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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가 느닷없이 물었다.
"이번주 금욜 오후시간 비울 수 있니 ?"
"왜 무슨일 ?"
직감적으로 여행을 가려나보다 하면서 되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내 결정의 망설임을 무장해제 시킨다.
"온천"
"어디로 갈려고 ?"
내가 온천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김기사가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고 결정만 하라는 듯 자신있게 답한다.
게다가 마침표를 찍듯이 감성을 자극하는 한마디를 더 보탠다.
"당신 생일기념으로 조금 멀리 가자."
"멀리... 어디냐고 ?"
"뱅기타고 가는 곳은 아니야..."
"글쎄~ 그러니 어딘데...?"
그렇게 해서... 시작된 이번 여행이다.
다른건 몰라도 여행만큼은 깔끔하고 빈틈없이 준비하는 스타일이라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없다.
출발하는 11월 18일(금) 서둘러 업무를 마감하고 약속한 시간에 동대구역으로 나가보니,
김기사 혼자서 두사람분 짐을 둘러메고 끌고 들고해서 시내버스타고 지하철 갈아타고 왔다면서,
아낀 택시비로 맛난거 사먹자 하는 모습이 살짝 감동을 준다.^^
잔뜩 습기를 머금은 하늘은 서서히 차창에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한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제발 틀리기를 바랬는데 기대와는 달리 예보는 밉도록 정확했고,
이번 여행에서 우산은 혹시나 해서 챙겨가는 품목이 아니고 출발부터 항시 들고다니는 필수품이 되었다.
부산역에 내리자 마자 국제여객터미널로 가는 셔틀에 몸을 실었다.
김기사의 여정은 물론 플랜-B가 있지만,
교통편 만큼은 톱니바퀴처럼 짜여져 있다보니 여유없이 언제나 빠듯하다.
여행사 패키지상품 여행은 안간다는 김기사가,
이번에는 이런저런 비교후에 H여행사의 상품을 선택했단다.
주말만을 이용하다 보니 한정된 시간으로 현지에서의 이동편이나 소요시간 등을 감안하면
도저히 자유여행으로는 엄두가 안났댔나~
여객선 출항시간이 22:30 인데, 19:30 까지 제반 출국수속을 마치고 승선을 하랜다.
공무원들 퇴근땜에 그런대나 어쩐대나...
그런데,출국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타고 갈 배인 뉴카멜리아호에 승선하기전에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온다던 김기사가 느닷없이 쇼핑가방을 내밀고는 "생일선물이야" 그런다.
평소에 면세점 근처도 안가는 사람이 이번에는 미리 온라인쇼핑을 했는지 물품인도장에서 찾아 왔다며
세관에 신고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말라면서 앞장서서 갱웨이로 들어가는 모습이 조금 이뻐 보인다.^^
이용하는 선실은 10~15명 정도가 한방을 사용하는 다인실인 2등실인줄 알았는데,
의미있는 웃음을 지으며 기다려 보라는 김기사를 쫄망쫄망 따라가 보니
오호~ 어찌된 일인지 우리 두사람만의 공간인 1등실이 아닌가 ?!!
알고보니,
여행상품을 예약할때 향후 고객확보 차원에서 여행사에서 선실업그레이드를 해준 것을
김기사가 놀래켜 줄려고 나한테는 미리 말 안했단다.^^
국제여객선은 처음 타보는 지라 조금은 설랬다.
배안에 엘리베이터도 있고 여러 편의시설들이 갖추어 져 있는게 제법 괜찮아 보이길래,
"제주도 가는 배하고는 규모는 비슷하지만 제법 고급스럽다."
"나중에 레전드호나 보이져호 함 타보면 그런말 쑥 들어갈걸~^^"
지난 추석전에 크루즈여행을 했을때 탔었다는 배를 들먹이며,
감히 비교불가라는 김기사의 한마디가 더 이상 그런 생각을 막고만다. 밉상~
선적이 일본이라서 인지 배안에서의 화폐는 일본엔화만이 통용된다.
배안의 음식들이 별로라기에,
미리 준비해 간 유부초밥과 사발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갑판으로 나가보니 더욱 많은 비를 뿌리는 하늘이다.
멋진 부산항 야경을 보려했던 기대가 욕심되어 세찬 빗줄기에 씻기어 내린다.
어느듯 뉴카멜리아호는 일본을 향해 부산항을 출발했고,
다음날 아침 7시경에 큐슈의 최대도시 후쿠오카의 하카다항에 도착했다.
일본의 입국수속은 까다롭게 지문과 사진을 찍는 절차가 있어서 인지 행렬이 쉬 줄지를 않는다.
한국보다는 남쪽동네라서 그런지 반팔을 입어도 무리없을 정도의 온화한 기후인데다가
입국장의 많은 인파가 내뿜는 열기가 더해 지다보니 지나 간 여름을 다시 느낀다.
일정표를 보니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바쁠것 같다.
도착한 하카다항을 출발하여 벳부, 유후인, 아소산을 둘러보고 숙소에 도착하는 스케줄인데
전용버스를 이용하더라도 관광은 거의 수박 겉 핥기 수준일것은 자명해 보여 별반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숙소는 아소팜빌리지라서 온천은 제대로 하겠구나 싶었고,
유후인에서 가을풍경의 끝자락이라도 잡을 수 있으면 그나마 만족하기로 기대치를 낮추었다.
흔히들 말하는 관광버스의 경로석이라는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실제로 이번에 같이 여행한 일행 40명 중에서 우리부부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ㅎㅎ
두시간 남짓 걸린다는 후쿠오카에서 벳부로 가는 고속도로상에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우리네 고속도로의 주변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눈에 익숙하게 들어 온다.
화장실만 달랑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컷.
복잡한 우리나라 고속도로휴게소와는 달리 이곳의 휴게소는 소규모의 편의시설만 갖추고 있다.
제주도 보다 낮은 위도인 큐슈지역은 예상대로 지금 가을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첫방문지인 벳부(別府)의 유노하나 재배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며 방문객을 맞는다.
큐슈의 동쪽지역인 오이타현에 있는 해안도시 벳부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지역으로,
예전 에도시대부터 험준한 육로보다 내만이라서 오히려 안전한 바닷길이 빠르고 편리하여,
일찌감치 온천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라서 그들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담한 도시 전체는 여기저기 온천의 열기가 뿜어 나오는데,
온천수 용출량이 하루 14만톤에 이른다고 하며 온천왕국 일본내에서도 최고의 온천지역이라고 한다.
온천지역의 지표면에서 뿜어 나오는 온천가스 위에 점토를 깔고
그위에 짚을 씌워 놓으면 유황성분이 결정체로 굳게 되는데 이 것이 바로 유노하나이며,
그 독특한 제조 방식은 벳부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노하나는 일본 특유의 천연입욕제로
무좀과 피부병, 신경통, 요통, 냉증, 습진, 동상, 타박상, 관절염 등에 뛰어난 약효를 보인다고...
사진의 왼쪽 삼각형 형태의 움막은 유노하나를 제조하는 곳이고
오른쪽은 이곳 역시 온천지역이라서 방문객을 위하여 운영하는 가족탕.
온천수로 삶은 계란 한개 먹으면 수명이 7년이 늘어나고, 구슬사이다 한병 마시면 3년이 늘어난단다.
사이다병이 아주 특이하게 생겼는데 잘룩한 목부분에 구슬이 들어 있어서 마시려면 입구를 막곤 한다.
급히 마시지 말라고 그리 만든것 같은데, 요령끗 마셔보니 어렸을적 소풍가서 마셨던 사이다 맛이 난다.
덕분에 잠시나마 소싯적 추억에 빠져봤다.^^ 계란 한개에 50엔, 사이다 한병 200엔.
계란 한개씩 먹고나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데,
패키지 여행의 단점인 촉박한 일정이 첫 방문지부터 시간적 아쉬움을 남긴다.
다음 방문지는 가마솥지옥(가마토지코쿠).
벳부에는 총 9곳의 지옥이 있다.
나열해 보면 바다지옥, 산지옥, 가마솥지옥, 도깨비지옥, 스님지옥, 금룡지옥, 하얀지옥, 피지옥, 회오리지옥 인데,
그중에서 다른 몇곳의 지옥을 묶어 놓은 느낌이 드는 가마솥지옥 한곳만 들렀다.
가마솥지옥 입구에 있는 상징물인 가마솥.
온천에서 뿜어지는 뜨거운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고 하여 가마토지코쿠란 이름이 붙여 졌다고~
이동하는 사이에 날씨는 비를 뿌리다 개였다 하며 변덕을 부리다가 잠시나마 지금은 햇빛을 보여준다.
벳부의 온천에 지옥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유래는,
예전 일본에서는 죄인을 다스리는 형벌중에 펄펄 끓는 온천물에 들어가게 하는 형벌이 있었다는데,
뜨거운 물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마치 지옥처럼 보여서 벳부의 온천수를 지옥이라고 불렀다 한다.
여러 연령층이 오는 곳이다 보니
가마솥위에서 밥주걱을 들고 있는 도깨비 형상이 유치해 보이진 않는다.
암울했던 시절였던 일본강점기시절에 우리 전래동화마져 몰아냈던 도깨비...이번 여행에서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현세를 살아가는 그네들의 모습만 보고 느끼고자 했다.
여기 온천은 연못의 온도에 따라 주황색이나 하늘색으로 제각기 색을 달리 하는데,
기상조건과 주변 여건에 따라서 색의 농도가 변한다고 한다.
펄펄 끓는 진흙온천이 신비롭고 인상적이다.
한잔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온천수.
이미 유노하나 재배지에서 계란과 사이다로 10년이 젊어졌는데,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화를 자초할까바 안마시고 꾹~ 참았다.^^
족욕탕에서 잠시 발의 피로를 풀어 봤다.
안내문과 매점 메뉴판에 한글이 기재된 것은 방문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여기 매점에 태극기가 걸려 있을 정도니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곳 벳부가 예전엔 일본에서도 으뜸 신혼여행지여서 엄청 붐볐으나 요즘은 대부분이 해외로 나가다 보니,
지금 이곳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 관광객 이란다.
점심을 먹고나서 다음 행선지인 유후인(由布院)으로 향한다.
첫댓글 닭살 돋는 부부애에 우선 감탄부터 하고.... 네 말대로 몽환적이 분위기에 일본스러움이 잔뜩 묻은
여행다운 여행이구나
H 여행사라니 어디 말이니 만약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여행이라면 우리 어머님들 모시고 다녀오고 싶다.
어느 여행사, 몇박며칠 어느 코스인지 좀 알려 줄 수 있겠니?
단풍철이 지났다 하더라도 멋진 코스임에 틀림없다.
세영아~ 나 같은 경우에는
금욜밤에 부산항을 출발해서 일욜날 밤까지는 부산항에 돌아와야만
월욜 출근에 지장이 없어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이번에 이용했던 "카멜리아 규슈 온천여행 3일" 뿐이더라.
시간여유가 있으면 좋은 상품도 많으니 여행사 홈페이지 참고하는 게 판단이 빠를 듯~
부관페리나 항공편 이용하는 상품도 많으니 함 봐바~
이용했던 여행사는 '하나투어' 였단다.
유휴인에서 조금 걷기는 하는데 마차도 있고 인력거도 있으니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하고
나머지는 걷기에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여서 걱정 안해도 될 듯 해~
참고로, 여행상품 일정표에 보면 이용하는 호텔이 명기되어 있는데,
김기사 말로는 온천은 아소의 '아소팜 빌리지' 가 좋고, 식사는 벳부의 '스기노이 호텔'이 좋단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암튼 이용하는 호텔이 위 두곳 중에 하나라면 온천이나 식사는 괜찮단다.
관순아 친절한 정보 고마워. 금욜 밤 부산항 출발 일욜밤 부산 도착이라면 남편도 함께 하면 되겠네. 오히려 나는 그게 좋아. 혼자서 어머님 두 분 챙기는 것보다 더 수월하겠네. ^^ 하나투어 가서 호텔명 하고 스케쥴 챙겨 봐야겠다. 아리가또오 고자이마쓰!!!
이코스로 올 초에 갈려고 계획 잡았는데 울딸 이 몸이 안좋아서 취소 했는데 아깝네 올 겨울방학때 동서들이랑 입맟춰서 가볼까나
관순이 신랑은 참으로 근래에 보기 드문 신랑이다야. 난 15년 전에 아들과 함께 큐스 다녀왔는데 느낌이 참 깨끗하다는 느낌, 온천에 삻은 계란, 곳곳에 뿜어대는 수증기, 후지산의 활화산은 기억나네. 나도 우리 영감이랑 다녀와야겠다. 관순이 이야기 보니 가고 싶어진다.
관순이 갔다온데 따라가도 좋을듯ㅎㅎ 구경 잘 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