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2012년 임진년 첫 산행을 가야산으로 정하고 시산제를 겸 하기로 하였다. 가야산은 영남의 제일봉으로서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조선 8경의 하나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16위의 명산으로 주봉은 상왕봉(우두봉:1,430m)이며, 최고봉은 칠불봉(1433m) 이다.
날씨도 우리를 도와 쾌청하며 따스하다. 강경랑, 탁우강 두 친구가 제물을 준비한다고
애를 먹었다. 아침 8시에 나를 태우고, 강경랑친구 집으로 가 제물을 실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주머니의 넉넉한 마음씨는 그 냥 보내지를 못한다. 든든하게 동동주 한 사발씩 하고 가란다.
탁우강친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아침 햇살을 받은 꽃처럼 싱그럽게 피어난다. “좀 빨리
가자.!”고하니 싱긋이 웃으며 쳐다본다. 이 술을 그냥 두고 가자고...어림도 없다는 표정,
차 키는 내 몫이다.
대구출발 8시40분, 부산과 울산친구들은 전날저녁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며, 2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라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하여 달려 올 것이다. 대구를 막
벗어 나려하는데 김병지친구가 잘 다녀오라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우리가 제일먼저 도착
하여 기다리자고 하였으나, 제일 늦게 도착하였다. 백운동주차장에 모두 만났다.
큰 수술을 마치고 회복기를 거친 김영환친구의 회복된 얼굴빛은 전 보다 훨씬 밝고 좋았으며,
몇 달 동안 미국에 머물다 돌아왔으며 모친상을 당한 양왕용친구는 남강 문우회지를 가지고
와 대구 친구들에게 돌렸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지만 전번 달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건영친구, 매달 묵묵히 부울대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걸친구, 우리들의 영원한 산행대장
이종찬친구, 기사 역활을 담당하는 조광국친구, 언제는 만남자체를 즐기며 분위기를 이끄는
조용암친구, 어제 진주 33사목회 산행팀과 함께 덕유산 12km의 눈길을 걷고 온 이병옥 친구
와 대구친구들이 함께 어우러진 백운동 주차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반가움이 넘친다.
함께하지 못한 울산의 친구와 부산친구들의 얼굴을 그리며 안부를 살피면서 다음 달에는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의 산행은 백암주차장을 출발하여 용기골을 거쳐 서성재에서 상아덤쪽으로 방향을
잡고 만물상을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아주 평탄하면서 가야산 절경을 만끽하는 코스에
대한 설명과 그 후 일정을 소개했다. 계획은 이렇게 세웠으나 몸이 따라 줄는지 걱정이
된다. 우측으로 가야산호텔 과 좌측으로 가야산 자연야생화 식물원을 들머리로 하고, 관리
사무소 앞에서 우리들은 우측의 평탄하면서 서서히 높이를 더해가는 용기골을 택하였다.
시산제를 올리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하여 두리 번 거리면서 백운1,2,3교를 통과하는
동안. 출발할 때 옷깃을 여미며 움츠렸으나 몸에는 열기가 퍼지면서 이마에는 김이 난다.
주위에는 눈[雪]이 제법 많이 쌓였으며 용기골에 흐르는 물은 꽁꽁 얼었다.
이 계곡은 용이 일어났다고 하여 龍起골이라 한다고 하니 龍의 해에 이곳에서 시산제를
올리는 것이 한층 더 뜻이 있을 듯싶다. 그러나 장소가 협소하여 빙판위에 자리를 깔고 바위
위에 제물을 차례 놓고. 佛心히 강한 대구의 강경랑친구가 초헌간으로, 축문은 이병옥친구가
낭독하였으며, 임진년에도 무사한 산행이 되도록 도와 주십사하고 빌었다. 시산제를 마치고
음복을 하고, 산행을 계속하였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높이를 더하면서 발목위에 까지 올라온다.
미끄럽다. 병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김영환친구는 조광국친구의 날쌘 몸을 제치고 제일 먼저
서성재에 도착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쉼터 역할을 하는 서성재에 모두 모였다. 정상을 올라
갈 것인가 아니면 상아덤과 만물상을 거쳐 하산할 것인가, 망설이며 서성거린다고 하여
서성재라고 한다는 이곳에서 우리역시 잠시 머뭇거렸다. 바위로 덮인 최고봉 칠불봉(1433m)
과 주봉인 우두봉(1430m)을 바라보면서 두 손 흔들어 작별 인사하고 준비한 아이젠을 신고
상아덤과 만물상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남쪽으로 200m정도를 가자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가 나타난다. 상아덤이다. 그 모양새부터
신비롭다. 친구들의 탄성소리가 골짝 깊숙이 파고 더는 듯하다. 상아덤(1158.9m)은 가야산의
女神 정견모주와 하늘神 이비하가 손을 잡고 사랑을 나누었던 즐거운 데이트 장소였을 뿐
아니라 부부의 연을 맺고 아들 둘을 낳았다. 아들들은 각각 대가야와 금관가야를 세웠다는
전설 이 있는 곳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상아덤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빼어나며, 조망 또한 가야산에서 상아덤을 능가하는 조망처가
없다고한다. 만물상이 발아래 펼쳐지고, 이쪽저쪽 둘러보니 능선들은 파도처럼 굽이친다.
이 풍광을 보기 위하여 아이젠을 신고 땀을 흘리면서 왔다고 생각하니 역시 ‘땀을 흘려야
얻는 것도 있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크게 닥아 온다.
하산의 발길은 만물상 방향으로 계속된다. 억겁의 세월에 비바람이 빚어낸 만물상을 보기
위해1100m가 넘는 상아덤을 넘어야 했으며 아슬아슬한 좁은 길과 바위틈새를 곡예를 하듯
나무를 붙들거나 엉금엉금 기면서 암릉을 넘어야 했다. 보이는 것이 모두가 진귀한 조각품
들이며, 암봉 전시장 같은 바위들은 또 더불어 사는 상생의 미덕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아름
다움을 홀로 뽐내지 않고, 이웃 기기묘묘한 암봉 들과 바위들, 그 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며
여러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낸 만물상, 능선을 굽이돌 때마다 더 수려한 자태를
보여주는 만물상 능선, 역시 명불허전이며 접입가경이다.
오랜만에 산행을 함께하는 김영환친구는 다음 달에 정기검진을 앞두고 작심하고 함께하는
산행이 눈 속에 파묻힌 그림 같은 설경의 만물상을 접하면서 감탄한다. 김영환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하는 조광국 친구역시 흐뭇해하는 친구의 표정에 더 없이 기쁜 마음 감추지 못한
다. 조용암친구는 “생애 최고의 산행 이다”며 입이 닫히지 않는다. 탄성의 연속이며 내일 또
오고 싶다며 동행할 친구를 찾고 있다. 하병식친구의 자연에 대한 마음은 우리 홈페이지에
나타낸 글과 같이 맑고 순수한 감정그대로 이 눈(雪)을 이불이나 지붕삼아 여기에 그대로
눌러 살고 싶어 한다.
이건영친구는 항상 옆에 두고 볼 수 있도록 화폭에 담아 두고두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모든 감정과 표현을 절제하는 이걸친구는 오늘도 말수는 적다. 그러나 얼굴에는 어느때 보다
밝고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언제나 듬직함으로 닥아 오는 부울대 이종찬대장의 얼굴에도
흥겨움이 넘쳐난다. 오늘도 제일 뒤를 책임지고 있는 부울대의 일꾼 이병옥친구 역시 동절기
눈 쌓인 만물상의 풍광에 도취된 듯 감탄한다. 오늘따라 하늘은 한 없이 투명하다. 나무와
바위위에 핀 하얀 설화는 우리에게 잊혀 지지 않을 비경들이었다.
옛 기록에 가야산의 山形은 천하으뜸이고 地德은 해동제일이라고 평했다. 금년 초에 입적
하신 지관 스님은 가야산을 ‘춘계화(春溪花·계곡에 피는 꽃) 하녹음(夏綠蔭·푸른 잎이우거
진 나무그늘) 추상풍(秋霜楓·서리 맞은 단풍) 동설송(冬雪松·눈이 내려 앉은 소나무)이라’
칭송하기도 하였다. 우리들이 본 설경속의 상아덤과 만물상도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이 만물상은 가야산이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자물쇠를 채웠든 보석
상자였다. 그 후 38년이 지난, 2010년 6월부터 일반에게 공개하였다고 하니 오늘 보석
상자의 이곳저곳을 들여다 본 셈이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점심이 아닌 저녁도 아닌 중참을 먹으러 이영성친구가 있는 합천으로
향하였다. 생각 보다 멀었다. 언제 만나도 친구는 반갑다. 오리고기 전문집으로 갔다. 우리
들이 함께 모인 자리는 언제나 즐겁고 떠들썩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자신 만만 하며 패기 넘치는 음성과 기상은 그대로다. 이집 주인은 진주 강남의 명문인
천전초등을 졸업했단다. 어느 초등이던 고향후배라 반가워 더욱 번창하라고 박수를 쳐 주었
더니 뭉치고기를 내 놓는다. 마산에서 전화가 왔다. 친구모두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
백종흠친구의 음성이 이병옥친구의 목소리로 전달되었다. 그래!! 친구도 건강하게 잘 지내
시기 바란다.
벌써 시간은 오후5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지금 출발해도 모두 깜깜한 밤에 집에 도착될 것
같다. 헤어지기 아쉽다. 그냥 이대로 밤을 새우고 싶지만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 것, 친구들아!
다음 달에 부산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며 두 손을 불끈 잡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산행코스 설명
뒷쪽으로 가면 만물상 방향, 앞으로는 용기골 방향
백운1교가 반갑게 맞이한다.
눈속의 산죽은 더욱 푸르다
대장을 선두로...
백운3교 통과. 앗다!!죽 것다~~~마! 고마 이근처에서 하자......
웃고 싶다. 병옥이가 경랑이와 우강이를 모시고 오는것 같다.(표현을 달리하면....)
시산제 초헌간 강경랑
축문 낭독하는 이병옥친구
이걸친구의 헌작
여러친구들..
음복..소주잔은 언제든지 탁우강친구 몫이다.
서성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성재에서 조용암친구와 교대
상아덤을 향하여 대장과 김영환친구
신의 테이트장소, 상아덤에서..
김영환친구
힘들어도 좋다
굽이치는 능선을 조망하면서
김영환. 이걸. 조광국
만물상에서
아이고 힘들다! 하산 도착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약 30분만 내려가면 된다.
이점포에 소주가 바닥났단다. 탁우강, 강경랑두친구는 모르는 일이다.
친구야! 나는 술 하나도 안묵었는대 자꾸 묵었다 까모 우짜노....
사진은 술 먹은 님이랑 안먹는 님이 분간이 안 된다.
산에 올라갔던 사람은 배가 고파 먹어야 하고, 술 먹은 사람은 입으로 풀어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