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석처럼 아름다운 섬, 거제도… 그리고 좋은 친구
거제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아니, 가고 싶어 못 견딜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다.
열대야로 지친 도시 사람들이라면 일상의 이 지긋지긋한 무더위를 피해 이 여름에 거제도에 가고 싶은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거제도는 지금 여름의 절정을 맞았다. 일상의 무더위를 탈출하여 마치 기다린 듯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서둘러 거제도로 향한다.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가에 더위를 쫓는 여름 바람이 뼛속깊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갈매기와 바닷바람과 배는 여름더위와 어우러져 멋진 여름풍경을 만들어 낸다. 여기가 고향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드는 거제도, 굽이 굽이 이어진 산들과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다. 바다 냄새와 파도소리는 도시에서 찌든 스트레스와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고도 남는다.
인터넷 다음 카페 ‘학산 25’에 게재된 거제도의 해금강, 외도 등의 사진을 보면 고향 신전에 가는 것 만큼이나 거제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 질 게다.
거제도, 그곳에 가면 고향에 온 것처럼 포근한 정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온갖 섬들은 물론 고운 마음씨를 가지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고향의 친구도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최고의 고향친구라는 말은 이 친구를 두고 한 말일게다. 최고라는 찬사가 전혀 아깝지 않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마다 찾는 친구들도 늘었다. 매번 찾아오는 친구들을 대하기도 힘들고 귀찮을 법도 한데 이 친구는 항상 입에 미소를 담고 산다.
그 친구에게 거제도에 한 번 가겠노라 전화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온다. 거제도 특산 자연산 회를 배가 불러 터질 만큼 사온다. 우리가족은 이틀 동안 회를 먹는라 밥도 못 먹었다.
어디 그뿐인가 3일 동안 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맛있는 김밥에다 손수 농사지은 상추, 깻잎, 풋고추, 우엉 잎 등 가족처럼 아낌없이 준비해서 부담스러울 만큼 한 상 푸짐하게 차려온다.
이 정도라면 국빈급이나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대우이다. 부담을 느낄 정도라서 자주 가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친구는 진심으로 찾아주는 고향친구들이 고맙고 좋아서 그런다. 거제도에 다녀왔던 친구들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거제도에 운 좋게도 이런 좋은 친구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게 돼 버렸다.
여행이 더 정겹고 자꾸 가고 싶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북쪽으로 내려서면 그림 같은 도장포마을이 나오고 거기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바람의 언덕이 있다.
바람의 언덕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과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신선이 된 느낌이다. 해안 기슭에서 산책로를 올라서면 바다전망이 좋은 곳마다 벤치가 있고 그 벤치에는 어김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다정한 연인들로 빈 자리가 없다. 젊음이 아름답고 부럽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느껴진다.
흑염소가 풀을 뜯는 해안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아름답다.
거제도에 간 휴가 첫날 우리가족은 망설임도 없이 친구의 별장을 찾았다.
우리 가족이 거제도 친구 별장에 간 날은 추적 추적 여름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이었다. 거제자연휴양림 기슭에 자리잡은 친구 별장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못지 않았다. 4개의 넓고 깨끗한 방과 소나무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숲속 별장에는 여름은 없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여름비와 쏴아 쏴아 불어오는 여름바람은 지금이 여름인지 가을인지 도대체 판단을 하기 어렵도록 정신을 흐리게 했다. 너무 시원하고 쾌적했다. 방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마치 군 생활 시절 군인들의 내무반처럼 잘 정리되어 있었다.
객지에서 살다 고향에 온 그런 느낌이다. 2세 교육문제만 해결된다면 그냥 이곳에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천국이 따로 없고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개구리 노래 소리까지 들리는 거제도의 낯선 하룻밤은 여행의 피로가 겹쳐 잠을 참으려 해도 저절로 눈꺼풀이 내려와 잠이 들어 버린다.
친구 별장에는 온갖 향기 머금은 아름다운 꽃들과 잘 가꾸어진 수많은 이름 모를 나무, 그리고 무공해 채소가 주인의 사랑과 정성을 먹고 달콤한 여름비를 맞으며 자식처럼 무럭 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폭우 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별장에 있는 온갖 화초들을 정성으로 손질하던 친구는 내가 어릴적 자주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 닮아 나도 놀랐다.
거제도는 아래쪽 동남부가 아름답다. 해안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어촌 어항이 숨어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해수욕장이 유명하다. 어디에서 바라봐도 황홀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타고 달릴때면 자꾸만 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꽃의 자태에 눈길이 간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외톨이 섬들이 많지만 모두 경치가 빼어나다. 꿈길 같은 길이다.
비가 멎은 월요일 아침 우리 가족은 충무 김밥과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소매물도행 여객선에 몸을 맡겼다. 일렁이는 작은 파도가 우리가 탄 배를 삼켜 버릴 듯 덤벼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두려움도 잊고 탄성을 질러댄다. 술마시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연인과 꼬옥 끌어안고 출렁이는 파도에 그냥 몸을 맡긴 사람 등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약 50분 동안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이 말로만 듣고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소매물도, 그 아름다운 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때 묻지 않은 신비스런 풍경이다. 등대섬을 가는 길에 좌판을 벌여 놓고 여행객에게 해산물을 팔아 달라고 애원하는 우리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의 애원을 쉽게 외면하지 못하는 건 나도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임을 잘 안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오래전에 폐교가 된 소매물도 초등학교가 눈에 띈다. 여기서 꿈을 먹고 자라던 그 많은 섬 어린이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궁금하다.
약 30여분을 걸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소매물도 등대섬을 보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이 바로 여기였구나. 여기에 비경이 숨어 있었구나. 힘들게도 찾아온 이 아름다운 섬에 오랫동안 살면 안될까?
여기에 사는 주민들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이곳에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수많은 상상들을 해보았다.
우리 아이들도 이 아름다운 섬에 반해 버렸다. 잉크를 쏟아 부은 것 같은 푸른바다, 수없이 밀려오는 파도, 더위를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 초록빛 풀과 여름 꽃들이 장관이다.
소매물도에 다녀 오는 길, 거제시청 가까운 곳에 위치한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 박물관에 들렀다.
6.25전쟁 당시에는 당시 거제도 주민은 10만명이었고 거제포로수용소에 전쟁 포로만 17만명이었다니 놀랍고 그 규모를 짐작 할만하다.
내가 미처 태어나지도 않았던 1950년대 아버지께서 가끔 들려 주시던 전쟁 얘기가 이곳에 있었다. 다시는 기억하기도 싫은 6.25 전쟁의 참혹한 역사를 조형물과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재현한 곳을 아이들과 함께 체험해 보았다.
다시는 이 평화로운 땅에 전쟁이 영원히 없어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그래서 같은 동포끼리 남북으로 나뉘어져 명절때만 되면 북녘을 향해 울부짖는 슬픈 이산가족들이 더 이상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거제도를 다 구경하려면 10일을 다녀도 부족할 것 같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감동은 크게 남았다. 거제도를 떠나던 날 석별을 아쉬워하는 여름비가 희뿌옇게 또 뿌렸다. 시야를 가린 안개비를 뚫고 보석처럼 박힌 거제도의 아름다운 섬을 다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채 차는 점점 거제도와 멀어졌다.
자동차 뒷좌석에는 이제 지도 공부를 하여 거제도가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4시간 넘게 걸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리 고슴도치들이 과자와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고는 아빠와 상관없이 야속하게도 벌써 꿈나라로 가버렸다.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 이유는 잠들어 있는 손에 꼭 쥐고 있는 거제에서 아빠 친구로부터 용돈으로 받은 세종대왕 때문만은 아닐거라 믿는다. 녀석들은 지금 꿈을 꾸고 있다. 꿈속에서도 거제도에서 처음 만났던 아주 마음씨가 좋은 아빠 친구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엄마 아빠에게 속삭이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 행복하게 잠들어 있어 보기 좋다.
올해 처럼 이런 뜻 깊고 행복한 휴가는 처음이다. 이 다음에 거제도에 가면 나는 그 친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에 진 빚이 너무 크고 많아 어떻게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첫댓글 가 보지않고도 다녀온 느낌이 듭니다.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올 여름 휴가는 거제도를 강력 추천 합니다.
선배님 이제 알겠네요.누구신지! 아들이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행복해 보입니다.
마치 나의 어린시절 거울을 보는 것처럼 너무 닮았죠? 그래서 이뻐요. 아빠 말 잘 듣고 착하고 바르게 자라고 있어 뿌듯합니다. 가끔 북악산 등산 가자고 하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면 산토끼처럼 뛰어 다니는 게 너무 보기 좋아요.
ㅎㅎ이제알겠네요^^ 아제요.
학산국민학교 선후배 모두가 가족이고 형제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요? 살아온 삶이, 문화가 그리고 생활방식이 모두 같고 친인척이 군락을 형성해서 조상대대로 살아 왔으니깐요.
거제도 여행기 잘봤습니다.저도 두번 가보았지만 선배님 글 솜씨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네요,맞아요 거제도는 곳곳이 아름다워서 몇번을 가도 좋아요~~추천해서 실망하지 않을 곳일 겁니다.
아들 딸의 해맑은 모습이 동화속의 한장면 같네요.행복한 가족모습 참 좋습니다.
우리 후배님도 저보다는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라 믿어요. 그저 표현을 다 하지 않을 뿐이지요. 가족만큼 우리 삶에 있어서 소중하고 고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싱그러운 유월에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가족사랑을 느끼면서 학가산이나 하회마을, 낙동강 등 어디든 떠나세요.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 많이 전해 주세요. 길고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꾸벅 꾸벅
저도 감사 드립니다.
임성조 후배님은 어떤 마을에 살고 지금은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요?
선배님 성함은 들어서 구신전 사시는줄은 알았습니다. 선배님 동네 숙희,경희랑은 친했고요.선배님 동기 임 문수가 제 셋째 오라버니랍니다.지금은 울산에 살고있습니다.인사가 늦어서 죄송 합니다.
이런데 관심이 있는걸로 봐서 오빠처럼 공부를 잘 하는 후배일것 같아요. 학가산 정기 받아서 큰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동네에 살았군요. 반갑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많이 전해 주시길 바랄게요. 학산31회 카페가 우리 동문들의 소통의 장으로 격상된 느낌입니다. 울산 좋은 동네에 사시네요. 오늘 6월 15일 울산 다녀왔습니다. 태화강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물고기가 난리 치는 강에서 고향에 온 것 같은 평온함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어디에 살던지 어린시절 추억을 고이 간직한 신전 학산국민학교일랑 절대로 잊지 마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도 이년전에 외도에 다녀왔는데 친구들과...그날은 파도가 심했거든요 배와 파도가 같이 출렁임에 머리는쭈빛스고 무섭더라구요 물귀신 되는 줄 알았어요.친구들은 다시는 외도에 안간데요 저도 그날 기억은 별로네요.
우리 모두 뱃사람, 바다사람들이 아니고 뭍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럴 겁니다. 그래서 이제 돈 많이 벌어서 헬기타고 가는 방향으로 하죠? 배는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외도에 가서 안전하게 살아온 게 다행입니다. 관광보다 안전에 항상 유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임무기 스나이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역시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라 다르구먼......
부족한 저의 글을 읽고 정감이 가는 따뜻한 댓글로 격려까지 해 주신데 대해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