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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Gladwell)을 만난 것은,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US에어웨이 여객기의 불시착 사건 발생 나흘 뒤인 지난 1월 19일이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155명의 목숨을 구한 체슬린 설렌버거(Sullenberger) 기장의 영웅담으로 넘치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 저널리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직전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Outliers)'를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웃라이어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서 뛰어난 성공을 거둔 사람을 뜻한다. 설렌버거 기장은 이 정의에 딱 맞는 아웃라이어 아닌가.
아웃라이어의 성공 비결을 독특한 시각으로 분석한 글래드웰에게 설렌버거 기장의 성공 요인을 묻자 그는 딱 한 가지를 지목했다. "1만9000시간의 비행 경험."
―그들도 권위주의적인 모델을 갖고 있었나.
"아니다. 반대다. 오히려 권위주의적 모델이 필요했다고 본다. 씨티를 포함한 월가의 은행들은 종업원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졌다. 이를테면 28세의 직원이 5000만달러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28세는 그런 결정을 내릴 나이가 아니다.
문화의 영향은 한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고,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국의 권위적 문화가 KAL기 괌 추락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서, 이 문화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른 상황에서는 매우 잘 작동할 수 있다. 씨티은행과 월가의 은행엔 보다 많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했다."
1만9000시간의 비행경험이 '허드슨강의 기적' 이뤄
"창의·창조성도 혹독한 훈련 끝에 얻는 것"
―월가 종사자들의 경험 부족이 월가가 몰락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말인가.
"유일한 원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월가의 몰락에 기여한 원인 중 하나라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다. 단기적으로 경제의 한 측면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산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고만 생각한 것이다. 때론 경제가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즈니스맨이 참고할 만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글래드웰의 저서로 극적인 변화의 시점을 의미)나 블링크(blink·글래드웰의 저서로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의미)가 있는가.
"티핑포인트 이론을 적용해 본다면 현재 경제 위기에 이르도록 한 티핑포인트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었다. 금융시스템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신호를 전 세계로 내보냈다. 이 때부터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다.
역으로 생각하면, 금융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이 믿을 만하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티핑포인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훨씬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이 건전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진짜로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건강성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티핑포인트가 나타날 때 금융시스템이 복원될 것이다.
소비자들도 자신감을 잃었다. 더 이상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6개월 뒤 자신의 직업을 보전할 수 있을지,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야 한다."
―미국 CEO와 한국 CEO를 비교한다면?
"한국 CEO들과 비교할 때 미국 CEO는 훨씬 이기적이다. 미국 CEO는 자기가 먼저고, 회사는 나중이다. 회사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CEO들을 만나 보면 반대다. 그들은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경우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아시아 CEO들의 태도가 더 맞는 것 같다."
―왜 그런가.
"개인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지면 리스크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오류를 저지르고, 실수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CEO들은 6개월, 1년 등 단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아시아 CEO들처럼) 5년, 10년 길게 내다볼 수 있어야 회사에 좋다."
■"창의와 창조도 훈련 끝에 온다"
―당신은 성공이 개인의 노력보다는 오히려 '그룹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왜 그런가.
"성공은 집합적인 산물이다. 또 환경의 함수다. 세대와 시간, 장소와 운(運), 기타 한 사람을 둘러싼 여러 조력들이 합쳐진 것이다. 나는 어떤 개인의 특별한 노력 이외의 나머지 요소들을 강조하고 싶다."
―'아웃라이어'는 성공하려는 사람보다는 성공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에게 조언한다면.
"내 책은 공공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 지역공동체와 국가, 정부 등의 차원에서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것을 적은 것이고, 개인적인 차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부모에게 조언한다면,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1만시간 법칙이다. 어떤 일에 숙달하려면 그 정도의 절대 훈련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들이 열심히 훈련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한국의 문화에서는 낯선 얘기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이런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둘째는 부모가 자녀들을 도와줄 때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녀들이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도록 돕는다면 자녀들은 엄청나게 유리해진다. 내가 책에서 강조했던 것은 성공은 그냥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와줘야 한다."
―아웃라이어들은 창의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1만시간 법칙은 반복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얼핏 모순되게 들리는데.
"빌 게이츠와 비틀스, 체스게임 챔피언들을 보라. 한결같이 창의적(creative)이고, 창조적(inventive)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창의와 창조는 일정한 시간의 준비를 필요로 한다. 그들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창의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악을 숙달해야 한다.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면 먼저 바이올린을 잘 다뤄야 한다. 그냥 일반적인 차원이 아니라 대단히 전문적인 수준에서 숙달돼야 한다. 지식의 기초가 있어야 창의와 창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1만시간 법칙이다.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한 훈련 단위다. 타이거 우즈는 탁월하게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골퍼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매일 아침 일어나 골프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골프를 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쌓아온 것이다."
■"한국식 교육은 완벽한 모델"
글래드웰은 가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과 방과 후에 주입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뉴욕의 실험적 공립학교인 '아는 것이 힘 프로그램(KIPP· knowledge is power program)' 모델을 예찬하고 있다. 1만시간 법칙을 달성하도록 강제로 기회를 부여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당신은 KIPP 모델을 예찬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교육이 이런 식이어서 문제라고 본다. 똑같은 종류의 인재만 양산해 내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재미있는 이슈다. KIPP는 지금까지 방치돼 왔던 어린 학생들을 위한 교육 모델이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상이다. 부모들은 매우 가난하고, 그들이 좋은 직업을 얻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단지 대학에 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절대바닥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말하는 거다.
그런 학생들에게 한국은 완벽한 모델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문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상위의 사람들에게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이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어릴 때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책에 쓰지 않았지만 매우 유명한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Wiles)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냈다. 그는 그의 세대, 아마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일 것이다. 그는 페르마 정리를 증명해내면서 유명해졌는데, 이를 증명하는 데 무려 7년이 꼬박 걸렸다. 바로 그 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매일 매달렸다. 가장 위대한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하게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주입식 한국 교육이 문제라고 제기했는데, 나는 이것을 기본적인 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바로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것을 쌓는 것이다. 이미 획득한 것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것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필수적인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기본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기꺼이 한국이 갖는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다면 KIPP모델 혹은 한국식 교육 모델이 개발 단계에서는 유용하지만, 선진 단계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 모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가.
"맞다.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방식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늘 책에 둘러싸인 환경에 있는 학생이라면 어떻게 하든 관계가 없다. 하지만 부유하지 못한 가정 출신의, 개발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겐 매우 필요한 모델이다."
―그 결론이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물론 국가에도 적용된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 만약 한국이 기초를 닦지 않았다면 이런 경제적 성취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150년 동안 기초를 다져왔다. 단계가 서로 다르다."
―미국은 각 분야에서 창의적인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처럼 창의적인 최고 인재를 길러내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은 충실한 지식 기초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환경에 노출된다. 우리가 한국에서 배워야 할 것은 어린이들의 일반적인 수준의 교육을 향상시키는 방법이고, 한국은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미국 최고 교육기관처럼 보다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교육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아버지는 수학자여서 늘 이런 문제에 대해 나와 얘기하곤 하는데, 요즘 톱 수학 저널에 발표하는 사람 중엔 중국 학자가 매우 많다고 한다. 그는 매우 재능 있는 중국 학자들과 많이 교류하고 있고, 더 이상 아시아적 교육이 창의성이나 창조성을 질식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
글래드웰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터지기 훨씬 전인 2006년 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인터뷰한 인물 가운데 자신과 비슷한 인물로 수학자이면서 월가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탈레브(Taleb)를 꼽았다. 탈레브는 월가 위기 이후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라는 책을 통해 과거의 경험이나 자료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조목조목 증명해 '월가의 새로운 현자(賢者)'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당신이 탈레브와 비슷하다고 느낀 이유는.
"내가 탈레브와 비슷하다고 했던 것은 우리 둘 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는 알 수 없는 것(unknowable)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eventuality)에 대비하는 것이다. 월가의 사람들은 미래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리스크가 여기에서부터 저기까지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리스크가 정말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정말 미래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 일어날, 예측할 수 없는 일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가.
"어떤 의미에서는 대비할 수 없다. 월가의 사람들은 가령 모기지의 경우, 일정 부분을 떼어내서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한다. 하지만 탈레브는 위험이 어느 정도로 예상된다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고 말한다.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알 수 없다고 인식하면, 예를 들어 모기지가 잘못됐을 경우에 대비해 유보해 두는 돈을 두배, 세배 더 늘리기 마련이다. 결국 더 보수적으로 되는 거다. 미래에 불쾌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이에 따른 충격을 줄이도록 대비하자는 거다."
'밀리언셀러 작가' 글래드웰
"워싱턴포스트에서 일하며 글쓰기 1만시간 훈련한 셈
간단하고 우아하게 설명 못하면 작가로서는 실패"
글래드웰은 많은 책을 쓰지 않았지만, 책을 낼 때마다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런 면에서 그 또한 아웃라이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래드웰에게 "아웃라이어 이론을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라"고 요청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근무하면서 글을 썼다. 거기서 1만시간 훈련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일하는 뉴요커지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잡지다. 그곳에서 나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가르친다.
내 책의 타이밍도 좋았다. 내가 책을 낼 때쯤 비즈니스맨들은 비즈니스세계 밖의 시각에서 뭔가 영감을 발견하기를 원했다. 나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비(非)비즈니스 책을 썼다. 사회학과 심리학 등에 관해서 썼지만, 비즈니스맨들은 그런 비(非) 비즈니스 영역에서 통찰력을 구했다."
―아버지는 수학자이고, 어머니는 심리치료사이고, 당신은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런 배경도 당신의 다양한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맞다.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매우 독특한 지적 환경에서 자랐고, 내 글쓰기는 이런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다."
―당신은 무한한 지적 호기심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글을 쓰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배우는가.
"내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집중한다. 그 분야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서 배운다. 하지만 일단 적응하면 나머지 과정은 같다. 꾸준히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영역의 학문 분야를 들여다보는 게 힘들지 않은가.
"내가 구하는 지식은 엄청난 깊이를 요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해당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책과 저널을 읽고, 과학자들과 긴 대화를 통해 내가 지식을 잘못 전달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한 달에 몇 권이나 책을 읽는가.
"각종 저널을 제외하고 5~6권쯤 읽는다."
―당신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 뒤에 숨어있는 패턴을 발견해내고 있다. 이 장르는 대유행이 됐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인기가 있어서 좋기는 한데,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추측해 보면, 사람들의 일상이 복잡해져서 그것을 알려고 하는 강한 욕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글을 정의한다면.
"좋은 글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뭔가 의미가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이야기여야 한다. 또 좋은 글은 분명(clear)해야 한다. 간단하고 우아하게 설명할 수 없으면 독자들을 잃고 만다. 작가로서 실패하는 거다."
―당신은 광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란 무엇인가.
"광고는 기본적으로 '끼어들기(intervention)'다. 우리는 뭔가 다른 일을 하다가 광고와 마주치기 마련이다. 누군가 끼어든다면 사람이든 일이든 즐겁거나 교육적이었으면 한다. 광고가 재미있고 재치 있다면 그 광고를 좋아하고 따르게 된다."
―당신의 책을 광고할 때,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는 무엇인가.
"입소문이다. 사람들이 책에서 뭔가 얘기하고 싶은 아이디어나 스토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책은 성공한다. 광고는 부차적이다."
그는 주로 조용한 사무실을 버리고 북적대는 카페에서 글을 쓴다. 혹시 산만한 카페의 분위기가 그의 생각을 자극하는가 싶어서 물었더니,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워싱턴포스트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란스럽고 큰 편집국의 분위기에서 글을 쓰는 데 익숙해졌다."
말콤 글래드웰은
다양한 사례로 비선형·불연속의 세상이치 소개
티핑포인트·블링크… CEO들의 필독서로 인기
'세계적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말콤 글래드웰은 영국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으로,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거쳐 지금은 뉴요커에 글을 쓰고 있다.
"인간사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일화와 비사들을 끌어댄다"는 타임(TIME)지의 평가처럼, 그는 풍부한 사례를 장착한 신선한 분석과 매력적 문장으로 독자의 눈길을 잡아채며 두 권의 저서를 연이어 밀리언셀러에 올려놓았다.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2000년)'와 '블링크(Blink·2005년)'로 명성을 얻은 그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의 경영 대가(大家·guru) 10인'에,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최근 펴낸 '아웃라이어(Outliers)'도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NYT)의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의 책들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연구기관이 추천하는 'CEO가 읽을 책'이라든가 고위 경제관료와 CEO들이 고른 '인상 깊게 읽은 책'에 꾸준히 꼽혀왔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관심권을 오랫동안 점유해온 이 월드 스타의 일관된 메시지는 과연 뭘까?
'블링크(Blink)'의 한국 번역본을 감수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그의 저술 밑바닥에는 '비선형(非線型)과 불연속(不連續)의 세상 이치'에 대한 통찰이 꾸준히 흐른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말콤 글래드웰은 중요한 변화나 핵심적 사고(思考)는 자고로 '선형적·연속적·순차적·논리적'이라기보다 '비선형적·불연속적·폭발적·직관적'으로 일어나거나 전개된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이런 관찰로부터 적지 않은 지혜와 전략을 길어 올린다.
첫 저서 '티핑포인트'에서 그는 대박 상품이나 메가트렌드의 발생과 진화 과정에 천착한다. 즉, 마치 '전염'처럼 번져가던 유행이 극적으로 폭발할 때 대박 상품이나 획기적 트렌드가 점화(點火)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전염'의 3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네트워크가 강하고 열정이 뜨거운 소수가 핵심 병력으로서 '전염'에 앞장서야 하고(소수의 법칙), 대중의 뇌리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며(고착성 요소), 상황과 환경과 맥락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상황의 힘)는 것이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제호 교수는 "글래드웰은 마케팅이 원인과 결과가 단순하게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아니라 복잡계(複雜系)의 원리가 적용되는 분야라는 사실을, 피부에 와닿는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극적으로 설명해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이를테면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이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고는 있었지만, '티핑포인트'를 통해 비로소 그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고 공감대를 넓히면서 신제품 런칭 등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주요 채널로 대접받게 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밀리언셀러 '블링크(Blink)'는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력, 즉 우리가 '직감', 혹은 '육감'으로 흔히 부르는 직관(直觀)의 능력이 어떻게 성공적 선택과 연결되는가를 분석했다. 그는 인간이 평소에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뇌를 차근차근 사용하지만, 중대한 순간을 포착할 때는 의식의 닫혀진 문 뒤에 숨어있는 뇌, 직관의 뇌를 폭발적으로 사용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영감(靈感)어린 직관적 결단이, 데이터를 곰곰 따지고 논리를 세워서 내린 결정보다 더욱 현명하고 통찰력 넘칠 수 있다는 게 그가 제시하는 메시지다.
전문가들은 그의 최신작 '아웃라이어'도 '1만 시간의 학습량만 채우면 누구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만 해석하면 저자의 취지를 상당 부분 오인한다고 진단한다.
황상민 교수는 "단순하게 1만 시간이란 양(量)보다 '마니아'처럼 한 가지 일에 빠져드는 '1만 시간의 몰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기회, 어떤 환경 덕분이든 그런 몰입을 통과해야, 마치 '티핑포인트'를 거친 것처럼 비선형적·불연속적 업그레이드를 경험하면서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고, '블링크'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는 게 글래드웰의 총체적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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