 많이 불편하다. 현실이 크게 변화될 수는 없겠지만 사회의 변화는 이런 불편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런 좋은 문학작품을 통해 계속 우리를, 지금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5. 위에서 이야기 나온 것 외에 본인에게 인상적인 구절을 읽어보자. 그 대목에서 어떤 감상이 있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자.
(책 속 많은 대목들이 마음 아프지만 감동적이었다. 언어 역시 시적인 대목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역사, 문화, 공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독자가 가지는 한계가 분명 있다는 의견에 모두 공감했다.)
- 426쪽 엘라의 생각이 반영된 대목: ‘엘라는 과거의 발못이 현재를 좌지우지한다는 생각 자체가 싫었다. ... 매일매일의 삶을 사는 것도 온몸의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미래는 일몰이고, 과거는 뒤에 남겨두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가 뒤에 얌전히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발로 짓밟아 말을 듣게 해야만 하는 법이다. ...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다.’
- 베이비 석스의 공터에서의 설교내용
- 449~453쪽 빌러비드가 떠난 이후의 침상의 시이드와 폴 디의 재회 장면: ‘당신, 당신이 제일 귀해. 시이드,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