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상영지 -을지로 1가

[박경룡]

활동사진(영화) 신문 광고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상영지-을지로 1가

우리나라에서 활동사진(영화)이 언제 전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설은 없다. 그러나 최초로 상영된 장소는 구리개로, 현재 을지로 1가 네거리 근처에 있던 전 한성은행 자리인 한미연초회사 창고였다.

일반 대중에게 영화가 처음 상영된 시기는 「한성전기회사 기계창에서 활동사진을 상영한다.」는 광고가 1903년 6월 23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사실을 근거로 하여 1903년 6월 전후일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성전기회사가 전차(電車) 사업을 선전하기 위해 활동사진을 상영한 것으로 일반 대중이 영화를 접하기 전에 상영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897년 10월 19일자 「런던타임스」에는 "중국인의 가건물 한 개를 3일간 빌려 영화를 상영했다"는 기사가 실려 일본인 거류민을 상대로 본정좌에서 영화가 상영되었음을 알 수 있고, 1899년 미국인 여행가 버튼 홈스 일행이 고종 황제에게 영화를 보여주었다는 기행문이 남아있지만 전문가마다 각자 최초라고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한성전기회사 기계창에서는 50 척〜1,200 척의 필름으로 풍경과 화차(火車 : 당시 기차의 이름) 등을 보여주고, 관람료는 빈 담뱃갑을 받았다. 처음에는 한 갑을 받다가 나중에 인기가 오르니 10 갑까지 받았다. 당시 일반 관람자들은 경탄을 금치 못하였으며 너무도 신기하여 스크린을 들춰보기까지 하였다는 일화도 있다.

「황성신문」 1903년 6월 23일자에는「동대문 내 전기회사 기계창에서 시술하는 활동사진은 일요 급(及) 음우(陰雨)를 제하는 외에는 매일 하오 8시부터 10시까지 설해(設解)되는데 대한 급(及) 구미각국의 생명도시 각종 극장의 절승한 광경이 구비(具備)하외다. 허입요금(許入料金) : 동화 10전」이라고 하였다.

한성전기회사에서 당시 설렁탕 한 그릇 값인 10전의 입장료를 받고 상영한 활동사진은 하루 100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대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903년 7월부터는 판소리 등 전통 연희의 무대공연장인 협률사(協律社 : 원각사의 전신)에서도 활동사진을 상영하기 시작하였으며, 1907년에는 최초의 전문 상영관인 단성사가 개관되었다.

충무로가 영화의 발상지로 면모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06년 경성부 진고개 부근의 송도좌에서 영화를 상영한 것을 효시로 1910년에는 을지로 입구 부근의 ‘경성고등연예관’이 본격적인 영화관으로 흥행을 하게 되었다.

1913년에 조선총독부는 이른바 ‘한일합방 5주년’을 기념하여 경복궁 경회루를 중심으로 공진회(共進會)를 열었다. 일제는 일본상품의 시장개척을 위한 교두보(橋頭堡)로써 천승마술단을 초청하여 공연장으로 사용하다가 공진회가 끝나자, 그 건물을 헐고 을지로 4가 164번지 국도극장 자리(현 베스트 웨스턴 국도호텔)에 다시 세웠는데 이것이 황금관(黃金館)이다.

또한 황금유원이란 오락장도 같이 세움으로써 일제는 지배자를 과시하여 한국인의 적개심을 유화정책으로 다루려는 속셈이었다. 황금관 영화관은 1930년대 후반부터 자취가 사라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상영지-을지로 1가  한성전기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