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협동농장 프로젝트.
탈모약 프로젝트가 끝나고 재익형과 나는 어떤 새로운 일을 하게 될까? 기다리고 있는데, 상무님이 회장님이 재익형과 나를 보자고 하신다고 했다.
나는 일개 말단 대리와 과장을 회장님이 직접 만난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상무님은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해서 만나자고 한다는데, 나는 혹시 내가 면접에서 말한 전기차 충전소 관련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기대에 부붚었다. 나는 공업 고등학교 전자과를 나와 그나마 아는 분야였고 잠시 건전지 회사에 근무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탈모약과는 달리 자신이 있었다.
회장실에 이학수 전무와 재익이 형과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회장실은 검소했고 회장님은 할아버지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으라고 하였다.
회장님이 덕담을 하더니 본론을 말했다.
“내가 여러분들을 부른 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길려고 부른건데, 프로젝트 명칭은 협동농장이고....”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대기업 회장님이 좌빨도 아닐테고 왠 협동농장이란 말을 하시는지 이건 상상을 넘어 몇 광년 너머 별나라에 온 기분이었다.
회장님이 계속 말씀하셨다.
“사실 우리 선친은 파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무작정 상경하셔서 자수성가 하신 분인데, 생전에 고향 마을은 죽어가고 있는데, 일년에 한번 소 한마리 잡아다 막걸리 파티한 거 외에는 고향을 위해 한 일이 없어서 괴로워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내가 얼마 전 선산이 있는 본가에 갔더니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있고 완전 유령마을이 돼 있더군...”
회장님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탈모약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도 보았고 이 일에 대해 적임자들이라고 판단해서 직접 선발한 거니깐, 맡아서 해줬으면 하네!
대신 본 프로젝트는 직감하다시피 사내에서는 지원자가 없을 것 같으니깐, 오 과장과 김 대리가 인원도 알아서 선발하고 연봉도 대졸 신입사원 수준으로 해서 추진해 봐! 여기 이 상무도 이번 일에 세세히 개입은 안 하고 한달에 한 번 진행 상황만 보고 받을테니깐 젊은 패기로 해보라구....
나는 선산이 있는 고향 마을을 사회적 약자들이 힘을 합쳐 생산 활동을 해서 거기에서 나오는 유기농 농산물을 부유층들에게 팔고 나도 은퇴하면 거기서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낼거야!”
나는 그때 안산의 노는 친구들이 떠오르며 속으로 ”Oh! yes!“하고 외쳤다. 회장님이 질문이 없냐고 하셔서 없다고 하니 그럼 일 보라고 하셔서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회장님이 나를 보시며 말하셨다.
”아! 자네는 말하는 게 죽은 내 아들하고 비슷해서 미안한 얘기지만 알아봤더니,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죽은 아들하고 전혀 접점이 없더구만 ...“하시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제익이 형이 나에게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성아, 난 회장님의 뜻은 충분히 알겠는데, 내 주변에 협동농장에 가서 일할 사람도 없고 구인광고를 내서 채용해도 얼마 안 가서 그만둘 것이 뻔하고 걱정이다.“
내가 이때가 기회다 싶어 바로 대답했다.
”안산에 제 친구들 변변한 직장도 없이 반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배고픈 애들 대기업 대졸 초봉 수준 정도 준다면 좋다고 열심히 일 할 겁니다.“
재익이 형은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다.
”그래. 차라리 그런 애들이 중간에 안 그만두고 오래 일할 것 같아! 농사일이야 군대에서 대민지원 해봤으니깐 좀 더 배우면 되고... 내일 보자고 하자.“
나는 즉시 친구들에게 단톡을 날렸다.
”너희들 일자리 생겼다. 연봉은 대졸 신입사원 수준이고 일할 곳은 파주의 협동농장이다. 관심있는 놈들은 내일 9시까지 이력서 갖고 오고 몇 달하다 때려칠 놈들은 오지도 마라. “
톡을 보내자 답장이 한 두 개 오기 시작했다.
종수 : ”이게 뭥미? 뭔 협동농장?“
원섭 : ”헐! 이거시 래알 상황 임? 오늘 만우절인가? 종수 너는 협동농장이고 요덕 수용소고 가릴 처지냐? 암튼 씨유 투마로우!“
석중 : ”그저 감사하지.“
다음 날 친구 놈들을 면접하고 온 재익이 형이 한마디 했다.
”애들이 착하긴 한 것 같은데, 책을 전혀 안 읽는 애들 같에! 너는 그래도 유치한 말 하다가 가끔 비상한 아이디어를 내는데.....“
”에이, 이것저것 따져서 뭐하냐? 쟤들 내일부터 일주일 후에 출근시키자...“
5. 흙수저들의 반란.
우리는 왕회장님 산소가 있는 고향 마을 근처에 모텔을 인수해 숙소로 삼고 협동농장의 네이밍을 공모하고 입주해서 살 사람들을 모집했다,
처음엔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모집하였으나 원한다면 대기업 희망퇴직자나 자산가 중 새로운 농촌에서 나누며 새로운 인새을 살고 싶은 사람들도 기부금을 받고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총 100명의 1차 공동체 주민들을 모집하였고 꼼꼼한 종수는 총무, 성격이 활달하고 기계를 잘 만지는 원섭이는 홍보와 시설 관리, 겁이 많아 신중한 석중이는 농산물 검사와 유통의 일을 맡게 하고 우리들은 모두 인수한 모텔에서 숙식하며 공사 현장의 임시 건물에서 일했다.
농장의 명칭은 간단하게 ‘나눔농장’으로 정하고 건설 계획을 세우려고 하는데, 회장님이 건물의 소재는 친환경 소재로 하고 에너지원도 태영열, 풍력, 지열 등을 이용해 공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육사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해 자신있어 하던 재익이 형도 당혹스러운 눈치였지만 군인답게 인맥을 총동원하여 스웨덴에서 친환경 건축가를 초빙하고 독일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문가를 초대해 일을 초대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조감도를 보는 순간 나는 어릴 때 만화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의 마을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검정색 지붕에 아이보리색 벽과 실내는 간결하지만 그 단순함이 볼보 자동차 같이 얼핏 평범해 보이면서도 은은한 멋을 전달했다.
갑자기 이힉수 상무가 방문했다. 세명의 친구들은 대기업 임원이 풍기는 포스에 심적인 균형이 무너져서 어색함이 얼굴에 베어 나왔다.
이힉수 상무는 회의실에 5명을 불러다 놓고 간략한 회의를 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새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여러분들도 보고 의논도 하려고 왔습니다. 회장님 지시는 이곳에서 고품질의 롤스로이스 급 농산물을 수확해 건강한 식품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 층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계신데, 나도 서울 출신이고 여러분들도 도시 출신이라 잘 모르지만 아이디어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으자고 왔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농업 전문가를 초빙해서 할 테니깐 부담갖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봐요.“
당연하지만 모두들 말이 없었는데, 소심하지만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석중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인터넷에서 봤는데요,,,,, 일본에서는 소에게 맥주를 먹이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어 길러서 프리미엄 소고기로 만들어 수출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막걸리를 먹이고 국악 감상을 해주며 길러 한국형 프리미엄 소고기를 생산하면 좋겠구요. 또 두 개의 양파를 병에 담아 한 양파에게는 사림들이 “미워, 너 죽어버려,”이런 나쁜 말을 하고 다른 양파에게는 “너 이뻐.” “난 너를 사랑해!” 같이 좋은 말을 해주고 일주일 후에 보니 나쁜 말을 한 양파는 썩어있고 좋은 말을 양파는 싱싱하게 살아았는데, 우리도 논이 건, 배추밭이 건 돌아다니면서 “너 이뻐!” 이런 말을 하면서 기르면 질 좋은 농산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석중이의 말이 끝나자 종수, 원섭이는 웃음을 참느라 눈물까지 나올려고 하고 재익이 형도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이학수 상무는 별 말이 없이 창밖을 쳐다 보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말했다.
”그거 기발한 생각이다. 나도 그런 기사를 본 일이 있는데, 왜 여태까지 그런 생각을 못 했나 몰라?“
”그리고 화학비료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재익이 형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네. 우선 모든 분뇨는 정화시설에 집결해 최대한 불쾌한 냄새는 제거하고 논, 밭에 자동 분사기로 뿌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소에게는 자연의 법칙에 반하는 동물성 사료를 절대 먹이지 않을 겁니다“
이학수 상무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 좋아! 회장님은 나눔농장을 단순한 사회적 약자 구제 사업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경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금 전사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산업의 실험장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이학수 상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회장님은 인간이 자기의 욕심을 버리고 서로 나누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농장을 통해 보여주고 전체 한국 사회에 이런 문화를 전파할 꿈을 갖고 계셔...그 일환으로 농장도 만들고 우리와의 경쟁에서 밀려 도산 위기에 빠진 업체들에게 우리 제품을 위탁 생산을 맡기기 시작했고....솔직히 나는 회장님의 깊은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하지만 아무튼 이 나눔농장은 회장님이 관심을 갖고 지켜 보시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으니 깐 뭔가를 보여주자구!“ 하더니 한우 전문 식당엑 가서 저녁이나 먹자고 하였다.
그때 지훈이가 속삭였다.
”나눔농장 프로젝트는 추석 때 선산에서 내가 아버지 한테 제안한 거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힘들게 살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평생 자기와 자기 가족만 생각하며 살던 사람들은 나누며 자신의 업보를 이 세상에서 풀게 하면 나는 좋은 곳에 환생할거야!“
내가 대답했다.
”걱정마. 너 덕분에 상상도 못하던 대기업에 취직해서 인정도 받고 반수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일자리 생기고 너한테 너무 고마워.
내가 반드시 이 일을 성공시켜 너 좋은 곳으로 환생하게 할게!“
지훈이와의 대화를 할 때마다 내가 알 수 없는 영적인 세계와 이 세상과 교통하며 무언가 큰일을 이룰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 추구하는 많은 돈, 좋은 차, 큰 집, 이쁜 와이프 등이 허무하게 보였고 그런 것들을 위해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에서도 스펙 쌓기에 열중해서 글로벌 대기업에 들어가 동료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임원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고 나머지는 희망퇴직?을 하는 인생이 가엾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