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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32편중 22편 흥행실패…한국영화 '잔치' 끝났나 |
투자자에 치이고 스타에 눌리고 개성없는 '국화빵 영화' 찍어내 [조선일보 박은주, 어수웅 기자] 한국 영화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체 영화 관객은 늘었지만 한국 영화 한 편당 관객수는 급속히 줄고 있다. 개봉하는 영화 수가 늘어 한국 영화 점유율은 상반기 63%, 7월 중 42%로 여전히 높은 수준. 그러나 영화 한 편의 채산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어 한국 영화는 ‘겉으로 남고, 속으로 밑지는’ 상황이다. ◆점유율은 높지만 채산성은 악화 영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IM픽쳐스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영화관객수(서울 기준)는 2815만명으로, 2002년 7개월간 2196만명, 2003년 2537만명에 비해 각각 28%, 10%가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중 한국 영화 한 편이 불러들인 관객수(서울)는 평균 40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9만9000여명에 비해 2.2%밖에 늘지 않았고, ‘관객 10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초대형 영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관객수를 빼면 영화 한 편당 서울 관객수는 26만명에 불과, 평균 손익분기점 45만~50만명에 턱없이 모자란다. 한국 영화가 ‘1000만 관객 시대’에 들떠 있는 동안 나머지 한국 영화의 상품 경쟁력은 급속히 쇠퇴한 것이다. 영화전문지 스크린은 ‘실미도’ ‘태극기…’가 벌어들인 순수익이 380억원인 데 반해, 올 상반기 나머지 한국 영화들이 무려 386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상반기 개봉작 32편 중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녀를 모르면 간첩’ ‘어깨동무’ ‘…홍반장’ ‘라이어’ ‘나두야 간다’ 등이 제작비 대비 50% 내외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무려 22편이 극장 수입만으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 한국 영화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된 것은 올 들어 특히 개성 없는 아류작 코미디, 조폭, 호러 영화가 늘면서 영화의 ‘질’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문화를 이끌어 가야 할 제작사들은 자금을 대는 대형 투자사, 개런티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스타 매니지먼트사의 위세에 눌려 ‘품질관리(QC)’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돈과 스타의 압력 중견 제작자인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제작사 위에 투자사, 투자사 위에 스타가 있다. 요즘 한국 영화계의 왜곡된 기획 풍토는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보다 우리 영화의 장래를 더 크게 위협하는 요소”라고 탄식했다. 최근 A급 배우 K씨의 소속사는 신생 영화사의 작품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개런티 5억원, 공동제작 타이틀, 제작지분 50%’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지만, 신생 영화사는 “스타를 데려오라”는 투자사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K씨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출연을 거부하는 바람에 체면도, 실리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스타의 소속사들은 4억~5억원의 개런티를 챙기면서도 ‘손익분기점 이후 관객 1명당 100~200원’의 러닝개런티를 받아내고, 아예 ‘공동제작’이라는 타이틀까지 요구하면서 비디오·DVD판권, 해외 판권 판매의 수익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작사가 이렇게 스타들의 무리한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투자사의 요구 때문이다. 컴백을 고려 중인 한 여배우의 매니저는 국내 대형 투자사 관계자로부터 영화에 출연할 경우, 파격적인 개런티는 물론 매니저 지분까지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미 특A급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였지만, “그쪽 배우가 출연 결심만 하면 모든 걸 다 바꿀 수 있다”는 게 투자사의 얘기. 물론 이 과정에는 제작사, 감독은 철저히 배제됐다. ◆힘의 견제와 균형이 유일한 해결책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흥행이 보장된 빅스타가 나왔는데도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스타와 자본에 휘둘린 영화를 관객이 보지 않고 있으니, 새로운 기획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현재의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 등 대기업의 자본 중심 투자 배급 구조는 ‘돈과 스타의 제작 압박’ 구조를 안착시킬 수밖에 없다”며 “중급 규모의 투자배급사가 늘어나야 다양한 영화 생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수직적 계열화에 따른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매니지먼트사의 영화 제작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런 제어 장치가 없는 충무로는 당분간 돈과 스타의 압박에 더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zeeny@chosun.com )
<경향신문> 2004년 6월 16일자
<경남신문> 2004년 6월 24일자
스크린쿼터제의 경제적 효과와 한미투자협정(BIT) 스크린쿼터 경제효과 프로젝트팀 1. 스크린쿼터제는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해 온 시스템이자 일종의 ‘범퍼’였다 ■ 스크린쿼터제가 아니라 영화시장 개방조치가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산업연구원의 연구(2003년)는 우선 실제상영일수와 평균 55일까지 차이가 나는 허위상영일수에 기초한 것으로 자료선정 자체가 잘못되어 있으며 그 결론 또한 매우 편파적이며 객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 특히 스크린쿼터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자본공급을 안정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 향후 스크린쿼터가 축소될 경우 매우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 파생효과에 대한 우리의 연구결과를 금액으로 산정하면 다음과 같다. 현행 146일 상영, 한국영화산업 규모 2조6,248억을 기준으로 할 경우, 스크린쿼터 1일 축소할 경우 영화시장의 규모는 약 327억 9천 6백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0일 축소 시 약 3,084억 3천 2백만원, 20일 축소 시 5,736억 6천 8백만원, 30일 축소 시 약 7,955억 5천 8백만원, 40일 축소시 9,741억 5천 3백만원, 그리고 50일 축소 시 1조 1,094억 5천 2백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시장 보호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2003년 한국영화매출액이 2002년 대비 약 20% 증가했음을 고려하여 문화산업시장 규모를 다시 편성하여 시뮬레이션을 행할 경우 피해액이 더욱 커짐은 자명하다 하겠다. ■ 최근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50%시대를 맞아 '이제 스크린쿼터제가 없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고 말하는 것은 헐리우드에 한국영화시장을 넘겨주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한국영화 시장의 성장이 과도하게 일부 ‘대박영화’에 의존해 있으며, 한국영화의 성장 또한 최근 4-5년간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1997년과 비교해 한국의 영화시장 규모 자체가 약 2.5배 증가하면서 한국영화의 매출액이 5배 증가하는 동안, 외국영화의 매출 또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한국영화의 성장이 외국영화의 매출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자체를 키워 외국영화 역시 동반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마찬가지 외국영화 매출성장에도 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이른바 ‘윈-윈 게임’을 선도해 온 제도이다. 그러므로 단지 시장점유율의 신화에 사로잡혀 실질매출액의 증가를 보지 못하고, 약 5억 달러 대 95억달러(2002년기준)라는 즉 자국내 극장매출액에 있어 약 20배의 격차가 있는 한미간 영화시장 규모의 차이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지 점유율이 올라갔으니 스크린쿼터를 축소하자는 생각은 가장 유망한 미래산업이지만, 여전히 유치산업에 불과한 영화산업의 토대를 흔들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2.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스크린쿼터를 양보해야 한다는 한미투자협정(BIT) 구상은 넌센스이다 ■ 외국인투자는 이미 거의 완전하게 자유화되어 있으며, 그 구성이 증권투자가 대부분으로서 국민경제의 발전과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BIT는 대한외국인투자의 구조적 파행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위험요소를 내장하고 있다. 현재 대한외국인투자는 직접투자의 비중이 과소한 반면, 투기성 포트폴리오투자의 비중이 과대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 BIT체결 시 최대 ‘GDP 3%증가 FDI 40억달러 효과’라는 대단히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1998년-2002년 11월 말까지 약 6년간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인 평가차익이 약 89조 5천억, 즉 800억달러에 육박하고, 2003년 12월 말 상장기업 외국인 지분율이 세계최고수준인 시가총액 기준 40%를 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 BIT의 FDI유치효과에 대해서는 심지어 최근의 World Bank, IMF 보고서에서 조차 지적하고 있듯이 “극히 미미(only a bit)”하며, 오히려 그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거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2003년 1월 발효된 한일BIT이후 일본의 대한FDI는 2002년 14억달러에서 5억4천만 달러로 1/3수준으로 격감한 것 역시 이를 반증한다. ■ 또 일각에서 BIT를 체결해야만 FTA를 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2003년-2004년에 걸쳐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인 호주, 싱가폴, 칠레 중 그 어느 나라도 미국과 BIT를 체결한 바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 특히 현재 추진중인 BIT는 그 ‘표준안’을 분석해 볼 때, 투기자본에 대한 내국민대우, 투자분쟁 발생 시 재판관할권 문제, 스크린쿼터문제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된 ‘의무이행 강제금지’조항의 문제, 미국기업에 대한 내국민대우와 한국기업에 대한 내주민대우사이의 불평등문제, 일시외환거래금지조치(세이프가드문제), 공기업문제 등 다수의 독소조항과 불평등조항을 담고 있다. ■ 따라서 국민경제의 현 사정에 비추어 BIT를 적극 추진하기보다는 외국인투자가 국민경제에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국내적 조건을 갖추는 노력이 더욱 시급하다. 3.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마찬가지 설득력이 없는 BIT추진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 아울러 미래산업으로서 영화산업이 자리잡기 위한 중장기 발전 전략의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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